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한테 걸려버렸다
17. 당황스러운 일


긴 비행을 마치고, (도착지는 똑같이 미국이었다. 대표님이 거짓말을 하신 거라고...)

여기서 일을 더 배운 지, 한 달이 되었을 때였다.


박성호
오늘은 어땠어요? 되게 괜찮았죠?


박성호
여주 사원님 업무 실력도 전보다 많이 늘어나신 것 같던데.


박성호
(웃음) 돌아가시면 빠른 승진도 가능하시겠는데요?

김여주
(웃음) 정말요? 감사합니다.


박성호
그럼 고생 많았어요. 들어가서 푹 쉬어요.


박성호
내일 봅시다.

김여주
네, 대표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나는 그동안 태산이한테 온 모든 연락들을 무시했다.

휴대폰을 꺼뒀어야 했는데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어차피 태산이는 이제 대표가 아니니까 혼자서는 못 찾겠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궁금하네.

* 또 며칠 후.

간만에 휴가라 혼자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

저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누가 봐도 모델 같고 자기 잘난 게 티가 나는.

김여주
태산아...


한태산
...

태산이는 무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러다 쌓였던 게 폭발한 사람처럼 거친 입맞춤을 했다.

김여주
그ㅁ...!

그만하라고 해도 멈출 줄을 모르는 태산.

김여주
진짜 그만...!

어깨를 살짝 밀어내니 드디어 멈췄다.

김여주
(숨을 몰아쉬며) 너 왜...


한태산
전에 사과한 이유가 이거였어?


한태산
박 대표가 너한테 협박한 거지, 그렇지?


한태산
그리고 너는 그 시간 동안 박 대표랑 좋은 추억 만들었겠다.


한태산
나는 안 그리웠어? 생각이 안 났어?

김여주
태산아, 진정해.

김여주
내가 정말 미안해... 근데 이건 일 때문에...


한태산
너 회사 잘려도 내가 책임지면 되는데,


한태산
나를 버리고 꼭 여기를 왔어야 했어?

김여주
...

김여주
정말 어쩔 수 없었어...

김여주
나는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할 자신도,

김여주
너한테 계속 받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한태산
새로운 도전 안 해도 돼.


한태산
내가 대표는 아니어도 팀장이라도 해냈으니까.

김여주
뭐?

김여주
그게 무슨 소리야...?


한태산
OO회사 네가 있던 팀의 팀장이 됐어.


한태산
힘을 좀 썼더니 팀장이라도 하게 해주셨어.


한태산
그러니까 잘리면 너는 다시 OO회사에 오면 돼.

김여주
대표 아니고 팀장이잖아. 어떻게 하는데...

김여주
나 잘리면 모든 회사에 못 들어가게 되는데...


한태산
아,


한태산
그런 식으로 협박을 했구나?

김여주
어...?

김여주
(소심해진 목소리로) 맞아...


한태산
그건 내가 어떻게든 막아줄게.


한태산
그러니까 돌아가자, 나랑.

김여주
...

김여주
그래도 나 어차피 곧 돌아가니까,

김여주
남은 일은 끝내고 가고 싶은데...


한태산
너, 나 안 사랑해?

김여주
사랑하지.

김여주
근데 나, 여기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아직 배울 게 조금 남았어.

김여주
나중에 OO회사로 다시 가면 회사에 엄청 도움이 될 거야.


한태산
...

김여주
너도 대표할 때 일에 진심인 모습들이 있었잖아.


한태산
...그거는,

김여주
조금만 시간을 줘.

김여주
돌아가면 네 말 다 듣고 그럴게.


한태산
...


한태산
(한숨) 알았어.


한태산
질투가 많이 나지만, 기다릴게.

김여주
고마워.

김여주
...근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한태산
김 비서님은 그대로 비서실에 계셔서.

김여주
아... 김 비서님 도움 받은 거구나?


한태산
그렇지.


한태산
그럼... 연락은 무시하지 말고 꼭 받아.


한태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테니까.

김여주
알겠어. 연락 잘 확인할게. 고마워.

그대로 태산이는 먼저 떠난 듯했고.

나는 계속 남은 휴가를 즐기다 대표님이랑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김여주
우와, 여기서 다 뵙네요.


박성호
그러게요. 어디 가시는 길이에요?

김여주
그냥 막 걷고 있던 중이었어요.

김여주
길이 예뻐서.


박성호
저도인데. 통했네요.


박성호
같이 걸을까요?

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박성호
여주 사원님은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호
그냥 같은 회사 대표님인가?

김여주
...무슨 뜻이에요?


박성호
저는 여주 사원님을 좋아해요.


박성호
사원으로 말고 이성으로.


박성호
처음 만났을 때 있죠.


박성호
그때부터 좋아했어요.

김여주
...


박성호
저는 가망이 아예 없는 걸까요?


박성호
저 그래도 국내에서 돈 많은 편인데.


박성호
(웃음) 제가 평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드릴 수 있을 텐데.

내가 말을 못하고 가만히 있자,

쪽.

볼에 흔적을 남기셨다.

김여주
지금 이게 뭐...


박성호
미안해요. 갑자기 고백하고 이래서. 근데 제가 이런 거 잘 못 참는데 되게 많이 참은 거예요.


박성호
다음은 다른 곳인데, 싫으면 피해요.


박성호
제 마음이 더는 기다리기 힘들어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