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이제 아예 안써요ㅠㅠ
1화.


난 원래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암살을 할 때면 언제나 연기를 시작했다. 원래부터 능구렁이같은 전정국은 평소 그대로 하면 됬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눈앞에서 일제놈들한테 맞아죽은 것을 본 이후로 내게 감정이란 쓸데없는 것이었을 뿐이다.

난 박지민.. 아니 이젠 도련님이라고 해야하나... 도련님에게 신뢰를 얻기 위하여 지난 3개월간 부단히 노력했고 전정국이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나는 도련님의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면 나의 진짜 자아가 내 자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감정연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에 구멍 하나가 뚫리는 기분..

아하하하! 내가 미쳤지.. 연기를 너무 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일제놈들이 파멸할 때까지.. 난 이 뭣같은 연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럼 해볼까? 오늘의 연기를.

오늘도 마루에 앉아 멍하니 마당을 내다보는 아가씨.

아직 바람이 찬 겨울인데 춥지도 않으신 걸까.. 아님 고통에 무뎌지신 걸까..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김태형
아가씨, 바람이 찬 데 들어가심이..


박지민
나.. 아가씨라 부르지 말랬잖아. 같은 남잔데 아가씨는 무슨..


김태형
도련님, 들어가시죠. 바람이 찹니다.


박지민
응, 이제 들어가자.


김태형
도련님, 차를 대령할까요?


박지민
응


김태형
차를..


박지민
아.. 아니다. 그냥 너 빼고 다 나가.

하녀들
네.


박지민
이리 와.

매일 나에게 안기는 도련님.

진한 과일향이 날 때마다 그 채취의 주인은 도련님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향수를 뿌린 것도 아닌데 나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향. 기분이 좋다.

사락.

구름을 만지듯 아주 조심히 손을 들어 도련님의 머리칼을 빗질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면 손가락이 간질거림과 동시에 가슴이 약간.. 아주 약간 비틀린 느낌이 들었다.

뭐지.. 뭐 별거 아니겠지만. 결국은 당신을 죽여야 하기에 드는 일말의 양심이랄까. 그딴 게 나한테 존재할까가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런 것일 것이다.


박지민
나 봐. 딴 생각하지 말고.


김태형
네.. 도련님.


박지민
무슨.. 생각했어?


김태형
도련님 생각이요.

그러자 화악하고 곱디고운 아가씨의 희고 흰 볼에 홍조빛이 돌았다.

나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되었는지 눈을 매혹적이게 뜨고서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 기생같은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김태형
아가씨.


박지민
..!


김태형
아가씨.


박지민
그만해.


김태형
아가씨.. 볼이 붉어졌네요...


박지민
그게 무슨....!


김태형
아가씨.


박지민
그러지마! 그렇게 부르지 말란 말이야!!


김태형
아가씨..


박지민
흐읏.. 흣..! 하지.. 말라구흐...

그러자 나는 이성을 되찾고 재빨리 눈꼬리를 축 처지게 하여 소중한 것이 망가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지민
흐으.. 너 자꾸...

아가씨의 흰 볼로 투명한 눈물이 매끄럽게 타고 내렸다.

그러자 나는 그 눈물을 손락으로 훔치며 말했다.


김태형
미안해요.. 나의 도련님...


박지민
넌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 제발..


김태형
미안해요 도련님.. 정말 미안해요....

어째서 내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도 정말 의문이었다.

그리고 어째서 당신이.. 나의 적인 당신이 우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지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