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라"

10. 폭풍전야

bgm| No Direction - Rachael Yamagata 꼭🥺

…네?

순간 사고 회로 정지되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니, 그럼 김태형이 아니었다는 거야…?

“그럼, 쉬세요-.”

은색 트레이에 다 쓴 수액 팩을 넣은 간호사분은 유유히 이곳을 나가셨다.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기만 하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핸드폰을 들었다. 뭐라도 있을까 싶어서.

아니, 진작에 확인하는 게 맞았다. 어떻게 통화 기록 확인할 생각을 안 했지. 한사라는 바보임이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저장 안 된 번호가 두 번째 줄을 자리 잡고 있었다. 저장은 안 되어 있지만, 번호 배열만큼은 낯익은.

그 아픈 와중에, 죽을 것만 같아서 두려운 와중에… 나는 가장 손에 익은 번호를 눌렀다.

연락처에 들어가서 다급하게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건 것도, 짧디 짧은 119를 누른 것도 아닌,

사랑했던 사람의 번호.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침대 위에 얹어진 다리를 내려 털슬리퍼에 발을 밀어 넣었다. 당장이라도 묻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정말 너가 맞는지. 맞았다면 너는 지금 어디있는지. 김태형은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건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이곳을 나가려던 때, 내 팔목을 잡아오는 정국이었음을.

전정국 image

전정국

이 몸으로 어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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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라

……이거 놔줘.

발걸음을 갑자기 멈추자, 링거 줄이 반동으로 세차게 흔들렸다. 낮게끔 들려온 그의 목소리도 미묘하게 떨렸다.

그 말 한 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놓아달라는 일종의 무언의 부탁과도 같았다.

쌀쌀한 겨울 바람이 코끝에 스쳤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추위에 반응하는지, 부르르 떨렸다.

옥상의 구석진 난간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바닥에는 타오르고 남은 담배꽁초들이 가득했다.

대충 신발코로 툭툭 차 한쪽으로 밀어두고, 손에 꽂힌 바늘 한 번. 딱 맞게 떨어지는 병원복 소매 한 번. 응시하고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정말 전화라도 걸어봐야 하나, 익숙한 번호가 있는 부분에서 손끝이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어쩌다 화면에 닿은 손끝. 자연스레 바뀐 화면은 통화를 걸었음을 알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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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라

…….

조심스레 귀에 가져다 대자, 귓가를 울리는 연결음이 오늘 유독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결음이 끊겼을때,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리다 결국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사라 씨 몸은 좀 어때요”

태연하게 묻는 그의 말투가, 그의 목소리가… 뭐랄까.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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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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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라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헛웃음에 섞여 나온 혼잣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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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라

……지금 어딘데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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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라

……나랑 잠깐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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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시간 좀 걸릴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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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마.

나란히 멈춰 선 두 사람은 가만, 해가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다 먼저 발걸음을 옮기려 등을 돌린 쪽은 정국이. 고개만 까딱하고서 제 갈 길을 가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태형이 그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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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시간 되면, 술 한 잔 같이 하시죠.

++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

+++ 폭풍전야: 매우 큰 일이 닥치기 바로 전 시기나 단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