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 걸 후회해
12. 괜히 좋아했어


김여주
내가 왜 그래야 돼?


이민호
...


이민호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아.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민호 오빠는 선반에 있는 약을 들고,

창문을 열어 밖으로 던졌다.

김여주
지금 뭐 하는 거야? 사람 맞으면 어쩌려고!

다행히 길을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이민호
다시 하자.

김여주
...뭐?

김여주
싫어, 안 해! 당장 나가.

나는 민호 오빠를 밀어서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서 내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은,

김여주
거기서 더 다가오면,

김여주
나 여기서 추락한다.

김여주
그래도 괜찮아?

또 협박이었다.


이민호
...


이민호
ㅇ, 여주야...

김여주
내가 죽는 게 두렵지?

김여주
그럼 나가.


이민호
...너 거기서 추락하면,


이민호
나도 같이 추락할 거야.

...이게 아닌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민호
같이 죽는 것도 아름다운 엔딩이겠네.


이민호
나는 너 없으면 사는 의미가 없거든.


이민호
네가 내 삶이야.

김여주
...

김여주
(떨리는 목소리로) 아름다운 엔딩...?

김여주
하나도 아름답지 않아.

내가 잠깐 방심한 그 타이밍에,

민호 오빠는 나를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김여주
놔.


이민호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응?


이민호
사귀면 다 해결이 되는 일이야.

김여주
오빠는 성격부터 바꿔야 돼.


이민호
사귀면 알아서 착한 남자가 될 거라니까?

김여주
싫다고.

계속되는 거절에 더 화가 난 민호 오빠는,

갑자기 가구를 다 던지고 부수기 시작했다.

김여주
무슨 짓이야?!


이민호
(가구를 던지고 부수며) 싫어? 싫다고?


이민호
나 잘생겼다며. 나처럼 잘생긴 사람 보기 쉬워?


이민호
얼굴만 보면 저절로 다 이해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때, 집에 정인 오빠가 들어왔다.


양정인
야, 이민호!

정인 오빠는 가구를 다 부수고 있던 민호 오빠를 밀어 넘어뜨렸다.


이민호
(아파하는 소리) 아!


이민호
...너 뭐야?


이민호
허, 얘한테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어?

김여주
왜? 알려주면 안 돼?

민호 오빠는 점점 더 자신의 진짜 성격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봤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니...


이민호
양정인 나가.


이민호
우리 둘이서 대화하고 싶으니까 나가.


양정인
너 지금 엄청 화난 것 같아서 안 나갈 거야.


이민호
(큰 목소리로) 나가라고!

...

김여주
왜 소리를 질러.


이민호
야,


이민호
지금 예전에 나 좋아했을 때를 떠올리라니까? 다시 좋아질 수 있어.

김여주
나 그거 제일 후회되는 순간이야.

김여주
괜히 좋아했어.

김여주
좋아하지 말 걸 그랬어.

김여주
처음부터 원래 성격 드러내면서 살지.

김여주
그럼 좋아할 일도 없었을 텐데.


이민호
...

방금 한 내 발언은,

민호 오빠의 성격을 더 악하게 만들었다.

민호 오빠의 몇 없던 주변 사람도 다 떠날 정도로 사람이 악해졌다.

뭐, 간단히 예를 들면...

???
잘생기셨다...

???
너무 제 스타일이신데 번호 좀 주실 수 있어요?


이민호
(금방이라도 죽일 듯한 눈빛을 하며) 꺼지세요.

이렇게 됐다는 거...?

민호 오빠는 한동안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여주
역시 맛있어.


양정인
직원 하나 나갔다고 너무 바빠졌는데,


양정인
덮밥 좋아하는 누가 내 일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김여주
새 직원을 뽑으라니까 왜 안 뽑아?


양정인
음...


양정인
나는 익숙한 사람이 좋은데.

김여주
...


양정인
안 돼?

김여주
...글쎄.


양정인
그나저나 너 뭐 보고 있는 거야?

정인 오빠는 내 휴대폰을 가리켰다.

김여주
아,

김여주
집착 작품.


양정인
그런 걸 왜 보는데?


양정인
괜히 스트레스 더 쌓이게.

김여주
...여기 여자 주인공들은 어떻게 하나 보는 거야.

김여주
그 오빠가 봤다는 것도 이 작품 같은데,

김여주
이 작품은 그래도 남자 주인공이 착해졌는데, 왜...


양정인
음...


양정인
걔는 아주 큰일이야, 큰일.


양정인
예전에 잘생긴 범죄자가 팬클럽이 있었다던데,


양정인
걔도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김여주
...

김여주
범죄자는 아니잖아...


양정인
너한테 저지른 짓들만 해도 이미 범죄자야, 내 눈에는.


양정인
(질색하며) 아, 걔 이야기 하지 말자. 내가 왜 친구를 했지...

김여주
...

김여주
나도 왜 좋아했지...


양정인
역시 사람을 잘 봐야 되는구나 싶어.

그렇게 나는 계속 정인 오빠와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곧 겪게 될 일을 예상도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