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님 좋아해요
1. 미우나 고우나


(하민 시점) 가끔 난 선배가 미워진다

진짜 미치도록ㅋ

아 물론 난 선배를 좋아하긴 한다

나의 이 굉장히 모순적인 말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근데 말이다

이유를 알면....너무 이해될걸?

정동식
유하민!!!! 조연출~~!!!!!!

정동식
편집본 어딨니~~ 외장하드 어딨어???????

유하민
아 피디님.....저 인턴 데리고 촬영지 조사 가야해요..!!!!!

정동식
야 임마 나도 편집해야돼

유하민
아 뭔 일이 이렇게 많아..!.!!!!

정동식
그니까 내가 도망가라 했을 때 도망가지 그랬냐

정동식
아휴 꼬여도 정호석한테 꼬여서


정호석
아 선배 또 제 욕 하십니까??

정동식
뭐 맞는말인데


정호석
야 유하민 너가 말해봐 후회돼??

유하민
...노코멘트요


정호석
야..ㄴ..너..!!!

유하민
전정국!!!!! 조사 가자


전정국
넵 선배님!!!


정호석
와 저게 진짜

아휴 일이 넘쳐나요 넘쳐나 이래서 미워지는거다

똑똑

유하민
선배 가편 시사해야돼요

*가편 시사-임시로 편집한 영상본을 피디부터 인턴까지 모든 팀원들이 모여 수정할 부분을 논하는 자리


정호석
아 이번에 너랑 전정국이 했나?

유하민
네....


정호석
쫄았냐?

유하민
....솔직히 엄청ㅎ


정호석
에라이 뭘 또 쫄아 쫄지마 기도 죽지마 어깨 쭉!! 피고

이 인간 유죄야 맨날 이래

진짜 일 시킬 때는 미워죽겠는데 왜 이럴 땐 또 멋지고 난리인지..


정호석
근데 말이야...


정호석
전정국 어디갔니

유하민
얘 제 뒤ㅇ.....

유하민
이 새끼 어디갔지...?

지랄같다....ㅎ 요놈 쫄린다더니 튀었네 진짜 내 직장생활은 순탄할 틈이 안보인다

유하민
ㄷ..도망갔네..?


정호석
얼른 잡아와 시사 3분 남ㅇ...

유하민
전정국 어디갔어!!!!!!!!!!!!


정호석
....쟤가 저렇게 빨랐던가...?

가편본 다 보고 나서

정동식
우리 유하민 조연출님

유하민
ㄴ..넵....

정동식
편집 실력이.....

아뿔싸 뭔가 이상한가보다하고 멘탈을 잡아야겠다 생각을 할 때 쯤

정동식
많이 늘었어

유하민
네..?

정동식
너 편집 깔끔하고 좋다고

정동식
우리 인턴?


전정국
넵..!!!!

정동식
자막 잘넣었네 센스 있어


전정국
감사합니다!!!

정동식
우리 정피디는 어떤가


정호석
음... 잘하긴 했는데


정호석
저기 중간쯤에 저 손 부분이 좀 강조됐음 좋겠는데


정호석
감정선을 더 살리는게 좋을 거 같아요 손 부분이 도드라지게 나오면 좀 더 떨리는 심정이 잘 나올거 같은데

이 선배 아까 전까지 나 위로해주던 사람ㅇ 맞을까 싶다

시사만 하면 세상 차가워져서 지적질을 해댄다 물론 고쳐야되는게 맞긴 하지만

짝사랑 상대에게 듣는 쓴 말이라 그런지...내심 마음 아프다


정호석
그럼 내가 말한 몇가지들 고쳐오고 뭐 안되면 나 찾아오고

유하민
알겠습니다


정호석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쓴 말을 좀 들어 가슴이 좀 아프다 싶었는데

벌컥

정동식
아이 깜짝아 인기척 좀 내고 다녀 이놈아


정호석
까먹은 말이 있어서요


정호석
유하민 전정국 그래도 편집 이쁘게 잘했더라 분위기랑 딱 맞게



정호석
잘했어 진짜로ㅎ

아 미치겠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진짜....

그렇게 뭐 가슴떨리는 가편 시사가 끝났다


전정국
선배 저희...야근이겠죠..?

유하민
됐어 너 들어가 내가 할게


전정국
진짜요..???

유하민
어 인턴이잖아 대신 나중에 드라마팀 안오면 죽는다?


전정국
당연하조 선배 사랑하는거 알죠??

유하민
됐다 들어가 얼른


전정국
넵!!!!

그렇게 전정국을 보내고....괜히 보냈나 싶다....

그렇게 나는 편집실에서 썩게 되었다ㅎ 슬픈 내 인생

유하민
아아.....언제 다 해

유하민
지금이...

오후 7:50
유하민
7시 50분...그러면... 좋아 딱 두시까지만 하고 자야겠다

유하민
무조건 끝낸다...

그렇게 열의에 불타올라 편집을 열심히 하다 무심코 시계를 보니

오전 12:40
유하민
뭐??????? 12시 40분..?? 와 나 어떡해.....

유하민
아직 3분의 1도 못했는데....

꼬르륵

배는 또 고픈가보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아까 낮 두시에 먹은 컵라면이 전부니...

유하민
아 불쌍한 내 팔자....진짜 확 때려쳐버려?????

벌컥


정호석
어딜 때려쳐

유하민
엄마야!!!! 아 놀랬잖아요 선배..!!!


정호석
어딜가 너 내 사람이라니까 내가 너 데려올 때 말했지


정호석
함부로 못 도망간다고 알겠어??? 어디 튈 생각을...

방금 이 사람... 내 사람이라 했다...

내 사람...내 사람...내 사람.... ㅎ 그런 뜻 아니란 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정호석
야..!!

유하민
내 사ㄹ...ㅇ..에..??? 부르셨어요??


정호석
어


정호석
완전 많이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야

힝이다 힝 자기가 이렇게 만든 줄도 모르고

유하민
아니 그냥 뭐....


정호석
너 또 밤 새지

유하민
아 그렇게 됐네요...

어떤 미운 놈 요구 사항이 많아서요^^

라고 하고싶었지만...못했다


정호석
밥은

유하민
네?


정호석
밥 먹었냐고

유하민
아뇨..?


정호석
아휴 따라나와

유하민
엥 저 이거 해야하는ㄷ...


정호석
아 언능 일로와

....내 팔을 잡고 날 끌고가고 있는 이 손

이런 사소한 행동이, 주체가 선배란 이유로 내 심장을 자꾸 건든다

그렇게 선배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포장마차였다


정호석
좋은거 먹이고 싶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연 식당이 없네


정호석
뭐 먹을래 다 시켜 우동? 라면? 오뎅?


정호석
술이라도 사줄까 힘들지 음주 근무도 오늘은 눈 감아 줄게

유하민
선배 큰일날 소리를...ㅎ


정호석
농담이지 농담


정호석
아 물론 술 마시고 싶으면 마셔도 돼 진짜 눈 감아줄 수 있어

유하민
괜찮아요


정호석
그래? 그럼 뭐

유하민
전 라면 먹을래요


정호석
아 안돼 너 아까 컵라면 먹었잖아 밥 먹어


정호석
이모님~!! 여기 볶음밥 하나랑 우동 하나 오뎅 세꼬치 떡볶이 일인분이요!!


정호석
아 소주도 한병 주세요

유하민
헐 나빴어


정호석
어어? 나빴어?? 요게 이제 반말도 하네

아무리 선배라 해도 이건 용서 불가다 일 때문에 술 못마시는 불쌍한 사람 앞에서 술이라니...

사탄도 이정도는 아닐거다

유하민
근데 뭘 그렇게 많이 시켜요?


정호석
너 먹으라고 너


정호석
너 요즘 너무 무리했어


정호석
좀 먹고 기력 보충하라고 물론 포장마차 음식이긴 하지만^^


정호석
아 나왔다 얼른 먹어

유하민
잘 먹겠습니다

꼴껄꼴꼴

아 이 청량한 소리...소주 소리다....

작은 소주잔에 한방울 한방울 소주가 채워지는 소리....나도 먹고싶다...


정호석
푸흡....

유하민
ㅇ..왜 웃어요..?


정호석
마셔

유하민
예..?


정호석
마시라고ㅎ 진짜 괜찮으니까

유하민
정말요...?


정호석
응 당연하지 마셔 얼른


정호석
그렇게 보는 거 되게 부담스럽다..?

유하민
그러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꿀꺽

유하민
크으....

목을 타고 들어가는 이 씁쓸함...근데 오늘은 달다

인생이 쓴걸지 선배가 앞에 있어서 그런걸지

아마 둘 다 인 거 같다 그래도 나름 마이너스 보다 플러스가 더 큰 듯하다ㅎ


정호석
허...안마신다면서 잘도 마시네

한잔 두잔 비우다 보니 어느새 한병을 혼자 헤치웠다

음식도 다 먹었고

살짝 알딸딸해진 지금 이 기분이...은근 좋다

유하민
아...나 일 어떻게 하지....


정호석
일단 나갈까?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유하민
아..넵 가요!!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밤의 차고 부드러운 바람이 술기운에 달아오른 내 볼을 스친다

시원하니 좋다 이 사람이 옆에 있어서 더 좋고


정호석
오...그래도 이제 밤에는 시원하네


정호석
술 좀 깨?

유하민
에이 안취했었어요~


정호석
얼레? 웃는 거 보니 아직 알딸딸하구만

유하민
아녜요~!!

유하민
저 진짜 안취했는ㄷ..

띠리리리


정호석
아 잠시만


정호석
통화) 네 기사님 아 여기 큰길 대로변인데 아 저기 보이네요 네 감사합니다

유하민
선배 누구에요?


정호석
택시 기사님

끼익


정호석
마침 오셨네 기사님 안녕하세요~


정호석
얼른 타

선배가 날 택시 안으로 막 구겨 넣었다

유하민
선배 잠시만 저 편집..!!!! 저 가방은..!!!

내 외침에도 택시 문은 가차 없이 닫혀버린다

똑똑

창밖에서 선배가 뭐라 그런다


정호석
입모양으로) 창 문 열 어 봐

유하민
아 창문..?

유하민
선배 저 가방은..!!

후두둑

내 옆자리로 내 가방 짐들이 떨어진다


정호석
내가 다 가져왔지

유하민
저 편ㅈ..


정호석
편집은 내가 해


정호석
내가 야근하는거 별로 좋지 않다고 했을텐데 얼른 들어가 쉬어


정호석
기사님, 얘 좀 취해서 안전운전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호석
너 집 들어가면 톡으로 보고해 알겠지?

유하민
선배..!!


정호석
기사님 안녕히가세요~

그렇게 택시는 출발해버렸고 고맙단 말도 못했다

저 선배는 아무리 생각해도 죄가 그냥 많은게 아니다

챙겨주는 건 왜 또 설레고 난리...

아까 전까진 분명 미웠는데

미우나 고우나 짝사랑은 어쩔 수 없나보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