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려고요
Episode. 진심


태형이 간 후, 커다란 집에 혼자 남은 여주. 몇 시간을 둘이 있다가 다시 혼자가 되니 섭섭하기도 하고 적적해서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다.

여주도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을 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여주.

드라르르_


최여주
나 지금 갈 건데, 아침 먹었어?

- " 아니요.., 못 먹고 그냥 나왔어요."


최여주
그러면 내가 뭐 하나 사서 갈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 어… 선배는 드셨어요?"


최여주
나는 먹었기는 했는데,

- " 저 그러면 괜찮아요-! 선배 오시면 잠깐 편의점 가죠, 뭐."


최여주
아니야아니야, 샌드위치 괜찮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가게에 모닝 세트있던데. 알러지 같은 거 있어?뭘 먹으면 목이 붓는다던가, 가렵다던가.

- "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최여주
그러면 모닝 세트로 하나 사서 갈게-

- " 네, 선배- 감사합니다-!"


최여주
응-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준비를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가는 여주다.


밖에서 보니,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후배의 모습에 손에 든 샌드위치를 들고 얼른 약국 안으로 들어가는 여주.

" 어, 선배 왔어요?"




최여주
응- 여기, 아침.


박지민
고마워요. 선배.


최여주
아니야- 내가 할테니까, 얼른 먹어. 배고프겠다.


박지민
제가 할게요-! 거의 다 했어요.


최여주
됐네요_ 얼른 드시죠-?


박지민
네_ㅎㅎ


최여주
몇 시에 왔어?


박지민
한… 45분 전?


최여주
되게 일찍 왔네?


박지민
졸업하고 바로 약국 들어가서 몇 달전에 그 약국 나온 거잖아요, 저. 몇 달 쉬니까, 다시 약국에 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눈이 좀 일찍 떠지던데요?


최여주
오-ㅎㅎ 대단한데, 박지민?

어깨를 두어번 정도 으쓱이며, 푸스스 웃는 지민이다.


박지민
아, 맞다. 남자친구분이랑 시간 잘 보내다가 왔어요?


최여주
아, 응! 남자친구는 일 때문에 일찍 먼저 갔고. 어제 먼저 가서 미안..


박지민
아니에요- 저를 여기로 데려와주신 분이신데요?


최여주
ㅋㅋㅋㅋ 어제 몇 시에 갔어?


박지민
8시 30분?


최여주
저녁은?


박지민
집에 가서 먹었죠.


최여주
아이구, 수고 많았어_ 고마워.


박지민
뭘요-


최여주
오늘은 내가 조금 더 있다가 갈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도 돼.



박지민
아니에요, 괜찮아요. 늦게 가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ㅋㅋㅋ


최여주
뭐야, 아직 여자친구 없어?


박지민
어… 음…

머뭇거리는 지민을 보아하니, 질문의 답을 알 것 같았던 여주가 먼저 입을 연다.


최여주
… 음, 질문은 없었던 걸로...!


박지민
크흠…

눈을 끔벅이며 입을 앙 다물고 있는 지민에 입술을 깨물며 지민의 눈치를 보는 여주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여주 머릿속은 어쩌지로 가득 채우는 중.


최여주
안 외로워…?


박지민
안 외롭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최여주
소개라도 해줄까?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지민. " 아니요, 누구로 인해 연애를 하고 싶은 건 아니라서. " 하고 싱긋, 웃는 지민을 보고 여주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여주는 안다. 지민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때는 6년 전. 여주와 지민이 대학생 때 일이다. 그런 날이었다. 하늘이 정말 높게 느껴지고 너무 맑아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그런 날.

어느 때처럼 여주는 가방을 메고 책을 품에 안고 학교 캠퍼스를 친구와 함께 걸었다.


차수현
아..., 나 오늘 조교수님 강의 들어야 돼…


최여주
헐ㅋㅋㅋㅋ 그 교수님 과제 엄청 많이 낸다는 교수님 아니야?

전공은 달랐지만, 친했던 수현과 함께 캠퍼스를 걷고 있었을까. 오늘따라 하늘이 맑아보였던 여주가,


최여주
야, 수현아.. 하늘 봐.




차수현
하늘 되게 높네...


최여주
그러게, 오늘따라 더 그런 것 같아.

퍽-

" 어.., 죄송합니다...!"

한 남자와 부딪힌 탓에 들고 있던 책들이 바닥에 널브러졌고, 남자는 떨어진 책들을 주워 여주에게 주었다.


최여주
고마워요_

" 아니에요, 제가 먼저 부딪힌 건데요 뭘.. 죄송했습니다. 그럼. "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와.

근데 그 남자의 눈빛이 왜 그렇게 슬퍼보일까.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눈빛이 되게 슬퍼보였다.


차수현
쭈, 괜찮아? 다친 곳은 없고?


최여주
응, 괜찮아.


차수현
저 사람.., 그 사람 아닌가.


최여주
응?


차수현
내가 얼마 전에 강의 끝나고 집 가는데 저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한테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나도 고의로 들은 건 아닌데, 헤어지자고 한 이유가 여자친구 때문인 것 같더라고.


최여주
되게 착해보였는데... 힘들겠다.

그 이후로 여러 번 마주쳤다, 그 남자와. 전공도 같은지, 강의도 같이 듣고. 그렇게 강의를 듣다가 한 번은 바로 옆 자리에 앉아서, 인사도 하고 통성명도 하고. 같이 강의 듣는 사람 중에서 친한 애도 없어서, 강의 들을 때 같이 앉고 그랬다.

그러다가 번호도 교환해서 수현, 여주, 지민 이렇게 술을 마시다가 연애 얘기가 나와, 지민이 입을 열었다.

선배들은 사랑 때문에 상처 받은 적 있냐고.

얼마 전에 자기가 이별을 했는데, 친구가 해준 소개팅으로 만났다가 첫눈에 반했는데 사귀고 부터 여자친구가 이상해졌고 연락도 뜸해지는 일들이 계속 생기고 여자친구가 친구랑 통화하다가 자기 욕하는 걸 들었는데,

그냥 심심풀이로 소개팅 나온 건데 상대가 너무 순하고 바보 같이 자기만 보는 모습이 재밌어서 자기를 만나는 거라고 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그 이유로 헤어졌다고.

자기는 진심이었는데, 상대방은 아니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