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

바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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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형, 이제 정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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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나 살아있는 거 맞냐...? 몸이 안 움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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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하... 누구한테 맞았길래 이러고 있냐."

찬은 석민에게 안부를 묻고 민규는 가해자를 묻자 아까의 상황이 떠올랐는지 조심히 말하는 석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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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그 이름은 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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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뭐."

으아악! 쥐도새도 모르게 보건실안으로 들어온 여주를 보고 석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주를 향해 가르키던 손을 덜덜떠며 '무, 문어...' 라고 중얼거리자 여주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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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체육쌤이 갔다오래서 기껏 와줬더니... 찬아 커튼 좀 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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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네, 누님"

석민이 오두방정을 떨며 보건실을 뛰어다니자 여주는 자리에 멈춰섰다. 석민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민규에게 부딪혀 안긴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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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다행히 다리는 멀쩡하네. 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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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누나 잘가요."

여주가 시크하게 몇 마디를 남기곤 나가버린다. 자길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며 석민이 침대로 뛰어들었다. 민규는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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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설마 그 작전이라는 게 쟤한테 한거였어?"

찬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민규는 석민에게 잔소리하듯 나무랐다.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네가 한 짓이라면 그럴만도 하다.

민규는 찬과 마찬가지로 석민에게 매일 장난을 당하는 여주가 조금은 불쌍하다고 느꼈다. 뒷처리하는 것만해도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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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오늘 모둠과제하는 날이니까 빠지지나 마라."

안돼!! 석민이 침대를 마구 치며 절규했다. 민규는 보건실에서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교실로 향하자 석민은 해탈하게 웃었다.

[역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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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아니, 배여주는 인어공주가 아니라 인어공주에 나오는 마녀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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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니가 그러니까 여주한테 혼나는거야. 매일 지겹지도 않냐?"

보건실에서 돌아온 석민이 반 아이들에게 이름하여 '인어공주 마녀설' 을 제기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현이 일침을 날리자 민규도 이에 동의한다.

10:54 AM

역사쌤

"자, 각자 정해진 모둠원들과 '을미사변' 에 대해서 토의해보세요."

석민, 민규, 주현, 여주가 이 모둠원에 속했다. 여주가 모둠을 만들기위해 책상을 붙이자 석민은 민규에게 귓속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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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야, '을미사변' 이 뭐냐?"

일부로 석민의 대답을 무시한 민규는 토의내용을 기록하기위해 필기구를 꺼내들었다. 석민은 당황한채 주위를 살펴보다가 여주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보란듯 석민에게 질문하는 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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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이석민. 니가 한번 말해봐. 그럼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은 용서해줄테니까."

모두의 시선이 석민에게로 향했다. 왠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침을 삼켜도 달라지는 게 없는 상황에 석민은 대충 둘러대다가 결국 포기해버린다. 그러자 주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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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이야, 우리조 완전 무식한데. 사실 배여주도 모르고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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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진짜?"

다들 역사점수를 대본다, 실시. 역사를 몰랐던 바보 세명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차례대로 점수를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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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삽심 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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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이십 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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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십, 십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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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하, 그럼 설명해줄테니깐 잘 들어라."

민규의 역사이야기에 집중하는 아이들이다. 원래 이러라고 준 시간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채 역사를 이해하는데에 한시간을 쏟아버린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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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아, 그러니깐 일본자객이 왕비를 잔인하게 암살했다고? 쉽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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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러면서 점수는 개판으로 받았지."

음, 시선을 다른대로 돌려버린 여주다. 민규가 아차하며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발표시간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정렬의 '1조' 였다.

역사쌤

"시간됐다. 자, 1조 발표해봐."

역사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교실이 잠잠해졌다. 덩달아 얼어붙어버린 네 명은 서로간의 눈치를 보자 여주가 덜덜 떨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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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저, 저흰 아직..."

역사쌤

"음, 니네는 벌청소하고 가거라. 오늘 수업은 끝이다."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신나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교실에 남은 네 명이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가 체념한듯 교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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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무식한 것도 죄란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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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깐 그랬지. 시끄럽고 청소나 열심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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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공부나 더 해두면 청소 안 해도 됐던 건가."

다들 제 나름의 방식대로 투덜거리며 교실과 복도를 청소했다. 석민도 잘못을 아는건지 꽤나 진지하게 청소에 임한 탓에 다행히 해가 어두워지기 전에 청소를 다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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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휴, 다 끝났는데 가도 되죠?"

역사쌤

"그래. 운동 열심히 해라."

06:37 PM

교실 문을 닫고 나서자 어느덧 시계가 6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네 명은 나란히 사이좋게 복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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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으... 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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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뭔 걱정을 하냐. 귀신도 다 때려잡을 사람이 옆에 멀쩡하게 서있는데."

뭐? 여주가 금방 노릴듯이 쫓아가자 육상선수라고 빠르게 도망가버려 시야에서 곧 사라지는 석민이다.

주현과 민규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여주는 손사래를 치며 다시 돌아온다. 민규는 빨리가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버리고 가면 난 어쩌라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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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나도 먼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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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잘가."

민규마저 사라지고 계단에 둘의 발소리만 조용히 메아리쳤다. 으스스하다며 서로를 꽉 붙자고는 학교를 겨우 빠져나온 둘은 정문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깜빡한 듯 소스라치는 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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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헐, 어떡해... 우리애기들 두고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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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헐, 수고해라. 난 먼저 간다."

믿었던 주현마저 떠나버리자 운동장에 홀로남은 여주는 자신의 기억력에 망연자실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젠 혼자 울리는 발걸음소리가 어느 공포영화보다도 더 실감나게 무섭다는 걸 안 여주다. 얼른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때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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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이 망할 기억력은..."

투덜거리며 무서움을 달래기위해 큰소리로 혼잣말하더니 반에 도착하지마자 문을 열었다. 문여는 소리에도 놀란 여주는 떠는 다리를 이끌로 책상 위에 놓여져있는 가방을 서둘러챙겼다.

07:22 PM

가방을 매고 다시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또각거리는 시계소리가 거슬려 시계를 노려보니 벌써 7시가 넘어버렸다.

아무리 무섭고 답답해도 그렇지 어떻게 학교 3층을 왕복하는 데에 한시간이 걸릴 수 있냐며 여주는 쫄보인 자신을 자책했다.

그래도 그 일을 해낸 자신을 스스로 칭찬해주기도 하며 이번엔 비교적 빠르게 뛰어내려왔다.

07:40 AM

눈을 감고 뛰어내려오니, 어느새 정문마저 잠긴채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거의 8시를 향해 가고있었다.

이곳은 더이상 갈 수 없다고 포기해버린 여주는 불이 켜져있는 복도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다행히도 수영장쪽으로 가는 뒷문은 열려있었기에 여주는 학교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06:57 AM

민규는 계단에서 둘과 헤어지자마자 수영장으로 향했다. 평소엔 육상경기를 하는지라 올일이 전혀 없었기에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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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얼마만인지."

민규는 한 마리의 인어처럼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물이 함께 솟아올랐지만 넘쳐 흐르지는 않았다.

인어가 되는 것, 아니 민규에게는 인간이 되는 것이 더 어울렸다. 하지만 존재를 증명하듯 일주일에 한 번은 지느러미에 물을 묻혀줘야 했다.

그래서 작정하고 왔는데, 하필 말도 안되는 바보 세 명 덕분에 벌청소를 하게 됬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면 갈증을 느끼다 천천히 말라갔을 테니까.

도덕선생님이 사람이 태어난다는 건 모두에게 주는 기적과도 같다고 했었는데, 민규는 자기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물에게 좀 더 자신의 몸을 기대는 민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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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아, 아무것도 안보여..."

이제는 아무도 없는 학교 안. 말그대로 어둠 그 자체였다. 이리저리 벽을 더듬으며 걸어가다가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러다 수영장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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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주

"어라, 누가 있는 것 같은데..."

고개를 살짝 내밀어 누군가를 바라보니 수영장에서 핀수영을 하는 것 같았다. 왠지 여주는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려다 손에 들고 있던 핀을 떨어뜨렸다.

인기척에 놀란 민규는 빠르게 물 밖으로 나와 벽 모서리를 향해 달려갔다. 여주는 핀을 벗지도 않고 뛰어가는 누군가를 조심히 따라간다. 민규는 도망갈 곳이 딱히 없었던 곳으로 들어와버렸다.

들킬거라는 위기감을 느낀 민규가 여주에게 급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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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오, 오지마."

의외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