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텨야 너희가 웃으니까

결국은...

여주가 느지막이 거실로 나왔을 때, 멤버들은 이미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하게 조용했다. 정국이 뭔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바로, 여주의 약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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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이거, 네 방 침대 밑에서 주웠어. 어제 떨어뜨렸나 봐.

여주는 순간 굳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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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아무 말도 안 하고 이런 거 먹는 이유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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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너, 아픈 거 숨기고 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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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냥 감기 비슷한 거야. 별거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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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

여주야. 너 우리랑 몇 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이런 걸 혼자 해결하려고 해?

여주는 말문이 막힌 채 고개를 숙인다. 그때, 지민이 여주 옆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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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너 어제 그렇게 말했잖아. 우리가 걱정하는 게 싫다고. 근데… 네가 혼자 아픈 게 더 싫어.

지민은 조용히 여주의 손목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지민은 말없이 침대에 여주를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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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정국이 약통 주웠다고 너한테 뭐라고 하려는 거 아니야. 그냥, 진짜 걱정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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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내가 말하면 오빠들 표정 다 어두워지잖아. 나 때문에 다 같이 분위기 무거워지는 거, 싫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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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야, 우리 그 정도로 약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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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근데… 나만 계속 아픈 것 같고, 자꾸 민폐 같아서…

지민은 말없이 여주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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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넌 우리 막내야. 가족이잖아. 가족이 아픈 거, 민폐라고 안 해.

여주는 지민이 품에 안긴 채 작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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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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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미안해하지 마. 다음부터 아프면 말해. 오케이?

여주가 방에서 조용히 나왔을 때, 오빠들은 여느 때처럼 주방에서 정신없이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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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여주야~ 오늘은 오빠가 정성껏 죽 만들어봤어. 간은 안 셨거든. 너 입맛에 맞을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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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과일도 깎았어. 사과랑 배랑 바나나 다 섞었는데, 네가 바나나 별로 안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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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야, 내가 깎은 거야. 정국은 배만 깎았거든.

오빠들의 익숙한 떠들썩함에, 여주는 살짝 웃는다. 그 따뜻한 소란 속으로 걸어가려던 순간— 눈앞이 갑자기 흐릿해졌다.

어지럽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숨이 점점 가빠졌다. 손끝이 떨렸고, 무릎에 힘이 풀렸다.

…잠깐만…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주의 몸이 휘청이며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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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여주야!!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정국이었다. 곧바로 여주의 몸을 받쳐 안고,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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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형!! 여주 쓰러졌어!!

지민과 RM, 뷔가 동시에 달려왔다. 진은 식칼을 내려놓고 바로 119를 부르려다, 태형의 말에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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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아니야, 숨은 쉬고 있어. 열이 좀 심한 것 같아. 얼음팩이랑 해열제 먼저!

RM은 침착하게 약통을 챙기고, 진은 부엌에서 얼음팩을 들고 돌아왔다. 정국은 여주의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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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진짜 괜찮다며… 왜 또 이런 걸 숨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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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우리 다 있으니까… 좀만 버텨. 여주야, 눈 떠봐.

여주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오빠들의 얼굴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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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미안… 그냥… 좀만 참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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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아냐. 이제 혼자 참는 거 없어. 넌 이제 절대 혼자 안 아파.

태형의 말에 여주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힌다. 숨을 고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주.

오빠들은 말없이 그 곁을 지켰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대도 스케줄도 다 멈춰 있었다. 막내가 아픈 게, 모두의 심장을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