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한테 걸려버렸다

18. 원래 있던 곳으로

...

나는 대표님이 다가오시는 걸 피했다.

아,

역시 그러실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선 넘었네요.

남자친구 있는 분한테 이러면 안 됐는데.

순간 마음이 멋대로 행동했어요.

방금 제 행동은 잊어주세요.

...네.

방금의 일로 조금 어색해지기는 했지만,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 그런데...

* 다음 날.

헉... 대표님 얼굴이 왜 그래요?

아... 그게요.

싸움을 좀 했습니다.

어쩌다가요? 누구랑요?

...여주 사원님 남자친구요.

네?

태산이요?

나는 급하게 태산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 너 대표님께 무슨 짓을 한 거야.

저는 괜찮은데...

남자친구가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네?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

저는 모르죠.

그리고 지금은 업무 시간이니까 업무에 집중합시다.

...

문자 보내지 말걸. 실수했다.

화났겠지...

그렇게 일을 다 마치고 태산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몸은 괜찮아?

안 괜찮아.

어디에 있는데? 내가 갈게.

...

태산아!

...

그런데 내가 본 태산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얼굴이 이게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제 그대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워서,

너는 하루동안 뭘 하려나 궁금해서 따라갔어.

...근데 충격적인 장면을 봐버려서.

참을 수가 없었어.

...

여주야, 제발 부탁인데...

그 회사에서 나와.

늘 무표정이었던 태산이가 오늘만큼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알겠어.

정말이지?

그럼 같이 돌아가자.

그래도 일은 마치고...

귀국하고 바로 사직서 낼게.

...아,

그걸 며칠 또 버티라고?

괜찮아. 이제 안 그러실 거야.

조금만... 버텨주라.

솔직히 많이 지치지만,

귀국하면 내 말 듣는다고 했으니까.

그 약속 지킬 거라고 믿을게.

당연하지.

나는 태산이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정말 귀국하고 바로 사직서를 냈다.

이게 뭐예요?

사직서...?

죄송합니다, 대표님.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지금 이러는 게 엄청난 민폐인 거 알지만...

받아주세요.

제가 고백한 것 때문에 이러시는 거면...

그런 거 아닙니다.

...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겠네요.

OO회사로 돌아가시려는 거죠?

네...

그러세요.

남자친구 그렇게 만든 제 잘못이 있기도 하니.

...미안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주치게 되면 인사는 하게 해줘요. 그래도 저희 회사 사원이셨으니까요.

네. 그럴게요.

생각보다 순조롭게 OO회사로 갈 수 있게 됐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장 입은 것도 되게 오랜만에 보네.

역시 정장을 입은 모습이 제일 멋있구나.

여주 사원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와, 오랜만이에요.

혹시 그럼 이 팀장님은...

다른 팀으로 가셨어요.

아...

왜요? 제가 팀장이라서 싫어요?

...

시작이다. 저 악질 모습...

아니요, 그게 아니라...

업무 시간이니까 업무나 시작하시죠.

...네.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그때, 휴대폰 화면이 켜지며 문자가 왔다.

: 나도 오래 참았으니까 너도 참아.

: 내 말 다 듣는다고 했잖아.

...

: 설마 야근 시킬 생각은 아니지?

: 일 별로 없는 것 같은데.

: 무슨 소리야. 일이 얼마나 많은데.

: 여기 원래 계시던 이 팀장님도 일 너무 많아서,

: 옮기신 거잖아.

: 엥?

: 거짓말이지.

: 들켰네.

: 아무튼 야근해. 같이 남자.

: 밤까지 같이 남아보는 게 내 로망이었어.

: 그 로망은 오늘이 아니어도 가능할 텐데?

: 꼭 오늘이어야 돼?

: 내 말 듣겠다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 ...알겠어. 남을게.

저기...

너무 티나요.

(놀라며) 네?

여기 모르는 사람 없을 텐데요. 어떤 분이 기사를 많이 내셨었어서.

(헛기침)

미안합니다.

그래도 재밌네요. 차가우셨던 대표님의 이런 모습도 보고.

순식간에 사무실은 화목한 분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