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도 예보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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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르르르

윤여주
📞 왜 아침부터 전화야···.


김태형 큐레이터
📞 김석진 작가님 수락하셨습니다!

윤여주
📞 진짜?


김태형 큐레이터
📞 어제 작가님 만난 거 맞으시죠? 별일 없었어요?

윤여주
📞 별일 없었으니까 수락하셨겠지. 다른 한 분은?


김태형 큐레이터
📞 올 수락입니다!

윤여주
📞 하··· 다행이다. 알겠어, 이따 봐.


김태형 큐레이터
📞 넵! 조심히 오십쇼.

김석진 작가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전시는 진행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이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계속 맴돌았다.

.

..

…

[5주년 특별전 D+5]

특별전을 준비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덧 벌써 특별전을 오픈한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특별전인 만큼 작가님 5분을 차례로 모시는데 오늘이 김석진 작가님을 모시는 날이다.

윤여주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가···.


김태형 큐레이터
네?

윤여주
어?


김태형 큐레이터
뭐라고 하셨어요?

윤여주
아, 아니야.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 건지 팬도 되게 많아진 느낌이었다. 팬들한테는 한없이 웃어주는 작가님에 괜스레 샘이 났다.


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 생각보다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윤여주
그렇네.


김태형 큐레이터
뭐예요?

윤여주
뭐가.


김태형 큐레이터
그 반응 뭐냐고요.

윤여주
내가 뭘. 쓸데없이 내 감정이나 신경 쓰지 말고 저리 가.


김태형 큐레이터
어렵게 마음 접었는데 큐레이터님 흔들릴까 봐 그렇죠~

윤여주
······.

하긴··· 신호등만 봐도 작가님 생각이 자동으로 나는데 이게 내 마음이 흔들리는 건지, 그냥 지나가는 마음뿐인 건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

오후 6:50
윤여주
어? 윤기 씨!


민윤기
휴··· 아직 마감 전이죠?

윤여주
이제 마감하려고 했는데 어쩐 일이에요. 뛰어온 거예요?


민윤기
이거 주려고.

윤여주
꽃다발이네요? 뭐예요···.


민윤기
5주년이잖아요. 특별전도 잘 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축하한다는 의미로?

윤여주
고마워요, 진짜···.


민윤기
내일 주말인데 그때 못 마신 술 같이 마실까 해서. 태형이는 끝났어요?

윤여주
아···! 아··· 윤기 씨 그 잠깐만 나가 있을래요? 아니, 잠깐만···.


민윤기
네···? 무슨 말이에요ㅋㅋㅋ


김태형 큐레이터
어? 형!!

그때 김 큐레이터와 함께 나오는 작가님을 보았다. 관장님께 인사 한다고 잠깐 다녀온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김태형 큐레이터
웬일이야? 꽃다발까지?


민윤기
아, 첫날 때 못 와서 오늘 들렀지. 여주 씨랑 술 한잔할까 하는데 같이 가자. 내가 쏠게.


김태형 큐레이터
좋지~


김석진
그럼 전 들어가 볼게요. 남은 전시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김태형 큐레이터
아, 조심히 들어가세요.

작가님은 김 큐레이터를 보고 인사하고 나에게도 인사를 가볍게 한 뒤 나갔다. 정말 난감했다. 이 상황을 보고 작가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러면 안 되는데, 윤기 씨가 앞에 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윤여주
먼저 가 있어. 윤기 씨 미안해요. 먼저 가 있어 줄 수 있어요? 잠깐 어디 좀 들렀다가 바로 갈게요.


민윤기
네···? 여주 씨!


김태형 큐레이터
형 먼저 가자.


민윤기
어? 어어···.

.

윤여주
작가님. 작가님!!

주차장에서 차에 타려는 작가님을 멈춰 세웠다. 아무리 불러도 차에 바로 타버리는 작가님이었다. 진짜 그러면 안 되지만, 나도 옆좌석에 타버렸다.


김석진
뭐 하는 거예요?

윤여주
얘기 좀 해요.

그때 윤기 씨랑 김 큐레이터가 주차장을 지나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죄지은 사람처럼 몸을 숙여버렸다.

윤여주
갔어요···?


김석진
네···.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윤여주
안 되죠.


김석진
그때 말한 만나는 사람, 맞아요?

윤여주
알아서 뭐 하게요.


김석진
얼른 내려요. 나는 할 말 없으니까.

윤여주
나는 할 말 있어요.


김석진
내려요, 얼른.

윤여주
싫어요.


김석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윤여주
몰라··· 나 작가님 못 잊었나 봐요.


김석진
쓸데없는 말 할 거면 가요. 못 내리겠으면 내가 내릴게요.

윤여주
나! 작가님 아직 좋아한다고요. 작가님이 책임져요. 작가님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가 없어요.

윤여주
작가님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다고요. 작가님이 안 잊히니까···.


김석진
······.

르르르르


김석진
📞 네, 큐레이터님. 윤 큐레이터님 좀 데려가 주시겠어요? 주차장이에요. 네.

.

윤여주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김석진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그러고는 작가님은 차에서 내렸다. 차에 혼자 남아 넋 놓고 있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차갑게 대하는 작가님에 너무 서러웠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김 큐레이터가 보였다. 다행인 건지 윤기 씨는 보이지 않았다.


김태형 큐레이터
왜 여기 있어요···. 가요.

윤여주
윤기 씨는···?


김태형 큐레이터
갔어요.

윤여주
어···?


김태형 큐레이터
먼저 가는 게 낫겠다고 해서 잘 보냈어요. 연락하겠대요.

윤여주
하··· 작가님은···.


김태형 큐레이터
데리고 가면 오시겠대요.

윤여주
하···.


김태형 큐레이터
오늘 일은 큐레이터님이 잘못 하신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이럴 거면 형이랑 만나도 안 되는 거예요.

윤여주
알아, 나도···. 내가 다 나쁜 X이지···.


김태형 큐레이터
뭘 또 그렇게 말해요.

윤여주
나 혼자 갈게. 너도 들어가.


김태형 큐레이터
데려다줄게요.

윤여주
됐어···.


김태형 큐레이터
그냥···,

윤여주
좀···! 나 좀 내버려둬. 혼자 가고 싶어.


김태형 큐레이터
알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렇게 주차장을 나왔다. 힘이 쭉 빠진 채로 그냥 걷기 시작했다. 그냥 내가 다 문제고 나 때문에 모든 사람이 힘들어하는 걸 나만 몰랐던 거 같다.

윤여주
내가··· 다 잘못이지···.

한참을 눈물과 함께 걷다가 지쳐 비틀거리다가도 다시 정신 차리고 똑바로 걷나 싶었더니 또다시 비틀거리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쓰러지는 줄 알았는데 쓰러지지 않았다. 누가 날 잡았다···.

?
괜찮아요?!!


MEY메이
다시 김석진X윤여주 중심으로 가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