전남친 인스타 좋아요 실수로 눌러버렸어요ㅠㅠ

08. 나는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

힐 때문에 아킬레스건 쪽 피부가 까졌는지 걸을 때마다 쓰라렸다. 밴드 챙겨올걸 그랬어...

뭔 행사가 그리 긴지 주주총회가 끝나고도 와인 시음을 한다고 달달 떨리는 종아리에도 아버지 옆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주는 대로 와인잔 홀짝였으니... 몸이 쑤신다.

빈 속에 와인을 먹었구나... 아 속 다 버렸어.

버스 창가에 발간 얼굴을 붙였다.

내 옆에서 교양있는 척 웃던 그 뱀새끼 얼굴이 눈 앞에 선해 이가 바득 갈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아쉬운 건 나고...

돈이 문제야... 전액장학금 탈 수 있을 만큼 높은 학점도 아니고... 하나가 대학생에 둘이 고딩이니. 적어도 1년은 계속해야겠지?

1년이 뭐야... 3년이 될 수도.

하아... 평생 이럴 수는 없으니 알바라도 알아볼까. 과외알바 많이 한다더라.

가르치고 질문 받고 하는 건 자신 있어.

무엇보다 고딩들이 수험생활 중의 연애에 대해 물어보면 할 말이 아주 많아서.

할 말이 아주 많게 만든 사람이 있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한다는 고3때에 불쑥 찾아온 사랑이 있었다. 서로 힘든 시기에... 대입 때문에 서로 고백은 없었다 뿐이지 거의 연인이었다.

수능 전까지는... 그랬지. 나는 비교적 여유롭게 정시로 지원했지만 ==대가 상향 지원이었던 그 아이는 수능을 친 날부터 흔적을 감췄다.

사고를 당했는지 납치를 당했는지 하루만에 없어져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안 받고...

걔는 잘 지내려나. 행방을 알 수가 없어... 연락이 닿아야 말이지.

나름... 내 첫 쌍방 짝사랑이었는데. 썸 뭐 그런 거.

에코백 숄더끈을 꼭 쥐었다.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내가 가장 독했던 시절의 동반자.

... 는 좀 오바인가? 동반자라니... 손 발을 가만히 못 두겠네.

아무튼 그 때도, 지금도. 사랑이 내게 오면... 사람이 내게 오면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내게 상처가 있어서.

난 상처있는 사람이어서.

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늘진 사람은, 곱고 바르게 사랑을 주고 받는 법을

잘 모르거든.

고마운 걸 순하게 고마워하지 못하고...

내게 상처가 있어서.

내가 너에게 상처가 될까 봐.

항상 무서웠다.

이미 상처를 줬겠지. 내가 너에겐 너무 뾰족했어. 우리가 너무 달랐어.

상처를 가진 내가 너무 싫다.

환경을 탓할 때는 지났다. 지금은 그냥... 내가 너무 싫다.

내가 가진 상처가 싫다. 내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는 게 싫다. 더 이상은 내 상처를 옮기기 싫다.

(*영화 '국화꽃향기'의 대사를 인용했습니다.😊)

이번 역이 ==대 입구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내림 버튼을 눌렀다. 이제 내려야겠다. 동생들이 집에 있을까 생각하며 버스에서 천천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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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보니 김태현 신발로 보이는 검정 아디다스 슬리퍼와 처음 보는 신발이 두 쌍 있었다.

김여주

... 엄마?

엄마

응. 왔어?

그리고... 그 옆에.

엄마가 어떤 남자를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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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르노🐌 image

🐌느린 아르노🐌

에피 중간에도 언급했지만 영화 <국화꽃향기>중 대사를 인용했어요!

🐌느린 아르노🐌 image

🐌느린 아르노🐌

말했는지 모르겠어서 다시 말할게용 조회수 500 구독 20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