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한테 걸려버렸다
16. 미안해


어...

그러니까, 이 기사가 왜...


박성호
여주 사원님?

김여주
네...!


박성호
잠깐 대표실로 오세요.

김여주
네...

제대로 큰일이네...


박성호
진짜예요?

김여주
...보셨구나...


박성호
진짜로 연애해요?


박성호
그래서 제가 시간 되냐고 여쭤봤을 때 계속 거절을...

김여주
죄송합니다, 대표님.

김여주
제가 회사에 민폐를 끼친 것 같아요...


박성호
음... 근데 연애는 연애지,


박성호
결혼은 아니잖아요?


박성호
괜찮아요.

김여주
네?


박성호
괜찮으니 가서 일 마저 보세요.


박성호
다른 직원들은 그 주인공이 여주 사원님이신 거 모를 테니 걱정은 마시고.

김여주
대표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박성호
감으로요.

김여주
...아,

김여주
감사합니다. 대표님.

...너그러우신 대표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 시간이 흐른 후.

태산의 약혼이 없던 일이 되자 대표직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물론 이 소식을 알고 제일 충격을 받은 건 나였다.

김여주
너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한태산
괜찮아.

김여주
...

김여주
정말 이건 아닌 것 같아...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한태산
아니야. 쉴래.


한태산
쉬고 싶어.


한태산
너랑 미국에 갈 거야.

김여주
뭐라고?


한태산
너도 나랑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한태산
미칠 것 같지 않아?


한태산
그러니까 같이 가자.

김여주
...

김여주
괜찮겠어? 나는 거기에 일을 배우러 가는 건데.

김여주
혼자서 심심하게...


한태산
괜찮아. 어쨌든 너랑 있을 수 있는 거니까.

분명 여기까지는 좋았다.

나도 외롭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박성호
여주 사원님.


박성호
미국 가시는 거 있잖아요.

김여주
네!!


박성호
미국 말고 다른 나라로 가시게 될 것 같은데.


박성호
어디로 가시는지는 당일에 알게 되실 것 같아요.

김여주
네?

김여주
그게 무슨 말씀...


박성호
대비하는 거예요.


박성호
한 대표님이 이제 대표직에서 내려오셨으니까.


박성호
여주 사원님이랑 같이 해외를 간다거나 그런...

...이때 진짜 제대로 느꼈다. 망했구나.


박성호
일하러 가시는 거니까 일에만 집중하시면 좋겠어요.


박성호
만약 이 말을 한 대표님께 알려서,


박성호
한 대표님이 공항에 모습을 보이신다면,


박성호
여주 사원님은 그대로 해고입니다.


박성호
전에 카페 일 하셨다고 해서 카페로 다시 갈 생각은 마세요. 어차피 못 하실 거고,


박성호
여기도 제가 모든 회사한테 말해두면...

김여주
무슨 뜻이신지 알겠습니다.

김여주
...명심할게요.


박성호
(웃음) 좋아요. 그럼 이제 가서 일 보세요.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표실에서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해야 돼...

김여주
여보세요?


한태산
심심해서 전화했어.


한태산
당장이라도 보고 싶은데... 정말 안 돼?

김여주
응, 미안해.


한태산
무슨 일이길래 그래.


한태산
박 대표가 너한테 뭐라고 한 거 아니지?

김여주
박 대표님이 그런 분은 아니셔.


한태산
...


한태산
(낮아진 목소리로) 너 은근 박 대표님 쉴드 잘 친다?

김여주
...그거야 정말 그런 분이 아니시니까.

김여주
사실 나 미국 안 가기로 했어.


한태산
(웃음) 좋은 소식이네.


한태산
근데 왜 그렇게 목소리가 슬픈 건데.


한태산
아쉬워서?

김여주
...아니, 아쉬운 건 아닌데...


한태산
근데 왜.


한태산
(한숨) ...지금 데리러 갈게. 봐야겠으니까.

김여주
...

* 시간이 조금 흐른 후.


한태산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다.)


한태산
왜 울상인데? 응?

김여주
미안해.


한태산
왜? 뭐가?

김여주
미안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김여주
미리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김여주
나도 진짜 어쩔 수가...


한태산
혹시 헤어지자는 건가?


한태산
내가 이제 대표가 아니어서?

김여주
무슨 소리야?

김여주
그런 거 아니고...


한태산
그런 게 아니면 뭔데.


한태산
말을 해줘.


한태산
서로 너무 답답하잖아, 지금.

김여주
며칠만...

김여주
며칠만 있으면 다... 알게 될 거야.

오늘 제대로 느낀 것은,

내가 생각보다 꽤나 일에 진심인 사람이라는 거였다.

태산이는 대표직에서 내려왔어도 여전히 돈이 많으니,

돈 걱정은 안 하고 살겠지만.

재벌이 아닌 나는, 카페도 다시 할 수 없고 회사도 못 다니게 되면...

평생 거지로 살아야 되거나 아예 무섭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신중했다.

결국 끝까지 태산이에게 말을 안 하고,

해외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근데,

대표님도 같이 가시는 거였어...?!


박성호
...놀랐어요?

김여주
왜 대표님도 가시는 거라고 말을 안 해주셨는지...


박성호
그거야 안 물어보셨으니까요.

이걸 태산이가 알기라도 하면 더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왜 당연히 혼자 가는 거로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