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줄게
외전(2)


작업실 불을 키고 의자에 앉았다.

이것도 마지막이다, 이젠.

후드 주머니 속에 넣어놨던 과도를 슬그머니 꺼내 손목에 갔다댔다.

쉬울줄 알았는데.. 미련 없을줄 알았는데

자꾸 김태형, 그 녀석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형.. 하지마아아..... 안돼..'

계속 그 목소리가 나를 망설이게 했다.

윤기
크흐읍...!! 흑흐윽...윽윽윽.....으아아아아!!!

나는 실로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나 없이 살아갈 그 자식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나의 동료이고, 가족이었다. 아니...그 이상이었다.

윤기
으아...아아...흐윽윽...흐읍..읍

눈물이 쉴새없이 쏟아져내렸다.

칼을 집어 던졌다.

칼은 쨍그랑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책상위를 팔로 쓸어내리자 모든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났다.

그 아이만큼은 상처받길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처를 줘버리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가슴이 저려왔다.

의자에서 겨우 일어나 칼을 주우러 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음을 옮기는게 너무 힘들었다.

힘겹게 칼을 주워 바닥에 주저앉았다.

칼은 내 손목위에 있다.

한번만.. 눈 딱한번만 감으면

이 모든걸 끝낼수 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움직였다.

붉은 피가 울컥하고 쏟아져나왔다.

너무나도 아팠다. 불에 타버리는 듯한 통증.

내 손목에서 나오는 붉은 액체는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놓쳐버렸다.

힘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눈을 떠보려 노력했지만 눈꺼풀은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나는 세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윤기
이제... 끝이구나. 미안해... 미..안

희미한 의식속에서 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나는 옆에 떨어진 핸드폰에 손을 뻗고 싶었다.

하지만... 받을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수없었다.

눈 끝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나왔다.

추웠다.

시리도록 춥고 외로웠다.

9월인데.. 왜 이렇게 추웠는지 모르겠다.

태형아... 너무 자책하지 말아라. 슬퍼하지 말아라.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데... 미안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스스르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