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라"
09. 엇갈린 화살표


(지난 화를 읽고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가 이 병실을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반 위에 얹어져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전정국이었다.


한사라
응, 여보세요.

- “야, 괜찮아?”

오늘 하루 듣던 중 가장 편안한 목소리였다. 늘상 듣던 친근한 목소리.


한사라
괜찮다 하면 거짓말이지.

아파 죽을 뻔했어, 나. 말하기 무섭게 걱정했다며, 괜한 생색도 다 받아주는 찐친.


한사라
걱정한 것 치고는, 안부 연락이 많이 늦다?

- “늦다니. 네가 안 받은 건 아니고?”


한사라
응?

그제서야 통화 기록을 확인한 나. 부재중 전화가 9통이었다. 전정국에게서 걸려온 것만 해도.


한사라
헐. 못 봤어.

- “저녁은, 먹었어?”


한사라
이제 곧 먹으려고.


한사라
너는?

- “먹었지.”


한사라
퇴근했겠네.

- “퇴근한지는 좀 됐어. 다 같이 저녁 먹고 이제 집 가는 중.”


한사라
밖이야?

- “응, 밖.”

이상하다. 밖이라기엔, 핸드폰 너머 도시 소음이라곤 들리지 않는데.


한사라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한사라
시간 날 때 친구 병문안이라도 좀 와ㅈ…

드르륵, 그때 마침 열리는 병실 문이었음을.



한사라
나 조금 이따가 다시 연락할ㄱ,

당연히 죽을 사들고 온 김태형일 것이라 짐작했건만,




방금까지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던 네가, 문을 열고 들어 온게 아닌가.



전정국
지금 왔네, 병문안.


한사라
……허.

우선은 고마운 마음 먼저 들어야 하는게 정상인데. 그래야 맞는 건데.



전정국
온 사람 무안하게 반응이 영 시원찮네.


한사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 말고 올 사람이 또 있단 말이야….

차마 이 말은 못 뱉었다. 대체 그 조합은 뭐란 말인가. ……. 의사 선생님, 선생님이 안정을 취하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 못 지키겠어요.

지금 제 머릿속은 멘붕이랍니다.



한사라
…난 너 오는 줄 전혀 몰랐는데.


전정국
어때, 그래서 더 감동이지 않아?

어, 그래 정말 감동이지. 너무 감동이라 눈물 나올 지경이지. 와, 이걸 어떡한담.


한사라
…어, 우리 잠깐 나갈래?


전정국
나 방금 왔는데, 또 나가?


한사라
아하하…. 마침 내가 산책 나가려던 참이었어서.


전정국
곧 밥 먹는다며.

아오, 쓸데없이 기억력은 좋다.



한사라
밥 먹기 전에… 소화 잘 되라고.


한사라
나 위염이래서….


전정국
뭐? 위염?

아, 일단 통성명은 나중에 할게. 지금은 나랑 산책 좀 나가자. 응? 겨우겨우 정국을 이끌고 병실 문을 여는데…




나가려던 전정국, 들어오려던 김태형…. 정면으로 마주쳐버렸다.

아, 진짜… 한사라 인생ㅎ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냐고?


김태형
또 뵙네요. 김태형입니다.


전정국
전정국입니다.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ㄱ’ 모양 소파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 계시는 중. 대체 왜 여기 계시는 건데요, 두 분 다.

나는 우선 태형이 사 온 죽을 먹고 있고… (6시 이후부터 금식이라 빨리 먹어야 함) 둘은 핸드폰만 보는 중.



과거, 전정국/한사라/김태형 대학생 시절



전정국
쟤가 걔야? 네가 좋아한다ㄷ, 읍.

한사라
아 조용히 해…!!

강의실. 맨 뒷좌석에서 나란히 앉아있던 둘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 사람. 맨 앞줄에 앉은 그의 뒷모습에 시선을 꽂은 채 대화를 이었다.


전정국
너도 참 대단해. 고등학교 때부터 일편단심이네.

한사라
…그럼 뭐해. 쟤는 내 마음 코빼기도 몰라, 평생.

그걸 알면서 왜 계속 좋아하는데. 무표정의 정국이 사라에게 물었다.

한사라
…그러니까. 나 좀 바보같지?

정국에게로 돌려진 사라의 시선. 머지 않아 다시금 태형에게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형의 가까이에 붙어 앉은 여자의 뒷모습에게로.


한사라
…그냥 평생 친구로만 남아도 소원이 없겠다.


전정국
…….


전정국
나도.

한사라
응? 뭐라고?


전정국
…아니야.


다시, 현재.



한사라
…너희는, 언제 가게?


전정국
곧 가야지.


김태형
너 심심하면 조금 더 있게.

핸드폰 보다가도 내 말 한 마디면 동시에 고개 들고 날 향해 봐주는 그들.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한사라
…난 상관없어. 너희 가고 싶을 때 가든가.

상관 없기는. 되도록 빨리 가주라.


그렇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식사를 하고 있었을까.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분께서 들어오셨다.


한사라
아…. 안녕하세요.

“환자분 수액 다 됐지 않나요?”

시간 체크를 일일이 해주고 계셨던 건지, 깜빡한 나를 대신해 먼저 와주신 모양이다.


한사라
아, 그러네요….

“아, 일어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

죽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 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뭐에 홀린 듯이 간호사분이 하시는 것만 보고 있는데…

그때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 돌리니까, 간호사 등 너머로 매의 눈으로 감시 중인 그들.


한사라
…?

핸드폰만 하던 아까 걔들 어디 가고 없고, 무표정으로 간호사만 지켜 보고 있는 중이다. 무섭게들 왜 이래.

그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액 조절기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여는 간호사분.

“입원 하시는 내내 외롭지는 않으시겠어요-ㅎ 친구들이 하나같이 지극정성이네-“


한사라
아…ㅎ


다 됐는지, 굽혔던 허리를 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간호사분이 글쎄…

“어…?”


한사라
…무슨 문제라도?


“그 분은 안 계시네요.”



“환자분 업고 응급실 오셨던 남자분.”




+++ 아 심장이 쫄깃해요… 대반전😲 지난 화에서 진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