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
prologue: 인어공주 이야기


여주 아빠
"여주 어무이, 얼른 여주좀 건져주이소! 진짜 급한 일이라꼬!"

애탄 아버지의 부름에도 여주엄마는 들은체 하지도 않고 그 외침을 일단락해버린다.

여주 엄마는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 오리발을 다시 발에 끼우고는 그대로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여주아빠는 뭐가 불안한지 가만있질 못하더니 이내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버렸다.

엄마는 빠르게 물살을 가르면서 다가가 한창 조개를 캐고 있는 여주의 뒤로 점점 다가갔다. 여주는 너무 집중하느라 인기척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깨를 살짝 치자 여주가 놀라 조개를 캐고있던 삽을 수중에 마구 휘저었다. 움직임이 잠잠해지자 손가락을 위로 뻗어 올라가자고 재촉하는 엄마다.

여주는 알겠다며 물 안에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보이고는 위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물안경사이로 공기방울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모녀가 사이좋게 위로 올라 숨을 들이켰다. 여주는 손에 들고있던 조개바구니를 쥐어주고는 빠르게 해변으로 헤엄쳐갔다. 함께 조개를 캐던 해녀들이 수평선너머로 여주를 바라보다가 다시 바다로 들어가 작업을 계속한다.

무작정 어리다고 투정부릴만한 나이에, 벌써부터 바다의 맛을 알아버렸다는 게 한참 어리고도 대단한 막내를 서로가 말없이 지켜봐주는 것이었다. 해녀들은 그런 여주엄마에게 저런 자식이 있어 부럽다고 앞다퉈 말하기도 했다.

여주 아빠
"언제오는 기고..."

입고있던 해녀복을 다 갈아입지도 않은 채 오리발만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거실에는 뭔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풍기던 아버지가 앉아있었다. 여주는 일부로 왔다는 티를 잔뜩 내며 집안으로 뛰어들어와 말했다.

어릴 적 여주
"아부지, 무슨 일인데 부르셨슈?"

여주는 순간적으로 집 안에서는 해녀복을 벗고있으라는 아버지와의 약속이 떠올랐지만 별로 혼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에 대담하게 들어와버린지 오래다.

여주 아빠
"니는 해녀가 꼭 되고싶제? 그게 니 꿈이제?"

아버지가 뜬 눈을 치켜세우고 여주에게 물었다. 여주의 어깨를 꽉 잡은 두손을 여주가 자신있게 잡아내리며 대답했다.

어릴 적 여주
"에이, 당연한 걸 왜 그러슈. 내가 해녀가 아니면 뭘 한디야?"

여주가 당연하다는 듯이 되묻자 아버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바닥에 있던 신문을 보여주며 손을 떨었다. 신문에는 대문짝만큼 커다란 글씨로 [ㅇㅇ어촌 신도시 개척 사업확정] 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아버지는 여주에게 아니라는 대답을 강요하듯이 물었다.

여주 아빠
"이거 분명... 거짓말이제? 그렇제?"

그 글을 읽은 여주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조그맣게 ``아부지...?`` 라고 말하자 눈 앞까지 점점 흐려지며 결국엔 그 형태마저 끝내 사라져갔다.

여주는 사라지는 가족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저만치 사라진 무언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릴 적 여주
"...아부지!"

쿵-.

여주가 침대에서 몸부림치다가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큰 소리가 집 안 가득 울러펴졌다. 하지만 그런 소란에도 여전히 집은 고요하기만 했다.

여주는 일어나서 방 안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혼잣말을 짓껄였다. 아직 제대로 깨진 않았는지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배여주
"...또 악몽꿨다."

더이상 아무렇지 않다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방을 나와 늘 그랬듯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침일찍 일어나 목욕탕에서 몸을 풀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도시에 온 순간부터 여주에게 생겨버린 버릇이었다.

바다 근처에 살 때는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서나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는데, 이미 자신이 늘 바라보며 자랐던 바다조차도 흙이 들어차 사라진지도 오래다.

그래선지 여주는 자신이 해녀가 되고 싶어했음을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다. 자기 가족들외에도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었다.

여탕앞에 도착한 여주는 걸치고 있던 옷가지들을 마저 벗지도 않은채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여주가 들어간 곳에서 공기방울이 몇차례 올라오더니 거센 물결이 잠잠해진다. 숨을 쉬러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숨 참기를 반복하며 잠영을 시작했다.

청소년 국가대표 유망주. 그게 도시로 올라오면서 생긴 별명이다. 고향에서는 해녀 유망주 답게 수영실력이 다른 해녀들보다도 뛰어났던지라 주변의 충고로 체육고 특기자로 들어간 여주다.

주 종목은 인어처럼 발 밑 지느러미같은 오리발로 수영하는 핀수영과 아침부터 연습하는 잠영이었다.

그런 여주가 친구들사이에서 인어공주로 불린다는 설은 감히 거짓말이 아니지.

한참을 헤엄치다가 목욕탕에서 빠져나왔다. 여주는 문 밖에 보란듯이 걸려있는 수건을 어깨에 둘렀다.

이제 만족했다는 듯 마지막으로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빨대를 꽂아마시며 주방을 배회했다. 마침 올라오던 엄마가 여주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여주가 당당하게 손을 흔들며 아침인사를 하자 아침부터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다.

여주 엄마
"가쓰나야, 오늘도 난리가? 빨리 밥 묵고 학교로 꺼지라."


배여주
"하나뿐인 딸래미한테 꺼지라는 게 말이가? 똥이지."

여주 엄마
"오늘 아침부터 지대로 뒤질라고 확,"

08:35 AM
고무장갑을 낀 손을 목에 가져다대자 여주는 지겹다는 듯 서둘러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는 가방따위는 챙기지 않은 채 학교로 뛰어갔다.

08:40 AM
교문에 도착하니 선도부가 서있었지만 여주는 별 신경쓰지 않고 늘 그랬듯이 담장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담을 뛰어 넘어들어가선 소매치기인 것 마냥 주위를 살폈다.


배여주
"오늘도 성공했네, 역시 배여주 운동신경은 알아봐줘야 된다니깐."

착지할 때 바닥을 짚었던 손을 털어버리고 유유히 학교에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그 앞을 누군가가 막아서며 말했다.


이석민
"에이, 니가 이러면 다른 애들은 뭘 보고 배우냐?"

여주가 담장을 넘자 담장높이의 나무에서 내려온 소년이 비아냥거리며 여주에게 다가왔다. 여주가 혐오한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대답해준다.


배여주
"니가 뭔 상관, 들키기 싫으니까 착한 바보는 빨리 꺼져줄래?"


이석민
"넌 그걸 부탁이라고 하냐? 싫은데."

여주 앞에 나타난 석민이 부탁을 들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시끄럽게 깐족거리자 그 광경을 멀리서 발견해버린 선도부가 여주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왔다.

위기감을 느낀 여주가 서둘러 수영장으로 뛰어가자 그 모습이 웃긴지 가만히 바리보기만하는 석민이다.


이석민
"이야, 오늘 배여주한테 제대로 한건했네."

여주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무에 오른 석민이 굵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찬 옆에 앉으며 장난끼많은 표정지으며 여주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이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