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 걸 후회해
5. 진심으로 사랑해 봐


* 며칠 후.

김여주
여보세요?


양정인
우리 단골!


양정인
요즘 또 왜 안 와.


양정인
신메뉴 출시하려고 하는데 와서 맛 평가 좀 해주면 안 돼?

김여주
신메뉴? 무슨 메뉴인데?


양정인
와서 보면 알 거야.


양정인
오는 거로 알고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김여주
아, 오빠...

김여주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면 안 돼?


양정인
왜?

김여주
나 민호 오빠가 조금 불편하네.


양정인
응?


양정인
뭐 때문에?

김여주
그 오빠가 나를 귀찮아해서.


양정인
민호 원래 사람 잘 귀찮아해.


양정인
근데 민호를 왜 신경 쓰는데?

김여주
...내가 좋아해서.

김여주
그런데 접을 거야.


양정인
음, 그렇구나. 잘 생각했어. 민호 좋아하면 힘들어져.

김여주
오빠는 민호 오빠 진짜 성격 알아?

김여주
본인 입으로 나쁜 남자라고 그랬는데.


양정인
나쁜 남자 맞아.


양정인
민호랑 사귀었던 전 애인들 다 안 좋게 헤어졌거든.

김여주
왜 사귀었는데? 좋아서 사귄 거 아니야?


양정인
민호는 모두에게 관심이 없었어.


양정인
하도 고백하니까 만나준 거였는데 결국 다 헤어졌지.


양정인
다들 민호가 관심을 안 주니까 서운했대.

김여주
...그렇구나.


양정인
근데 정말 접을 수 있겠어? 그 마음.

김여주
노력은 해보게.


양정인
그냥 고백을 해버려. 그게 빠를 수도 있어.

김여주
...그럴까?

김여주
그냥 확 지르고 접는 게 낫겠지?


양정인
응. 아마 차일 거니까 너무 상처 받지는 말고.

김여주
그래야겠다. 너무 고마워!


양정인
응. 고마우면 신메뉴 평가 좀 부탁할게.

정인 오빠의 말을 듣고,

차라리 오늘 고백해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신메뉴 평가하러 가는 겸 고백도 하는 거지.

김여주
알았어. 지금 갈게.


양정인
오, 지금? 알겠어. 곧 봐.

그래도 고백할 사람이니까 꾸미고는 가야겠지?

나는 최대한 열심히 꾸미고 덮밥집으로 갔다.


이민호
안녕.

김여주
응, 안녕.


이민호
오늘은 무슨 덮밥 먹으려고?

김여주
아, 정인 오빠가 부탁한 게 있어서 온 거야.


양정인
어! 왔어?


양정인
여기 세팅해뒀어.


이민호
신메뉴?


이민호
너는 왜 여주한테만 신메뉴 평가를 부탁하냐.


양정인
여주가 맛에 대해 잘 알더라고.


양정인
게다가 단골이잖아~

김여주
이거 맛있는데?

김여주
역시 오빠 요리 실력은 대단해.

김여주
항상 맛있어.


양정인
(웃음) 이번에도 성공이야? 팔아도 될 것 같아?

김여주
응! 다음에는 이거 직접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양정인
와줘서 너무 고마워.

김여주
이렇게 맛있는 신메뉴 처음으로 먹게 해줘서 내가 더 고마워.

김여주
...아, 그... 민호 오빠... 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민호
뭔데?

김여주
잠깐 나가서 이야기 할 수 있어?


이민호
그래.


이민호
정인아, 나 다녀온다.


양정인
응~

* 덮밥집 근처 골목길


이민호
무슨 이야기길래 골목으로 들어와?

김여주
나 오빠 좋아하는 거 알지?


이민호
아직도?


이민호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김여주
그냥 확 저지를 거야.

김여주
나랑 만나자, 오빠.


이민호
싫어.

김여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민호
도대체 나 어디가 좋다는 거야?


이민호
나 나쁜 남자라고 말했잖아.


이민호
그리고 너 귀찮다고도 했고.

김여주
당연히 얼굴...! 때문이지.


이민호
...


이민호
생각보다 너무 오래 좋아하네.


이민호
그럼 내가 제안을 하나 할게.

김여주
제안은 무슨 제안? 나 이제 진짜로 접을 건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벽으로 밀치며 가까이 붙는 민호 오빠.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김여주
(시선을 피한다.)


이민호
접기는 뭘 접어.


이민호
여기 좀 어두워도 너 얼굴 빨개진 건 보여.

김여주
ㅇ, 왜... 왜 이러는데.

김여주
왜 안 하던 행동을 하고...


이민호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봐.


이민호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귀찮아하지 않을 테니까.


이민호
네가 하는 거 봐서 만날지 말지 결정할게.

김여주
...?!


이민호
어때?


이민호
해볼래?

나는 홀린 듯 그 말에 알겠다는 대답을 해버렸다.

바보...


이민호
(웃음) 역시나.

김여주
진심으로 사랑해 보라는 거면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야?


이민호
그럼. 다 마음대로 해.


이민호
어디까지 하나 보자.

민호 오빠랑 사귄다는 상상을 했었을 때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볼에 입을 맞추며) 쪽.

김여주
사랑해.


이민호
...

그런 행동을 하고 나는 덮밥집으로 냅다 달렸다.

얼굴에 흔적 남기고 도망치는 거, 이거 진짜 해보고 싶었다.

사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행복하지?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