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텨야 너희가 웃으니까
잠깐이면 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늦은 밤. 방탄소년단은 하루 종일 이어진 스케줄과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여주가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 말없이 걷고 있을 때, RM이 그녀의 걸음을 멈췄다.


남준
여주야 괜찮아? 오늘 좀 많이 힘들었잖아


여주
아니야!괜찮아 이정도로 힘들면 안되지!

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땀에 젖은 후드티가 그녀의 지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지민
너 요즘 너무 말 없잖아. 어제도 제대로 안 먹고.


여주
귀찮아서. 오빠들처럼 식욕 폭발 모드 아니라서 그렇거든?

농담처럼 말했지만, 지민은 여주의 창백한 얼굴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숙소 문이 열리자마자 멤버들은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여주는 거실에 멍하니 서 있다가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

찬장을 열고 약을 꺼낸다. 작은 약통 속, 익숙한 흰색 알약. 그녀는 물도 없이 꿀꺽 삼킨다.


여주
‘ 이건 아무도 몰라도 돼. 오빠들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

그녀가 약통을 다시 제자리에 숨기려던 찰나, 갑자기 문이 삐걱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지민
아직 안잤어?

여주는 놀란 듯 약통을 이불 속에 밀어 넣고 돌아본다


여주
그냥 잠이 안와서...왜?


지민
너 열있어? 얼굴 빨개

지민은 손등을 이마에 댄다. 여주는 반사적으로 피하려다 멈춰선다. 지민의 눈빛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다.


지민
또 혼자 참으려고 했지?


여주
괜찮다니까. 그냥 좀 피곤한 거야.


지민
여주야. 네가 아픈 걸 우리가 모른 척하면, 그건 진짜 나쁜 오빠들 되는 거야.

여주는 입술을 꾹 깨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여주
…오빠들 피곤한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아프다고 하면… 또 얼굴 어두워지잖아. 그게 싫어.


지민
야, 네가 아프면 얼굴이 어두워지는 건 당연하지. 우리 너 걱정하는 거야. 사랑하니까.

조용한 침묵이 흘렀고, 여주는 고개를 푹 숙인다.


지민
오늘은 내가 옆에 있을게. 무조건 자. 괜히 혼자 끙끙대지 말고.


여주
잠깐이면 돼…


지민
그 ‘잠깐’이 오늘 밤 다 지나도 괜찮아. 나는 여기 있을 거야.

여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숨결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