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그랬어

3 장. 사고친 건 니네들이 책임져라

이지원

그러니까.....사고를 쳤다, 이 말이니?

이여주

어어...어쩌다보니까...

나는 슬며시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 엄만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그에 걸맞게 어린 나이에 우리처럼 그걸...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슬쩍 옆을 보니 태형이 나처럼 죄 지은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엄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지원

자,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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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예, 옙!

고개를 푹 숙이고 발을 꼼지락 거리던 태형이 잽싸게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태형의 얼굴에는 나 불안하오. 가 딱 써있었다.

초조하게 엄마와 태형을 바라보는데 엄마가 입을 여셨다.

이지원

너희 나이에 그걸 했다는게 무슨 뜻인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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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엡...잘 알고있어요...

태형이 제 잘못을 아는지 목소리를 낮게 하며 중얼거리듯이 대답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셨는지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지원

좋아.그러면 질문을 바꿔서,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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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이지원

만약 임신이라면, 물론 이건 이주정도 지나야 알게되겠지만. 임신이라면 너는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한테 육아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는 큰 짐을 주는거야. 무슨말인지 알지?

윽, 엄마 세게 나오신다.

나는 엄마의 직설적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태형을 쳐다봤다. 엄마의 말대로 우리는 둘 다 수능을 아직 안 친 고3이었고, 임신이라면 나는 수능과 아이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아이는 열달있어야 나오는데 수능은 겨우 여섯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형이 우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지원

하지만 네가 여주를 책임지기만 한다면 난 상관이 없어. 무슨 말이냐, 끝까지 책임 질 자신이 없다면 이주 뒤에 임신이란게 판단이 되면 그 때 바로 지울거란 예기야.

이여주

엄마...!

이지원

조용. 넌 거기 가만히 앉아있어. 외박한 죄는 태형이 혼내고 물을테니까.

헉.

나는 엄마의 그 한 마디에 입을 딱 다물고 자세를 바로했다. 까먹고 있던 외박이었다!

이지원

태형아, 널 혼내려는게 아니야. 나도 어린나이에 여주의 오빠를 낳았고. 그래서 내 딸이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했을 뿐이지만 이미 일어난거잖니?

아, 우리엄마. 아빠한테 듣기로는 지금 내 나이에 오빠를 낳았다고 했다. 혼인 전이었기 때문에 오빠는 엄마의 성을 따라서 김씨라고.

지금은 바빠서 보지 못 하지만 나랑은 8살이나 차이나는 성인이었다.

태형이 엄마의 말에 눈동자를 굴렸다.

이지원

그냥 이것만 말해주면 된단다. 네가 여주를 끝까지 책임져주면 되. 물론 여기에는 결혼 도 포함이야.

이여주

에? 엄마 결혼?

이지원

물론이지. 애초에 좋아서 한 거 아니었어? 물론 내 딸이 술에 절인 피클같이 늘어져있었다고는 했다만.

이여주

피클은 아닌데....

내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살며시 태형을 보자 이미 결심을 굳힌듯 고개를 들고 엄마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살며시 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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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결심은 했어요. 아주머니 말씀대로 제가 좋아서 한 거니까요. 물론 여주한테도 책임 지겠다 말했고....

헐, 저런 말을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나는 절대로 저렇게 못 말할 것 같다.

태형의 대답에 엄마가 만족하신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태형이 그 모습에 안심한듯한 표정을 했다.

이지원

좋아, 그럼 . 학교 데려다줄게.

이여주

엑?가야되?

이지원

딸, 나한테 세시간을 붙잡혀 있을래, 아니면 네 미래의 남편분이랑 같이 하루의 반나절을 보낼래? 선택은 자유란다.

엄마가 싱그럽게 웃으며 하는 말에 나는 잽싸게 대답했다.

이여주

후자를 택할게요 엄마. 그럼 데려다주시는거에요?

이지원

말했잖아.자, 일어나! 적어도 삼교시에는 맞춰줄테니까. 특히 이여주,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해! 네 오빠처럼 떡 칠 생각이걸랑 접고.

이여주

오빤 수능 대충 치고 대학갔잖아. ...특권으로

이지원

대충 친게 만점이에요? 으이구, 이 년아. 가서 준비나 해.

엄마가 이어서 그게 대충이냐며 말하더니 내 등짝을 짝, 때리셨고, 나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고서 잽싸게 교복을 입기 위해 내 방으로 달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