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한테 걸려버렸다
14. 나를 떠나겠다는 거야?


김여주
진지하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한태산
뭔데요?

김여주
...최근에,

김여주
너무 죄송했습니다.


한태산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한태산
혹시... 키스?

김여주
...(끄덕) 네.


한태산
제가 먼저 한 일이니 제가 사과를 드려야죠.


한태산
기분 나쁘셨다면 미안합니다.

김여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김여주
대표님에게는 약혼자가 계시는데...


한태산
아닙니다.

김여주
뭐가요?


한태산
원하지 않았던 약혼자입니다.


한태산
약혼은 언제든 깰 수 있어요.

김여주
...

김여주
그래도 약혼을 하게 되신 계기가...


한태산
괜찮습니다.


한태산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한태산
...그보다 여주님께 제일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한태산
여주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여주
예전에는 악질 대표라고 생각했어요.

김여주
속으로 저주도 많이 했고...


한태산
이해합니다.

김여주
비상계단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김여주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김여주
음... 근데 오늘 본 태산 대표님의 모습으로,

김여주
조금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김여주
모두가 대표님이 잘생겼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았던 내가,

김여주
결국 잘생겨 보이고 좋아하게 돼버린 것 같아요.


한태산
...


한태산
그럼, 저희 오늘부터 진지하게 만나볼래요?

그렇게 악질이었던 대표와 진지한 만남을 시작하게 됐다. 아, 물론 비서님 외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만.


한태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비서
...대표님의 대표직 자리가 위험해졌어요.


비서
약혼자 쪽에서 여주님과의 교제 사실을 알게 되셨나 봅니다.


비서
약혼이 없던 일로 되면 자연스럽게 대표님은...


한태산
허,


한태산
진짜 그럴 능력이나 있대요?


한태산
저희처럼 잘 나가는 회사도 아닌데.


비서
...어떻게든 하실 것 같던데, 어쩌실 생각이세요?


한태산
약혼은 없던 거로 하고,


한태산
제 대표직도 지켜야겠죠.


비서
그렇게는 아마 안 되실 겁니다.


한태산
돈이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한태산
(서류를 건네며) 그리고 이거 지금 가지고 가셔서 @@회사에 제출해주세요.


비서
이게 뭐죠?


한태산
여주 데려오는 프로젝트요.


비서
대표님...


한태산
빨리 가세요.


비서
알겠습니다.

* 한편, 여주.


박성호
여주 사원님?

김여주
(놀라며) 네!?


박성호
잠깐 로비로 나오실래요?

김여주
네... 알겠습니다.

뭐지, 나 잘못한 거 있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로비로 향했다.

김여주
무슨 일이세요?


박성호
여주 사원님께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김여주
네? 무슨 기회요?


박성호
해외에서 일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김여주
해외라면... 어디요?


박성호
미국이요.

...멀리도 가네.


박성호
어때요?

김여주
음... 그게 저는...


박성호
거기 가게 되면 진짜 많은 걸 배우고,


박성호
예쁜 풍경들도 보고 할 텐데.


박성호
여주 사원님께 정말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성호
어때요? 저는 꼭 여주 사원님이 가시면 좋겠어요.

김여주
...

김여주
일단 알겠습니다.

큰 돈 들여서 나를 이 회사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해주셨는데,

내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프로젝트 아니었다면 난 태산 대표를 여전히 저주하고 있었을 거고,

이렇게 연애하는 일이 아마 없었을 테니까.

태산 대표가 이런 날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태산
...무슨 소리야?


한태산
미국으로 간다니.

김여주
미안해... 어쩔 수가 없었어.


한태산
어떻게 나랑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결정을 할 수가 있어?


한태산
안 그래도 너 데려오려는 프로젝트 그 회사에 제출했는데.

김여주
...뭐라고?

김여주
내가 전에 시작하지 말라고 했잖아. 회사에서 조심한다고 해도 약혼자님이 아시면...!


한태산
이미 알아버렸어.


한태산
괜찮아.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한태산
근데... 미국? 대체 왜 그런 결정을 한 거야.

김여주
성호 대표님이 나 데려오겠다고 큰 돈을 써주셨는데,

김여주
내가 거절하면 더 죄송해질 것 같았어.


한태산
내 프로젝트 받아들여지면 안 그래도 되는 거 아니야?


한태산
너... 방금까지 한 말 있지,


한태산
나 떠나겠다는 말로밖에 안 들려.

김여주
아니야... 절대로.

김여주
기다려 줄 수만 있으면...


한태산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은 사람한테 기다리라니.


한태산
그거 참 지옥이다.


한태산
그새 박 대표님한테 마음이라도 생긴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