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왕따입니다
EP. 02 | 장난감이니까



배수지
일어나

그 한 마디에 나는 말없이 일어났다


배수지
가만히 있어, 시발 진짜 말귀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서 잠깐 휘청인 것뿐인데..

울고 싶다

근데 이제는 눈물 흘릴 힘도 없네


김유정
야, 다 벗겨 그냥

그렇게 내 교복 셔츠 단추가 다 풀어지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가고 싶어..

그 악몽 같은 집이라도 좋으니 그냥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배주현
가리지 마

김여주
ㅇ,으응..


배주현
야, 치마도 까

김여주
.......


배주현
까라고 시발

속이 울렁거렸다

역겨웠고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내 손이 멋대로 그저 저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배주현
미친ㅋㅋㅋ진짜 하란다고 하네ㅋㅋㅋ

난 병신이니까


배수지
개웃겨ㅋㅋㅋ대박ㅋㅋㅋ

이제 그 사진들은 SNS에 퍼지겠지..


김유정
이제 하나 남았네? (싱긋)

아아..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그 모습이 경악스러웠다

남들이 보면 이쁠지 몰라도

나는 그저 공포 속에 휘말린 기분이였다

드르륵 -

선생님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아, 다행이도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애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척 교과서를 피며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배주현
에이~ 쌤 장난이에요!


배수지
그냥 장난 난이도가 조금 높을 뿐이죠ㅋㅋㅋ

선생님
됐으니까 빨리 앉아!

이게 무슨 장난이야

누가봐도..

누가봐도.. 내가 괴롭힘 당하는 거잖아!!


김유정
야

김여주
?


김유정
속닥) 이따가 보자

그 한 마디가 뭐라고 공기가 싸해지며 내 몸에 소름이 돋았다

김여주
응...

대답은 했지만 가기 싫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김여주
저기...선생님..

김여주
저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조퇴..하면 안될까요?

선생님
아까 애들이랑 잘만 놀더니만

선생님
그냥 보건실 가서 약 먹어라

선생님
무슨 조퇴까지 해, 요즘 여자애들이란..쯧

김여주
....네,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말에 여기저기서 수군 거리며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새어들려 왔다

털썩_

다행히도 이번에는 못을 안 설치 해놓았네

가끔가다 의자에 못을 박아 놓는 이들에 의해 언제는 엉덩이 살이 깊게 파일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찢겨진 교과서를 보며 드는 생각은

김여주
(죽고 싶다..)

딩동댕동,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선생님은 나가시고 그렇게 다시 이들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퍽 -, 내 뒤에서 누군가 내 머리채를 잡더니 그대로 책상 위로 내리쳤다

김여주
악..!!


배주현
방금 소리 지른거야?

김여주
......


배주현
꼴에 여자라고, ㅋ

김여주
.......


배수지
너 요새 대답 잘 안 한다?


김유정
우리가 만만해졌나보지-

김여주
....그런 거 아니야

김여주
미안해...

멀리서 지켜보는 아이들, 힐끔씩 쳐다보며 키득대는 아이들

이들의 말에 벗으라면 벗고, 움직이라면 움직이는

조롱과 비난이 쏟아지고 그걸 그대로 받아드리는 나는

이들의 장난감밖에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