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왕따입니다
EP. 03 | 죽을 거니까


그렇게 나도 모르게 그들의 손을 뿌리치며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달려갔다

내일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어

어차피 죽을 거니까

학교 밖으로 나와서 학교 가방을 뒤적거렸다

가방 깊숙한 곳에서 나온 꼬깃꼬깃한 5천 원 지폐 짜리 한 장

그 지폐 한 장을 들고서 나는 약국으로 들어갔다

딸랑~


김석진
어서오ㅅ..어? 여주 왔구나!

자주 만나는 약국 아저씨

내가 아빠에게 맞지 않았다면 친해질 일도 없었겠지

김여주
아..네


김석진
오늘은 어디가 아파서 온 거야?

김여주
그냥..수면제 한 통 주세요


김석진
수면제?


김석진
갑자기 왜?

김여주
요즘..잠을 잘 못 자서요..


김석진
으음..

그렇게 약국 아저씨는 한참 고민하더니 서랍을 뒤적거리며 수면제 한 통을 나에게 건넸다


김석진
여기 3천 원, 오빠라고 불러주면 공짜

김여주
여기 3천원이요


김석진
에엑? 고민이라도 해봐!

김여주
3천원이요


김석진
그래..

입술을 내미는 게 조금은 삐진 듯한 모습이지만 그런 건 나랑 상관없으니까

꾸깃꾸깃했던 5천 원짜리를 내밀어 2천 원짜리 잔돈을 받아 수면제를 챙겼다


김석진
근데 여주야

김여주
...네?


김석진
수면제..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안 돼

김여주
.......

그렇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김여주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괜히 중얼거리며 빠르게 걸어 주변 아무 마트에 들어가 생수를 사 갔다

인적이 드문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가서 앉았다

수면제 통을 열고는 손바닥 위로 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들을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김여주
맛없다

물과 함께 삼키고 나서 수면제 통을 바닥에 던졌다

벤치에 누워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수면제 효과인지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다시는 떠질 것 같지 않던 두 눈이 떠지니 바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하늘

왜 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지

김여주
약을 너무 조금 먹었나..

김여주
하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벌써 저녁 11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힘겹게 집으로 들어갔다

아빠
야 이년아!! 시간이 몇 시인데 왜 지금 들어와!!

김여주
.....

아빠의 말의 나는 말없이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잠깐 동안 문이 덜컹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자 잠잠해졌다

김여주
시발...

내 책상 서랍을 뒤적 거리며 커터 칼을 꺼냈다

손목에 살짝 긋자 얇은 선에서 붉은 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픈데..숨통이 끊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렇게 바라 던 거였는데..

왜 눈물이 흐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