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1화

새벽 2시

가로등 불빛 아래

조용한 주택가 골목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는

휑한 거리에

또각또각 구두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여자

아..오늘 하루종일 정신 없었어ㅠㅠ

여자

야근하고 이제 막 퇴근했지 뭐야..

갈색 롱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한 손에는 핸드백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여자

그냥 확 퇴사해버릴까?

여자

농담이야, 농담ㅋㅋ

그런데 갑자기

저벅 저벅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고 묵직한 발소리

여자

..!!

이내

흠칫 놀란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

여자

아냐, 아무것도

여자

피곤해서 그런가

여자

환청이 다 들리네

그녀는 애써

괜찮은 척 해보지만

괜히 찜찜한 마음이 들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에

다시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여자

꺄악!!!

그리고

바로 그때

모퉁이를 도는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쑥 나타나더니

그녀를 순식간에

낚아채갔다

남자

자기야

남자

무슨 일이야?!

남자

여보세요?!!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좁은 골목길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사람 형체가

하얀 분필로

그려져 있었다

기묘하게

비틀린 자세

누가 봐도

고통스럽게

죽어간 흔적이었다

기자

네, 제가 지금

기자

나와 있는 곳은

기자

어젯밤

기자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기자

주택가 인근 골목 입니다

기자

피해자는

기자

20대 여성으로

기자

발견 당시

기자

목에는

기자

뾰족한 송곳니

기자

자국이

기자

선명하게

기자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

경찰은

기자

이번 사건을

기자

단순한

기자

강력 범죄가 아닌

기자

뱀파이어의

기자

소행일 가능성에

기자

무게를 두고

뱀파이어

수사 중이라 합니다

기자는

카메라를 응시한 채

진지한 얼굴로

생중계를 이어갔다

곧이어

화면이 전환되고

인근 주민 몇 명에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주민 A

아휴..

주민 A

요즘 세상이

주민 A

하도 흉흉해서

주민 A

어디 맘 편히

주민 A

돌아다니겠어요?

주민 B

그동안 그냥

주민 B

떠도는 괴담인 줄만 알았는데

주민 B

막상 제 눈으로 보고도

주민 B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주민 C

뱀파이어요?

주민 C

에이, 그냥 어떤 미친 놈이

주민 C

그런거겠죠ㅋㅋㅋ

지난 두 달간

동일한

수법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총 일곱 명

시민들

사이에서는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도시 전체가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여학생 1

야, 오늘 뉴스 봤어?

여학생 1

한 명 또 죽었대..

여학생 2

봤어, 완전 소오름~

여학생 1

그래서 나 마늘이랑 십자가

여학생 1

챙겨 나왔잖아ㅋㅋ

교실 반 전체가

뉴스 얘기로

술렁이던 찰나

드르륵

문이 열리는 동시에

담임이 전학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반 아이들 모두가

전학생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담임

오늘 우리반에 새친구가 왔어

담임

앞으로 너희랑

담임

같은 반에서 지낼거니까

담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담임

도와주고 알았지?

학생들

네ㅡ!

담임의 말에

반 아이들은

다 같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담임

자, 그럼

담임

자기소개 한 번 해볼까?

신여주

안녕?

신여주

난 신여주라고 해

신여주

이사온 지 얼마 안되서

신여주

아직 모르는 게 투성이니

신여주

많이 알려줘!

그렇게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반 아이들은

가벼운 박수로

여주를

반갑게 맞이했다

담임

어디 보자..

담임

여주 자리는...

담임

아, 그래!

담임

태형이 옆자리에

담임

앉으면 되겠다~

빈자리를 찾아

교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담임이

가리킨 곳은

교실 뒤쪽 창가였다

담임

태형아, 축하해!

담임

짝꿍 드디어 생겼네?

그 말을 들은

태형은

반가워 보이기는

커녕

표정과 행동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주는 곧장

태형이 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신여주

안녕

신여주

네가 태형이구나?

신여주

성이 뭐야?

여주가 먼저

말을 걸어오자

태형은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데도

여주는

전혀 굴하지 않고

고개를 슬쩍

기울이더니

태형의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를

힐끔 쳐다봤다

신여주

어? 너 김씨구나?

신여주

어디 김씨야?

신여주

김해 김씨?

신여주

아니면 경주 김씨?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질문

여주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좀 떨어져서 얘기해..

태형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여주가

부담스러웠는지

몸을 최대한

뒤로 빼며

말했다

신여주

아, 미안..

여주는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잔뜩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자세를

고쳐 앉았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