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그랬어

6 장. 류의 선물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축제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아침에 저녁때 보자며 문자를 보낸 오빠한테 이미 가운뎃손가락 이모티콘을 날려준지 오래였고, 호들갑을 떠는 아이들 사이에서, 그리고 카페가 된 내 교실에서 감시자 노릇을 하고 있어야했다.

왜냐고?

아리온 굿즈라면 환장을 하는 가시나들 때문이다.

주인이 곁에 있건말건 보기 바쁜데다 성스럽게 다루는 애들이 대다수지만 간혹가다 전시되있는 것들을 거칠게 다루는 애들도 있어서-대다수 다 일반인 이었다- 결국 마실걸 산 사람에 한해서 보여주기로 변경했다.

덕분에 나는 어디 놀러가지도 못 하고 이러고 있는거다.젠장

어떻게 탈출할까 고민하던 차에 옆반애들이 들이닥쳤다. 그 사이엔 김태형도 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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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 이 치사한 것들아! 니네만 해먹으면 좋냐-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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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능력 딸리는게 남의 반까지 와서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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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김태형-! 넌 누구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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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난 내 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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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아아!!!

.....저건 따지러온건지 불평하러온건지.

우리는 금세 관심을 거두고 일에 집중했고, 이에 부루퉁하게 얼굴을 부풀린 지민이 마실거 하나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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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엥? 이천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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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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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게 뭐가 싸! 카페가면. 어, 얼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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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천원 더 위에 아니냐? 솔직히 말해봐, 너 따지는건 핑계고 마시러 온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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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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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넌 그냥 맞아

흘끗 쳐다보니 태형이 지민을 발로 밀고 있었다. 이에 지민이 원성을 터트렸고, 그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내가 자꾸만 쳐다보는게 걸렸던지 반장이 날 불렀다.

반장

여주야, 잠깐 나갔다올래? 쟤네까지 같이 . 곧 무대 시작되니까 그거 보고오는것도 좋겠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태형에게 눈짓했고, 그러자 그는 곧장 지민의 목덜미를 잡아채더니 그대로 질질 끌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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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으에에-!!!

이여주

꺄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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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렇게 좋아?

이여주

당연하지! 평소 축제라면 이런거 절대 안 했을텐데 말이야. 류 가 대단하긴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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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엉? 넌 데뷔앨범부터 다 갖고 있으면서 그것도 몰라?

이여주

아..아하하하

젠장. 묻지말라고..

나는 대충 웃음으로 얼버부리고선 자리를 맡으라 지민에게 명하고는 태형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이여주

태형아 나 저거!! 저거저거!

이여주

김태형 나 이거!!!

이여주

아 김태형 빨리와-!

난 김태형을 물주처럼 부렸다.

하지만 그는 싫은 소리 한 번도 안한채 날 따라다니며 내가 사고싶은 것을 몽땅 사주었고, 실컷 놀고 무대로 돌아왔을땐 이미 날이 저물어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다꼬야끼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렸다.

이윽고 불이 꺼지더니,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자리를 찾는 소리만 들려왔고, 난 태형이 내 입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것도 모른채 무대쪽에 집중했다.

누군가 걸어나와 맨 앞에 놓여있는 마이크대를 집자마자, 파앙 하면서 켜진 스포트라잇이 그를 비추었다.

무대에 선 남자를 확인한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그는 그 함성을 익숙하게 받아내며 싱긋 웃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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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축제 잘 보내고 있나요~~?!

네에에--!!!!!

헉. 고막 나갈뻔했다

나는 엄청난 함성에 들고있던 다꼬야키를 떨어트릴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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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요?! 그러면-!!

오빠가 잠시 말을 끊더니 좌중을 흝어보고는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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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첫곡부터 신나는 곡으로 가보죠--!! Stand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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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와..!! 나 연예인 처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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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 형이 저렇게 인기 많을줄은 몰랐는데.

이여주

...옷이 너무 예쁘다

엉뚱한 내 대답에 태형의 시선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환한 불빛을 받고있는 오빠에게로 향했다. 옷이 예쁘단 내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빠는 반짝이고 있었다.

이윽고 하이라이트에 가서는 오빠가 시원하게 고음을 내뱉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렀고, 축제 분위기는 그로 인해 더 무르익어갔다.

연달아 두 곡을 더 부른 오빠가 잠시 쉬기위해 잔잔한 배경 음악이 흐르게 냅두더니 앞쪽에 비치된 물을 마셨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있어서 그게 잘 보였고, 날 발견한 오빠가 씨익 웃어보였다.

와 . 잘생겼어

원래 잘생긴 얼굴에 땀까지 어우러지니 최고였다.

심호흡을 한 오빠가 토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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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실은! 제가. 오늘 이렇게 학교 축제에 온 이유는요.

학생 전체가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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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제가 그만두기 전 까지 다녔던 모교이기도 하고, 제 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 곳에 왔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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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오랜만에 선생님들도 뵈고, 인사하고,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 동생한테 선물 좀 주려합니다.

오빠의 말에 집중하던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선물이라니. 뭘 말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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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동생이 절 아주 좋아하는데! 바쁘다고 잘 못 놀아줬거든요. 그래서! 후우,.

누가 누굴 좋아해?

나는 상황파악이 안 되서 얼굴을 찌푸리고 오빠를 올려다봤다.

에이 설마, 사람들 앞에서 날 말할리는 없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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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여주야-!!! 축제 끝나면 네가 가장 좋아하는거 줄테니까 비밀로 친건 봐주라~~~!!!

이여주

악-! 미친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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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와, 형. 멋지다

이여주

저게 왜 멋져-!!!

설마가 사람 잡는다!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도망치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앉히는 태형에 의해 얼굴을 가리는 수 밖에 없었다.

주위에서 날 찾는 소리가 들렸고, 난 이런데 오빤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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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바로 다음곡으로 넘어가볼까요? 자, 렛츠고!

다행히 학생들은 음악이 시작되자 아까처럼 응원법을 외치며 환호성을 지르기 바빴다.

이여주

아...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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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네 오빠같아서 좋다

이여주

뭔 소리야, 오빤 내 오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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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평소엔 오빠노릇 안 해줬었잖아. 그래서 하는 소린데. 너 선물 안 궁금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궁금하긴 했다.도대체 뭐길래 이 난리까지 치는지.

이여주

끝나면 알려준대잖아. 그때 잡아서 족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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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나는 코웃음을 한 번 쳐주고서 오빠의 무대에 집중했다.

깜짝 이벤트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뭐 날 위해서 한거라니까

오빠의 마음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곧 달궈진 분위기에 휩쓸려 축제를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