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그랬어
첫장, 너 나 유혹하는거 알아?


이여주
하..누가 얘 좀 말려주세요


김태형
야...여주야 제발, 응? 제발..

나는 길거리 한 복판, 게다가 내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김태형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봤다.

급히 달려나와 엉망인 베이지색 곱슬머리, 잠바도 제대로 못 입어서 한쪽은 팔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모습의, 김태형은 주위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태형
내가 진짜 잘 할게. 잘 할테니까 나 좀 믿어주라 여주야, 응?

나는 그의 애원을 무시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슨일인가 하여 흘끗 거렸다.난 대답을 하는 대신에 태형의 뒤에 있는 상가를 쳐다봤다.

< OO 산부인과 >


김태형
이여주 진짜, 제발, 나 좀 봐바. 응?

이여주
시끄러워 김태형, 네가 뭐 잘 한게 있다고 그래?

나는 짜증스럽게 김태형을 쏘아봤고, 내 적대적인 시선에 그가 몸을 움찔거렸다. 아마 이 세상에 나 뿐일거다. 미친개 김태형을 이렇게 막 대하는 사람은.

그 정도로 나는 화가 나 있었다.물론 내 잘못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김태형 이 미친놈이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으니까.

사건의 발달은 어젯밤 이었다.

이여주
야아..김태형 나랑 더 마시자아..! 흡, 딸꾹.


김태형
야 이여주, 작작 마셔..너 이미 한계야

이여주
흡! 딸꾹, 무순 쏘릐!! 나 아직 마니 마실 수 이써어!!!

여주는 술에 취해 딸꾹질을 하며 태형에게 소리를 홱, 질르더니 제 앞에 놓인 술병을 집어들었다.

벌써 다섯병 째였고, 그녀와 태형의 앞엔 빈 맥주병 네 병과, 도수높은 양주 두 병이 놓여져 있었다. 태형은 계속 해서 마셔대는 여주를 쳐다보며 이마를 짚었다.

다짜고짜 저녁에 전화해서 불러대더니 미성년자라면 절대 갈 수 없는 주점에 가자며 꼬드기더니 술을 퍼 마시고 있었다.심지어 이 주점은 제 사촌오빠가 운영한다며 가끔 오곤 했다는거다.

더 어이없는 건, 여주는 지금 남자 하나 유혹할 작정 이었다.바로 제 소꿉친구 김태형을.

이여주
마침 전 남친, 끄흡. 과도 헤어졌다구!!! 엉! 딸꾹..!네가 내 슬픔을..흐읍! 끅! 아냐구 김태형!


김태형
네 네, 아주 잘 알지요.

이여주
알긴 뭘 알아 바보야! 딸꾹


김태형
'아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대답하라는거야?'

태형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다른 애가 불렀다면 절대로 안 나갔을 술자리. 여주가 불러서 억지로 앉아있다만은 이 여자애는 제가 태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태형은 여주의 옷차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여주는 배꼽이 살짝 드러나는 짧은 반팔에 미니 스커트 차림 이었는데, 그 위에는 태형이 억지로 덮어놓은 그의 점퍼가 있었다.

이여주
흡! 딸꾹, 야 김태형..흐윽


김태형
왜.

이여주
야이씨...넌...넌 나쁜놈이야!


김태형
...하?

태형이 여주의 말에 인상을 썼다

이여주
흑! 딸꾹, 위로해달라고 불렀더니 위로도 안 해주고...나쁜 자식...


김태형
야 이여주, 너 그만 마셔. 내놔

태형이 짜증스럽게 말하며 여주가 막 집으려던 병을 낚아채어 제가 단숨에 마셔버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주가 신기한 듯 그를 쳐다봤다.

이여주
야 김태형, 안 취해? 딸꾹.


김태형
어 안 취해, 가자.

이여주
어디일~~!! 나 안가! 더 마실거야, 오빠 한 병 더..읍!

태형이 제 사촌오빠를 부르는 여주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그는 눈을 크게 뜨고 저를 보는 여주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여주에게 말했다.


김태형
야 이여주. 너 지금 나 유혹하고 있는거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