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호 아저씨와 사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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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온 지도 벌써 몇 시간 째,

윤여주는 아직도 엘리베이터에서 본 그 남자, 아니 아저씨를 생각하고 있었다.


윤여주
솔직히...


전원우
솔직히 뭐?


윤여주
으아아악-!!


윤여주
미친... 놈아.


전원우
왜.


윤여주
아 개놀랐잖아악...


전원우
그래서 무슨 일인데.


윤여주
...아냐.

아무리 그래도 가장 친한 남사친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게 아까 1분도 못 본 남자라고는 말 못 한다.

나도 생각이 있지,

처음 본 남자 생각만 하루 종일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단 말이야.

그러나 윤여주는 틀렸다.

처음 본 남자 생각만 하루 종일 할 정도로 멍청하고 바보 머저리인 사람이 맞았던 것이다.

권순영이 쥐여 준 딸기우유를 신나게 쪽쪽 빨고 나니 머리가 상쾌해졌다.


권순영
어이, 멍충아.


권순영
뭔 생각 하길래 머리 꽁지가 축 쳐져 있냐?


윤여주
그런 게 있다...


권순영
나한테 함 말해 봐, 나 공감 짱 잘하잖아.


윤여주
아 비밀이야! 니가 뭘 알아.


권순영
들어준다고 해도 지랄이야...

툭, 하고 머리에 손이 얹어졌다.


권순영
멍충이 윤짱짱 속상하면 또 이 형님이 슬프잖냐.


권순영
별 건 없고, 그냥 힘 좀 내라고.


윤여주
...흥이다.

가슴이 찡 한 게 권순영이 미웠다.

남 탓 그만해야 하는데, 난 그렇게 착한 애가 아니었다.


윤여주
아 씨, 웬 비야.

전원우와 권순영은 야자 등록을 안 해서 혼자 여름 밤까지 야자를 했다.

그것도 엄청 열심히.

근데 이게 무슨 봉변인지, 비가 온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줄기들이 많기는 또 엄청 많았다.

짜증나는 기분을 숨기고 손으로 머릴 가린 후 뛰려는데,


민윤기
어,

뒤에서 아득한 듯이 목소리가 들렸다.


윤여주
안녕하세요!

그제서야 머리 위로 따끔히 떨어지던 빗방울이 없어졌다.


민윤기
우산 같이 쓸까?


민윤기
아, 불편하면-


윤여주
아뇨아뇨!!

헙... 입을 닫았다.

너무 신난 것처럼 보였겠지. 어떡해.


윤여주
좋...다고요.


민윤기
그래. 같이 쓰자.

딤담히 걸어가는 그 아저씨의 발걸음에 맞춰 걸었다.

찰박거리는 물웅덩이와 신발 바닥의 마찰음이 유독 기분 좋게 들려왔다.


윤여주
감사해요.

또 같은 그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전했다.


민윤기
별 거 아냐. 이런 걸로 고마워할 필요 없어.


윤여주
그게요,

띵. 1층입니다.


윤여주
이름...!


민윤기
이름 뭐냐고?


윤여주
네...

점점 줄어드는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윤여주. 넌 할 수 있어. 비록... 비록. 멍청한 강아지 같아도.


윤여주
궁금해서요!


민윤기
아 그런 거였어?

작은 엘리베이터 안을 웃음 소리가 채워왔다.


민윤기
내 이름,


민윤기
민윤기야, 민윤기.

띵. 5층입니다.

604호, 그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