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첫사랑을 재회했습니다.

1화

"독재를 타도한다"

"타도한다!"

"현 정부는 물러나라"

"물러나라!"

대학생들로 가득한 거리.

독재 타도를 외치며 시위 중인 대학생들과 대치 중인 경찰.

그때 난 알았다.

아, 꿈이구나.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그 꿈.

하나 예측하자면 이곳은 곧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군인들은 우리를 향해 총부릴 겨눌 것이고,

우리는 처참하고 비참하게 쓰러질 것이다.

이변도 변함도 없이 우린 계속해서 나아간다.

도망칠 방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잡고 스스로 죽음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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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현 정권은 물러나라! 독재를 반대한다!

총성이 울렸다.

"탕-타당-탕"

온 힘을 다해 도망쳤지만 결국 총알을 내 몸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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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윽...

급하게 관통한 부분을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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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하늘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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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선배 먼저 가세요. 여기 위험해요!

선배를 말렸으나 선배는 끝까지 날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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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하늘이 조금만 견뎌. 근처에 병원있으니까 괜찮을꺼야.

참 한결같아서 좋았는데 이젠 그 한결같음이 본인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날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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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선배, 제발...!

내가 간절하게 그에게 빌어도 보았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출혈량이 많았던 탓일까.

내 시야는 점점 흐려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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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선배.. 죄송해요, 전 더 가긴 힘들 것 같아요

호흡이 점점 가빠지며 난 결국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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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하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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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원하늘 이거 아니잖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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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제발 하늘아...

선배가 간절히 날 불렀다.

목숨이 거의 다하는 과정에도 날 안으며 걱정하던

선배의 그 품의 온도와 목소리, 얼굴 표정까지

매년 보게됨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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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선배 미안해요. 그래도 나 이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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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제발 하늘아, 내 옆에 있겠다며 나랑 하고 싶은 것도 많다며..!

선배의 눈물이 내 얼굴에 닿았다.

난 선배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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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얼른 가요. 시간 없어..

목소리가 갈라지고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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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안 가. 네 곁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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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난 너 포기 안 해.

참 바보같은 사람 내 맘도 모르고.

군인들은 어느새 바짝 쫒아 우리를 발견했다.

더 이상 선배에게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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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하늘아, 네게 고백하지 못했던 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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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내가 널 많이... 사랑해

선배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이 상황에 누가 그런 말을 하는지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 피가 울컥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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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너도 날 사랑해? 만약 그렇다면 눈만 깜박여주라

난 최대한의 힘을 다해 눈을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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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그거면 됐어.

그때 군인들의 총성이 울렸다.

"탕-"

선배가 날 끌어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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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사랑해 하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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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다음 생이 있다면 널 다시 찾아갈게.

끝내 난 먼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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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하... 또 이 꿈이야.

매년 찾아오는 이 꿈은 지독히도 날 괴롭힌다.

현재의 삶과 연관이 없다는 걸 알지만

이 꿈을 꾸고 나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멍든 곳을 누르듯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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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주기라도 하던가..

선배가 희미하게 무어라 속삭였지만,

그 말이 무엇인진 아직도 알 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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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하... 운도 지지리도 없지.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죽음을 목전 앞에 두고서야 확인했다.

새삶을 시작했음에도 내 마음 아니, 내 삶 한 구석이 선배로 가득함을

난 부정할 수 없다.

처음 눈을 떴을 땐 어린 아이인 것에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이전에 성인이었으니까.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옹알이랑 방긋 웃는 게 전부였다.

대학생의 기억으로 아이의 몸에 적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음... 다 큰 성인이 아기 흉내 내는 것 같았달까?

그래도 나름 금방 적응해서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예전 부모님과는 친하지도 않았어서 별 무리랄 건 없었다.

대학생 때의 기억으로 영재 소리 들으면서 컸고

덕분에 어렸을 때 해보고픈 건 거의 다 해보기도 했다.

이전의 내 삶을 확인하기 위해 나의 납골당을 찾아간 적도 있었는데

역시나 선배도 나와 조금은 떨어진 칸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가 내 새 생에서 가장 슬픈 때였던 것 같다.

뭐 학교는 평범하게 다녔다.

영재원을 들어갈까도 고민했지만 그냥 일반중학교를 졸업했다.

그 중에 친구도 사귀고 나름 공부도 했다.

물론 중학교 공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고등학교는 이름있는 사립 고등학교였는데

당연히 난 수석입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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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여튼 그래서 오늘이 입학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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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기분 나쁜 꿈을 꿨단 말이지.

시계를 확인했을 땐 6시 30분이었고 난 준비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같이갈 친구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걔네들 중 이 학교에 붙은 사람은 없었기에

혼자서 학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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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늘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난 짧은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