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입니다, 그리고...
''나는 의사입니다, 그리고...'' 외전



띠리릭-


혹여나 서윤이를 재우고 있을 수도 있어 조용히 들어오는 지은이다.



김여주
왔어?ㅎ


이지은
서윤이는, 자고?


김여주
방금 막 잠들었어


이지은
오늘은 일찍 자네


이지은
우리 여주 오랜만에 이 언니랑 맥주 한캔...?


김여주
됐거든, 좋게 밥 먹고 난 공부 좀 해야지


이지은
아니, 그니깐 그 공부를 맥주를 한 캔


김여주
어제도 먹었다, 이지은


김여주
술 좀 줄이지 그래


이지은
네에...


이지은
아니, 근데 여주야아


이지은
나 오늘 진짜 힘들었는데... 딱 한잔만, 응?


그렇게 여주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맥주 한잔 하자는 지은이었다.



김여주
가서 씻기나 하고 나오세요. 늦었다





그날 밤




이지은
자자, 여주야아


김여주
취했으면 얼른 들어가 자라


결국, 여주와 한잔 한 지은이었다



김여주
얼른 들어가 자, 이것 좀 더 하고 잘테니까


이지은
조금만 하고, 알지?


김여주
네네, 얼른 들어가세요


이지은
나 잔다아


김여주
그래그래 얼른 자


그렇게 지은이 들어가고 2시간 정도 더 공부했을까

조심스레 방에 들어가 다이어리를 하나 꺼내오는 여주였다.

자기가 아주 아끼는, 그런 다이어리.


서윤이가 태어났을,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써온.


시작은 그랬다.

태형과 법적으로 남남이 된 이후,

한 2달간은 마음도, 주변 환경도 정리해보느라 많이 힘들었던 그녀다.

물론, 그 2달만 힘들고 말았다는 것은 아니다.

2달은 정말 힘들고, 이제 태형이 없다는 것이 점점 익숙해져 가며 주변에서도 이제 좀 괜찮구나 하던 시기.

여주도 본인 입으로는 괜찮다고, 이제 정말 괜찮으니 걱정 말라던 그런 시기.

그렇다

여주도 괜찮은 '척'만 해왔던 거지, 정말로 괜찮았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지은이라던지, 정국이한테 다 털어놓는다 한들

걱정할게 눈에 훤해 스스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기의 마음을 기록하는 그런 일기장 같은 다이어리를.

어떤날에는 그냥 자기 속마음을 담은 일기도 쓰고,

서윤이한테 하고 싶었던 얘기도,

아주 가끔가다 태형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도,

서윤이가 커가는 그런 성장일지는 매일.

그렇게 남몰래 그 다이어리라는 종이 위에, 아무도 모르게 자기 마음을 써내려온 여주다.


그걸 쓰면서, 많이 울기도, 서윤이 사진도 가끔 붙이며 웃기도, 아프기도, 뿌듯하기도, 미안하기도 한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빈 페이지를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여주다.

나중에, 서윤이가 다 컸을때 다시 들춰보면 그냥 추억으로, 웃음 지어보이며 넘길 수 있게끔.

지금은, 아빠가 같이 옆에 없는게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속상하지만, 나중에 다 크고 나면 정말 잘 자랐다, 사랑 많이 받는다 우리 딸. 그런 소리 듣게 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서윤이가 첫 생일을 맞았던 날의 일기.

20XX년 12월 30일

음... 어떻게 시작을 해야될지 모르겠네..ㅎ

오늘은 우리 딸이 돌 되는 날인데,

그 1년사이에도 너무 훌쩍 자란 우리 서윤이가 엄마한테 너무 고마운거 있지?

옆에 아빠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

.

.


그렇게 계속 써 내려가면서도 중간에 태형의 얘기를 쓰다 다시 그대로 지워버린 흔적이 가득하다.

태형의 얘기를 썼단 얘기는, 아직 그를 잊지 못해서.

너무 보고싶어서, 지금이라도 와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래서 썼다면

다시 지워버린 이유는, 서윤이에게는 그런 나쁜 아빠로 기억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한 그가 너무 미워서, 그래서...


그렇게 매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여주다.



이날도 어김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던 도중



김서윤
으아아아앙


잠에서 깼는지, 들려오는 서윤이의 울음소리이다.

자기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쓱 닦아내고는 서윤에게로 가는 여주다.




다음날 오후



김여주
오구 잘했어요, 우리 서윤이ㅎㅎ


김여주
누굴 닮아서 이렇게 똑똑한가 몰라ㅎ


김서윤
어마아, 흫


김여주
어디, 이거는 어디에 끼울까?


지은은 역시나 출근하고,

여느때처럼 평범하게, 서윤이와 또 하루를 보내는 여주다.

낮잠을 잘 때에는 청소를 해 두고 한 숨 돌리기도 하며,

아플때는 괜히 자기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 하며,

그러다가도 잘 커주는 서윤이에 고마워하며,

웃는 모습을 보면 힘들다가도 자기모르게 같이 웃게되며,

그렇게 하루하루 서윤이는 서윤이대로, 여주는 여주대로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외전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