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
prologue: 인어왕자 이야기


유모
"왕자님, 이제 뚝 그치세요. 뚝!"

어린 인어 왕자
"으아...뚝..."

바닷속 궁전에서 살고있는 왕자님께서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누구하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왕국에 엄청난 문제가 하나 생겨버렸다.

그건 왕자가 바닷속에서 수영을 할 수 없었다는 것. 왕궁의 사람들은 그런 왕자를 틈만나면 매일 혼내기 일쑤였고, 하다하다 왕자 직위를 박탈하자는 귀족들도 있었다.

아니, 왕을 제외한 모든 귀족들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 폐위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귀족
"인어가 바닷속을 다닐 수 없다는 건 인간보다도 못한 것입니다. 얼른 왕자의 직위를 박탈하셔서 왕권을 어서 되찾으시지요. 모두가 같은 생각입니다, 폐하."

귀족들이 왕 앞에 서서 요구하자 더이상 무리라는 걸 느꼈는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다.

왕
"하... 왕자를 인간세상에 유배시켜라."

어쩔 수 없이 왕자의 병을 고쳐야했던 왕은 귀족들의 눈을 피해서 인간세계에 유배를 시킨다는 명목으로 특별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왕자를 향한 왕의 대우조차도 '관리'가 아니라 '방치'에 가까웠다.

인간들의 언어로 ``수영`` 이라는 것을 더 공부하면서 때가 되면 돌아오라는 어명 하나를 남긴채 유모와 함께 인간세상에서 거주하게 되었다.

육지에 도착하자 꼬리가 갈라지며 두 발이 생겨났다. 아직 어렸던 왕자는 영문도 모른채 어색한 두 발로 걸어다녀야했다.

서 준비해준 자금을 가지고 집에 도착하자 인간의 냄새가 진득하게 풍겼다. 유모는 왕자를 바라보며 몇 가지, 인간의 규칙을 말해주었다.

유모
"왕자님, 여기서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인간의 언어를 하셔야되요. 그래야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어린 인어 왕자
"유모... 나 집으로 돌아갈래... 계속 서있었더니 꼬리도 아파..."

유모
"이제 이건 꼬리가 아니라 발이라는 거에요. 발끝에 있는 건 발가락이라는 거구요."

왕자를 따라 육지로 올라온 유모는 왕자를 교육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유모의 정성에 보답하는 왕자는 잘 배워나가 적응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나이로 어느덧 8살이 됐을 때, 초등학교에 오라는 원서를 받은 유모가 왕자를 불렀다.

어린 인어 왕자
"유모, 왜 불렀어?"

유모는 대답대신 왕자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왕자는 유모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유모
"이제 학교로 가셔야되요. 인간 아이들 사이에도 잘 적응하시리라고 믿어요."

유모의 눈이 흔들리자 왕자는 울먹이며 유모의 눈물을 작은 손가락으로 쓸어주었다.

어린 인어 왕자
"유모 울지마..."

유모
"안 울어요, 기쁜 날인데. 그럼 오늘은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요?"

어느덧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왕자는 인간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과, 지느러미보다는 발로 뛰어다는 게 자신에게는 편하다는 것도.

왕국에서는 이런 걸 원해서 인간 세상에 보낸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도 모른채 점점 인간들과 친해져가는 왕자였다.

이제는 어색함은 하나도 없이 스스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어울려놀기를 선동하기까지 했다.

어린 인어 왕자
"유모, 나 다녀왔어!"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왕자는 신발을 벗어던지며 집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하지만 반겨주는 사람하나 없자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소심하게라도 ``유모...?`` 를 부르는 소년이다.

어린 인어 왕자
"이상하네... 잠시 어디 나갔나?"

잠깐만 없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도 유모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을 모를리가 없는 유모였다.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야. 소년은 밤새 유모를 애타게 부르다가 지쳐 잠에 들었다.

집 안에서는 밤새 소년의 애달픈 목소리가 메이리쳤지만,

그럼에도 유모는 왕자 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방에서 일어난 민규가 손을 쥐락펴락하며 중얼거렸다.


김민규
"...한심해."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선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몇번 휘젓더니 맛있게 익은 계란과 밥 한공기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다.

그 날 이후로는 늘 똑같은 아침이었다. 민규는 요즘엔 계란값이 올라 부담스럽다며 주부들처럼 불평하기도 했다.

07:30 AM
지금은 7시 30분. 지금이라면 학교까지 기어가도 늦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래도 할 일도 없다며 일찍 학교로 나서는 민규다.


이찬
"오늘도 민규형은 일찍 오시네요."

저멀리서 오던 찬이 민규에게 달려들며 인사했다. 민규는 찬이가 한 말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대답했다.


김민규
"나야 뭐... 할일도 없어서 일찍 자니까."

찬의 눈망울이 커지더니 민규에게로 향한다


이찬
"그러면서 수영은 그렇게 잘해요? 완전 사기캐시네. 저는 연습하러 먼저 갈께요."

그래, 잘가라. 찬에게 인사했다. 인사를 들은 찬이 운동장쪽으로 달려가자 민규는 그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김민규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민규는 마음속으로 작은 바램을 생각했다. 한쪽 어깨에는 가방을 걸치고 학교로 들어서자 아직은 조용한 학교건물이 그를 반겼다.

아직 선도부도 오지 않은 이른 시간에 교실에 첫발을 들이고는 늘 그랬던 것처럼 석민에게 연락했다.

(벨소리)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해- 지금 널 찾아-

몇 번의 통화음이 울리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 민규는 폰 화면을 귀에 갖다대고는 석민에게 말했다.


김민규
"야, 어제는 니가 먼저 와서 준비운동한다면서."


이석민
"지금 학교 도착한지가 언젠데. 니 들어오는 것도 다 보고있었거든? 나무 위에 올라와서 그렇지."

억울하다며 민규에게 말하는 석민이다. 민규는 순간 자기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김민규
"뭐? 나무위에서 뭐 할려고?"

석민의 행동이 어이없었던 민규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하지만 그 반응이 활력소가 되는지 석민은 장난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이석민
"작전명은 문어숙회. 더이상은 조직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

어휴, 아침부터 뭔 난리를 친다고 저러는걸까. 민규는 알아듣지도 못할 석민의 말에 한숨을 쉬다가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