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일진한테 뽀뽀 받았어요

01. 나중에 가지러 와 (1)

주말을 끼고 있었던 사건이었으니...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정확히는... 잊혀져가고 있다.

시험도 끝나고 체육대회가 다가오니 정할 게 많아서. 지금 우리 반은 두 의견이 대립 중...

이것도 추억인데 웃긴 걸로 가자! vs 고등학교 첫 체육대회인데 예쁜 걸로 가자!

솔직히 나는... 둘다 별로야. 전자는 꽃무늬 냉장고 바지라 시원하긴 하겠지만... 후자는 좀 더워 보여 조금 망설여지기는 해.

으으, 오늘 또 반에서 싸움나겠네. 어휴. 근데 김채원 얘는 왜 안 나와?

햇빛을 손으로 가리고 발만 동동거리다 핸드폰을 켜 전화해본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통화연결음이 끊기고 퍽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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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야야야야야야야야야, 하... 나나 머리 풀까... 묶을까?]

홍여주 image

홍여주

[... 아직 머리도 안 했다고? 나 지금 밖에서 기다리는데?]

헛웃음이 새어나와. 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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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3분만에 안 나오면 바로 감.]

그 말만 하고 바로 끊는다. 어짜피 얘 이래도 늦어.

그래서 1분도 안 기다리고 학교로 발길을 돌려. 가는 길에 있는 혜성이 유성이 집 들러서 유성이 만나고... 아, 얘넨 쌍둥이. 생긴 게 진짜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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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조오옿은 아침...

다른 점이라면 김혜성은 주로 머리를 풀고 김유성은 머리를 묶는다는 점? 둘 다 어울린다. 바꿔도 어울릴 것 같아. 그리고 둘이 말 하는 게 비슷한 듯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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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허, 왜 그렇게 죽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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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월요일...

김혜성은 뭐 남친이랑 갔겠지. 걔는 연하가 뭐가 좋나 몰라... 동갑만 좋아하는 나로서는 중3 남친 가진 혜성이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김혜성은 중학교랑 고등학교랑 가까운 게 너무 신난 모양이다. 그러니까 맨날 남친이랑 일찍 가지...

손부채질을 하면서 그늘에서 조금 기다린다. 누구 기다려야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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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야, 근데 2반은 있잖아.

오늘 숙제 빌려달라, 에서 시작한 대화가 그 과목 선생 욕으로 바뀔 때 즈음 골목에서 탁탁거리는 신발소리가 들려온다.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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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아아아아! 니네 먼저 만나는 게 어딨어...!!

그 말도 땅바닥 보면서, 거칠게 숨 쉬면서 한다. 아고 뛰어왔네...ㅎㅎㅎ 뒷통수에 달린 빨간색 체크무늬 곱창끈 보고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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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아, 결국엔 묶었네 너.

김채원이 한참을 상체 숙이고 거칠게 호흡하다 고개만 빼꼼 들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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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덥, 잖아... 아오 숨 차.

푸스스 웃으면서 김채원 등 두드려주는 김유성한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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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지금 몇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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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야, 나 오늘 체육복 안 들고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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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아... 그래서 머리는 묶고 옷은 안 들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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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아아니... 홍시. 그게 아니고... 그래서 너 바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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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응 근데 오늘 나 3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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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아, 나 4교시야... 성이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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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흐흥, 나도 없어...

엷게 웃던 김유성이 멀리 보이는 교문을 자세히 보는 듯 미간을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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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야. 김채원 니 댄스부 선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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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헐, 헐 진짜...?!

그 선배는 김채원 짝남. 김채원 헝클어진 머리 다시 묶고 발간 입술도 확인하고 눈썹도 확인하고 주먹을 꼭 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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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 가자.

티나지 않게 웃으며 교문으로 가까워져 갈수록 옆에서 큼큼 목 가다듬는 김채원 있다. 가만 보면 진짜 웃겨, 얘도.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김채원이 티 내지 말라 진지하게 말해놔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생각 없이 핸드폰 켜서 김혜성한테 온 페메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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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선배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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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으응, 안녕.

박지민. 우리 학교 댄스동아리 부기장에 선도부까지. 이 학교를 몇 개월 다니다 보면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유명하고 인기 많은 선배.

성의없게 김혜성한테 답장 보내고는 계속 대화하는 김채원과 그녀의 짝남 본다. 눈이 마주쳐. 김채원이 아닌 그 짝남 선배랑.

멍하게 쭉 찢어진 눈 응시하고 있는데 그 선배가 갑자기 다가와. 잘못한 건 없는데 당황해서 몸 여기저기 훑어. 저 사람 왜 내 쪽으로 오지, 나 뭐 잘못했나.

앞까지 온 선배가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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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쟤가 너 부르는데.

그 손가락 끝이 가르키는 건 매서운 눈으로 내 쪽 보고있는 한 남자. 1학년은 선도부에 못 들어가니 한 선배가 되겠네.

눈 마주치자 갑자기 싱긋 웃어. 나 저기로 가야 하는 거지? 그런 거야?

주춤거리다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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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주

안녕하세요...

눈 앞이 바로 그 선배 명치라 눈 안 마주치고 고개만 살짝 까딱했는데 두 손이 내 왼쪽 쇄골로 향해.

두 걸음 물러나면 그 손에 노란색 명찰 잡혀있어. 응? 내 명찰?

그 선배가, 그러니까 방금 내 명찰 가져간 선배가 샐쭉 웃어. 응? 저 웃음 어디서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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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거 나중에 가지러 와.

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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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르노

아니 내님들 있잖아요 원래 명찰은 왼쪽 가슴에 달려있거든요? 근데근ㄷ0 여기서 왼쪽거기에 있는 걸 전선배가 떼가면 저거 쫌 민망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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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르노

그러니까 좀 강성태 늒김 나긴 하지만 왼쪽 쇄골로 가겠습니다 더 밑에는 안돼요ㅜㅜㅠ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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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르노

끝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