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한테 걸려버렸다
11. 묘하게 신경 쓰여



한태산
방금 뭐라고...


박성호
아, 모르시겠구나.


박성호
대표님이랑 같이 점심 드셨다던데.


박성호
매운 거 못 드시는 사람을 왜...


한태산
여주 사원님께서 매운 거 아주 잘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한태산
그런데 그 정도로 못 드시는 분인 줄은 몰랐네요.


한태산
어쩐지 물을 많이 드시더라니.


박성호
아무튼 대표님,


박성호
제안 받아주세요.


박성호
정장 값의 2배를 드릴 테니까요.


한태산
여주 사원님을 데려가시려는 이유는요?


박성호
첫눈에 꽂혔습니다. 이 마음이 오래 갈 것 같고요.


한태산
허,


한태산
진짜 진심이시네요?


한태산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죠.


한태산
정장 값의 2배여도 못 받습니다, 그 제안.


박성호
와, 보통 이런 건 거절하기 힘든데.


박성호
대표님이야말로 여주님 마음에 들어하시는 건 아닌지.


한태산
제가 직원 좋아하고 그럴 사람으로 보입니까?


박성호
아, 맞다.


박성호
잊고 있었습니다. 대표님에게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한태산
...


박성호
그래서 방금 그 발언 취소할게요.


박성호
약혼자가 없는 저는 여주님을 꼭 데려가야겠으니까,


박성호
대표님께 생각하실 시간을 더 드릴게요.


박성호
다음에 또 봬요.


한태산
...

성호 대표가 나가고,


한태산
(비서실에 전화를 걸며) 비서님, 잠시만 들어와주세요.

똑똑.


비서
부르셨습니까?


한태산
비서님은 사랑 많이 해보셨습니까?


비서
네?


비서
갑자기요...?


한태산
지금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그럽니다.


한태산
묘하게 신경이 쓰이네요.


비서
누가요...?


한태산
뭔가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을 탐내서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그런 감정은,


한태산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까?


비서
그러니까 누구...


비서
헉, 설마 약혼자님이요?


비서
예전에는 친구로만 보인다고 하시더니.


비서
드디어 진심이 되신 겁니까? (웃음)


한태산
...


한태산
사랑이냐고 물었습니다.


비서
아니요! 그거 가지고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고,


비서
사랑 전 단계? 그런 느낌입니다.


한태산
...사랑 전 단계요?


한태산
제가 제 직원을...


비서
...?


비서
잠깐, 설마...


한태산
(인상을 쓰며) 나가세요.


한태산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니, 내가 나가겠습니다.


비서
네?


비서
대표님 어디 가시는데요?!

김여주
어떻게 이야기는 잘 되셨어요?


박성호
잘은 모르겠는데,


박성호
될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엄청난 제안을 하고 왔거든요.


박성호
보통 그 돈이면 거절하기 힘들 텐데.

김여주
정말요?


팀장
여주 사원님 제 생각보다 더 기뻐하시네요?


팀장
제가 밀어드리긴 했지만 살짝 서운...

직원
맞아요. 저희 그래도 꽤 빨리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직원
뭔가 아쉬운 느낌?


박성호
아쉬우시면 같이 가셔도 되는데.


한태산
박성호 대표님?


박성호
네?


한태산
얼른 돌아가서 일 보세요.


박성호
지금 저를 내쫓으시는...?


한태산
제 마음은 나중에도 거절일 겁니다.


박성호
...그래요?


박성호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죠.


박성호
그럼 저희 회사를 잠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건...


한태산
그것도 안 됩니다.


박성호
안 된다고요?


박성호
여주님의 생각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태산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고,


한태산
여주 사원님은 저 좀 봅시다.

김여주
네?... 알겠습니다.

김여주
(성호 대표를 보며) 다음에 봬요.


한태산
(단호하게) 다음에 또 뵐 일 없을 겁니다.

김여주
네?

대표는 나를 억지로 끌고 갔다.

힘이 왜 이렇게 들어갔어?

...혼나려나.

대표는 나를 벽으로 밀고 가까이 붙었다.

김여주
ㅁ, 뭐예요?


한태산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한태산
...괜찮아요?

김여주
뭐가요?


한태산
쓰러질 뻔했다면서요.


한태산
매운 거 못 드셔도 뭐라 안 했을 텐데 왜 잘 드시는 척을 했죠?

김여주
그거야...

김여주
진짜 솔직하게 말해요?


한태산
네.

김여주
대표님을 이기고 싶었으니까요.

김여주
매번 지는 기분이라.


한태산
그래서, 괜찮긴 한 거예요?

김여주
성호 대표님이 소화제 사다주셔서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한태산
(인상을 쓴다.)

김여주
...죄송합니다.


한태산
뭐가 죄송한데요?

김여주
매운 거 잘 먹는 척...을 해서요.


한태산
제가 순간 화난 건 그게 아닙니다.

김여주
...네? 그럼...


한태산
그 입에서 다른 사람 이름 나오는 거,


한태산
그거에 화가 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