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줄게

외전(1)

오늘 나는 나의 마지막 바램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 공연을 잘 끝내고 싶다는 내 간절한 기도를 신은 매정하게도 무시해버렸다.

오늘 나는 바보같이 가사 실수를 했다.

사람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가사 실수나 하는 병신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래도 사람이니 완벽할 수는 없다고 동정을 해줄까.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까.

태형이가 걸어놓은 비밀번호는 사실 나에겐 간단한 문제였다.

태형이와 내가 만난날, 6월 13일.

그는 우리 집 비밀번호도, 핸드폰 비밀번호도 모두 그거였다. 0613.

그래도 지금까지는 굳이 보지 않았다. 태형이를.. 내 친동생 같은 그 녀석을 걱정시키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번만큼은 꼭 보고 싶었다.

마지막이었으니까... 정말로 이젠 끝이니까.

사람들이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할지 이번에는 꼭 알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무섭지만 이를 악물고 컴퓨터를 켰다. 사람들이 욕해봤자.. 뭐 얼마나 심하겠어? 라며 스스로에게 세뇌시켰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글부터 클릭했다.

댓글은 이미 수백건이 달려있었다.

글의 내용은 딱 한줄이었다.

-민윤기 자살해라ㅋㅋ

댓글도 모두 그런 내용이었다.

내가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구나.

난 도대체 왜 사는거야?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거야..?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죽었을 때 기뻐할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윤기

흐윽...흑흑흐으으으....으어어...읍..끅..읍흐읍

가슴이 아파서.. 너무 숨이 막혀서.... 숨쉬기가 힘들어서, 정말 죽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마음껏 소리내어 울수도 없었다.

태형이가 깰테니까. 이걸 보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할걸 아니까..

그 녀석이 그런 놈이라는 걸 잘 아니까.

나는 내 입을 두 손으로 온힘을 다해 틀어막았다.

하지만 눈물은 내 마음과 달리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이제 이 지독한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 증오의 대상이 나라면. 내가 그렇게 싫다면. 죽어줄게, 기꺼이.

내가 죽으면 다 끝나는 거잖아.

나도 편해지고, 너네도 행복하고. 서로 좋네.

마지막 인사는 직접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 가사 노트였던, 이제는 무의미해진 공책을 한장 찢어 평소에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그렇지만 가슴속에 담아둘수밖에 없었던 말을 한글자씩 써내려갔다.

'인사는 짧게 해야 미련 없으니 빨리 쓰자.'

이렇게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은 첫줄을 쓰자마자 와장창 깨져버렸다.

To. 우리 가족들, 태형이.. 나의 전부였던 내 사람들

이 한줄을 쓰자마자 나는 무너져 내렸다.

정말 나의, 내 인생의 전부였던 유일한 내 편인 사람들.

빨리 쓰자고. 빨리 쓰고 끝내자고 다짐했지만 눈 앞을 뿌옇게 흐려버리는 눈물은 그런 날 방해했다.

그래. 마지막이니까 그럴수 있다고 치자.

순간 내 손에 있던 펜이 뚝, 하고 부러졌다.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었나보다.

펜의 검은색 잉크가 내 손에 흘러내렸다.

윤기

아 젠장. 되는 일 하나도 없네.. 하아

서랍에서 새 펜을 꺼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편지를 써내려갔다.

정말 내 마지막이 될 말이었다.

한글자 한글자 쓸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입술은 너무 많이 깨물어서 이미 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다.

그렇게 쓰다 울다를 몇차례 반복하며 내 속에만 있던 얘기를 모두 끄집어냈다.

지금까지는 나약한 나를 남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더 나약해질까봐.

그게 맞는거라 생각했다.

결국 내 속에서만 썩히던 그 나약함은 나를 집어삼켰다.

주방으로 가 작은 과도를 하나 챙긴 후 태형이의 방으로 갔다.

슬그머니 문을 열어보니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고 몸을 웅크린채 잠들어있었다.

그런 그를 제대로 뉘어주고 이불을 덮어줬다.

태형

으음.. 윤기형.... 안돼. 하지 마...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윤기

야..너, 깨어있었어....?

태형

으으으.. 으음...

잠꼬대였다. 그는 분명 아무것도 모른채 잠들어있었다.

윤기

....미안하다, 태형아... 흡..흐윽 흑흑.. 형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 나도.. 못해먹겠다 이젠..

그렇게 나는 한참동안 서서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윤기

그래.. 나 정말로 이젠 좀 쉬어야겠다, 태형아.

태형

으응... 윤기 형아.. 헤헤.....

윤기

새끼... 잘 살아라. 잘 지내고...

나는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고 집을 나섰다.

9시 반 조금 넘은 거리는 한적했다.

나는 나의 작업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러.

외전 2편에서 계속됨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