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첫사랑을 재회했습니다.
2화


학교에 도착했을 땐 몇몇 친구들이 교실에 도착한 상태였다.


원하늘
음.. 나도 빨리 온 편인데 되게 빨리 왔네.


원하늘
입학식 날이라 그런가...

난 중간 창가에 자리 잡은 뒤에 반을 둘러보았다.

이미 친해 보이는 여자애 둘과

아직 친구가 없는 건지 안 온 건지 모르는 남자 애 하나.

마침 내 대각선 자리에 그 남자 애가 있어서 말을 걸었다.


원하늘
안녕? 난 원하늘인데 넌 이름이 뭐야?


한유진
난.. 한유진..

남자 애는 작은 목소리로 본인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어색해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친구인 것 같았다.


원하늘
혹시 지금 노래 들으려고 했는데, 내가 온 거야?

유진이가 주섬주섬 이어폰을 정리하고 있길래 물었는데

내 말에 당황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횡설수설했다.


한유진
노래 들으려던 건 맞는데, 네가 방해된 건 아니고..! 아니 괜찮은데...

황급히 말하는 유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원하늘
아니 괜찮아 ㅋㅎㅋㅎ


원하늘
그럴 수도 있지 뭘

그제야 유진이는 조금 안도한 것 같았다.


원하늘
괜찮으면 너 좋아하는 노래 알려줄 수 있어?


원하늘
노래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러자 그 애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한유진
응... 잠시만.

그 애는 주섬주섬 핸드폰을 찾아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원하늘
어? 너도 이 노래 들어?


원하늘
나 ost 진짜 좋아하는데, 나 이 드라마 정주행까지 했잖아.

나랑 같은 취향인 노래를 발견해서 너무 떠들었나 싶어

눈치를 봤더니 유진이는 아까보다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날 보았다.


한유진
진짜? 너도 이 노래 좋아해?


원하늘
어, 완전! 특히 후렴에 나오는 에드리브랑 허밍 완전 좋아해.


원하늘
그래서 나 이 사람 노래도 다 들었어.


한유진
역시 너도 알아보는구나.


한유진
그거 완전 드라마랑도 찰떡이어서 ost로 선정된 게 대박이야.

다행히 취향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우리는 노래를 가지고 얘기하다가

시끌벅적했던 교실과 복도가 조용해져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벌써 입학식 10분 전이었다.


원하늘
어어, 야 우리 강당 가야 해.


한유진
헐... 빨리 가자. 자리 없겠다

그렇게 우리는 부랴부랴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에 도착했을 때는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유진이가 안 잡아 줬으면 넘어질 뻔했다.


한유진
야야, 조심해.


원하늘
아 고마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랬나 봐.


한유진
야 손 잡아. 또 넘어지지 말고.


원하늘
야, 안 넘어지거든!


한유진
어이구 그래요?

그래... 친해져도 너무 친해지는 바람에 이렇게 되긴 했지만


원하늘
뭐 나름 잘 생겨서 나쁘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한유진
뭐라고?


원하늘
아니, 그냥 앞에 앉자고


한유진
아닌데, 분명 아까 잘생겼..


원하늘
아아! 쉿 조용히 하기나 해!

난 유진이의 입을 급하게 막으며 말했다.


한유진
알았어, 알겠으니까 얼른 앉기나 하자.

그렇게 우린 강당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원하늘
아아, 여튼 그래서 너 공부 잘하냐?


한유진
나야 공부 좀 하지, 너는?


원하늘
나야 완전 잘하지, 너보다 더 잘할 걸?

그러자 한유진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한유진
뭔 네가 수석이라도 되냐?


원하늘
뭐, 그렇겠지?


한유진
뭐래 내가 볼 땐 일단 넌 아님.


한유진
내가 수석일텐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원하늘
아니 진짜라니까? 나 수석이라고!


한유진
네네 그렇군요~ 수석 원하늘씨 잘 알겠습니다.

유진은 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수석은 아마 나일 것이다.


원하늘
아니 그리고 무슨 자신감으로 본인이 수석이래?


원하늘
내가 볼 땐 장학금 못 받을 것 같은데?

그러자 유진이 발끈하며 말했다.


한유진
뭐라고? 야, 나 이래 봬도 전교 1등에 영재원 다녔거든?!


원하늘
그랬구나, 나중에 결과 보면 알게 되겠지.

설마 내로라하는 명문대 재학생이었던 내가

상식적으로 질 확률은 적어서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 모두 자리에 앉고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입학식이 시작되고 지루한 교감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시작되었다.


한유진
(조용히) 와... 어떻게 교장보다 교감이 더 지루할 수가 있지?


원하늘
야야 조용히 해..! 앞이라 다 들리겠어

그러자 유진이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한유진
걱정 마, 안 들려.

요즘 애들이 다 이런 건가 싶었지만

금세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진을 보고서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그 사이 지루했던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단상에서는 장학금 전달식을 시작했다.


한유진
선배들도 같이 받나 보네?

한쪽에 선배들이 모여서 서있는 걸 보니, 아마 2-3학년 모두 있는 것 같았다.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띄었지만 이 학교에 아는 사람은 없었기에


원하늘
그러게. 그런가 봐.

난 대답 후 시선을 강당으로 돌린 채 발표를 기다렸다.

장학생 발표는 1학년부터 차례대로 이름을 불렸다.

"1학년 수석 원하늘, 차석 한유진 ··· ···"


원하늘
내가 말했지, 수석은 나라니까?


한유진
아니 진짜 수석이 너라고?

"호명된 학생들은 단상위로 올라와주시길 비랍니다."


원하늘
됐고, 얼른 올라가기나 하자.

우리가 단상 위로 올라가고 선생님은 2학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때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걸.

"2학년 수석 최범규, 차석 김민정··· ···"

오늘 그 꿈을 꾸었을 때 알았어야 했다.


원하늘
최..범규라고?

그럼 오늘의 이 악몽 같은 현실을 마주칠 일 따윈 없었을 텐데

난 그날 학교를 간 것을, 그 학교를 간 걸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