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의 고양이가 접니다

04. 내 순정은 끝났다 1

부스스

뒤척이는 소리와 함께, 산발이 된 머리카락이 찰랑 거렸다.

배여주

"....나 어제 어떻게 들어 왔더라... "

이리저리 꼬인 머리카락들을 움켜 쥐며, 인상을 구겼다.

앞에 놓여있는 거울로 눈동자를 굴리자, 옷은 어제 입었던 똑같은 거였고, 화장도 지워져 있지 않았다. 물론, 비비만 대충 두들기고 갔지만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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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윤

" 쭈. 일어 났어? "

이상하게 술을 쳐 마신 언니는 멀쩡한데 왜 내가 이러냐. 짜증나게 속도 울렁 거리고, 머리도 깨질 것처럼 아프네.

배여주

" ....해장은 했어? "

미식 거리는 속에, 배를 매만지며, 힘겹게 걱정의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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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윤

" 그럼-. 언니는 아침 7시에 일어 나서 이미 샤워도 하고 대충 국 끓려서 한사발 들이 켰는데? "

대답을 하고 싶어져, 입은 때졌지만, 워낙 아팠던지라, 목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말은 안 하고, 계속 인상을 쓰며, 끙끙대자, 날 걱정이 아닌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보는 언니였다. 시X. 나쁜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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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윤

" 뭐야. 너도 술 마셨어? "

역시 대답도 대학 때려친 언니 다운 대답이었다. 저런 꼴 보기 싫어서 내가 공부를 하지.

엄마는 저런 언니가 뭐가 좋다고 용돈을 퍼 줘. 나는 한달에 가끔씩 올 때, 딱 1000원 올려 놓고 가면서.

배여주

" ..씨...아...몰라.....귀 울리잖아....아파 죽겠어.... "

다시 침대에 엎드려, 내가 제일 아끼는 인형을 얼굴에 덮었다.

내 두 귀와 눈이 차단 되어 버리자, 다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어젯밤의 기억. 죽어도 안 기억 한다고 어제 그랬던 것 같은데.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도처럼 다시 다가왔다.

배여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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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윤

" ..뭐야...울어? "

내가 쥐 죽은 듯이, 머리를 묻고, 조용히 훌쩍이자, 언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건냈다

배여주

" ....아니... "

배여주

" ..그냥 콧물 감기야... "

힘겹게 나온 내 기운 없는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후우.

뿌연 연기가 맑은 하늘을 뒤덮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라 그런지 좀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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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뭘 그렇게 빤히 쳐다 봐? 왜? 아직도 담배에 미련이 남았냐? "

가만히 있기 거북할 정도로, 아까부터 계속 빤히 김태형을 쳐다 보는 박지민은 영략 없는 어린 남자아이 같았다

고개를 살짝 흔들던 그가 마지 못해 입을 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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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왕따 놀이는 재밌나 보네. 계속 하는 거 보면. "

픽. 작은 웃음 소리가 난대없이 튀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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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어. 뭐. 좋지. 덕분에 찌질이라는 별명도 얻고 "

김태형은 웃기다는 듯이 웃었다. 약간 슬퍼 보이기도 하고.

스윽.

박지민의 공허한 눈동자가 김태형의 손에 쥐어져 있던 담배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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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너 진짜 피고 싶냐? 저번에 그렇게 혼나더니 "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향해 가고 있던 그의 손이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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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클럽도 갔는데 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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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야. 시X. 이 새끼 단단히 미쳤네, 미쳤어. 어디를 가? 클럽? 담배만 펴도 쥐어 터지게 맞는 새끼가 클럽에 갔다고? 너 진짜 니 부모님 손에 죽고 싶어? "

김태형의 발악에, 가만히 땅을 바라 보더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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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몰라. "

대책도 없었던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황당하고 웃긴 태형이는 그를 경악하는 표정으로 계속 노려봤다.

쿵쿵쿵.

어제의 귀를 울리던 음악 소리가 자연스럽게 생각 났다.

담배를 물고 있자니 죄책감이 들고, 담배를 버리려고 하니 또 아깝고. 이리저도 안되네

이 럴 거 면 왜 그 렇 게 잘 해 주 셨 어 요?

그녀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한 단어 한 단어씩 박혔다.

난 잘 해준 적이 없다. 가끔 아플 때 약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그냥 선후배 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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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야. 전화 오잖아 "

생각에 잠겨, 미처 내 주머니에서 시끄럽게 울리던 전화 소리를 못 듣고 있었다.

발신자를 확인 하니, 역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또 얼마나 지X을 떨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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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여보세요 "

별 감정 없이 먼저 말을 건냈다. 오히려 내 옆에 앉아 있던 김태형이 더 불안한 듯, 피우던 담배를 땅에 버리고선, 나를 계속 빤히 쳐다 봤다.

- ...오늘 저녁 때 잠깐 볼까? 엄마가 아는 분이 계시는데 같이 밥을 먹고 싶다는 구나. 괜찮지?

오늘 따라 더 예뻐 보이는 꽃이 되고 싶은지, 자식을 그 누구 보다도 아끼는 부모인 듯한 모습을 겉에 붙혔다.

어이 없네. 시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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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노력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아주. 사람을 참 힘들게 만드는 재주가 존나 뛰어나네 "

그 여자의 말, 하나 하나가 내 신경을 건들었다. 시험 하듯, 먹잇감을 내놓으며.

그런 게 난 싫단 말이지.

뚝.

내 말이 끝나자 마자,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겠지. 또 뭐라고 떠들어 대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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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잘 넘어가 봐. 내가 보기엔 너 이제 학교 생활도 뭐고 다 때려치게 만드실 것 같은데. "

학교 생활이라.

내가 유일하게 학교를 빠지지 않고 다니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배 여주.

고작 2주동안 열심히 다녀 보자고 약속한 게,

어느덧 그녀에게 영향을 받아 4주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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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나 가볼게 "

저벅. 저벅.

철컥.

그녀는 절대로 비겁한 수를 쓰지 않는다.

배여주

" .........선...배..? "

알 수 없다.

유혹 하듯, 맛있는 먹잇감을 내놓는, 그런 양심 없는 행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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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또 보네 "

내가 한다.

이미 틀어질 때로 틀어진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순진한 벌레에게 거미줄을 던져 잡는 나는.

아주 못되 쳐 먹은 거미다.

어쩌면 여주가 나에게 울면서 하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놀다가 처참히 먹어 버리는 나쁜 늑대라고. 근데 어쩌겠어.

자꾸 욕심이 나는데.

배여주

" 저...저는...그...그냥...쓰레기 버리려고 온..건데....서, 선배도 여기 사세요..? "

어제 일은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건지, 말을 버벅 거리며, 맑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 본다.

배여주

" ...ㅇ..아니..이게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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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갖고 싶어 "

그녀도 느끼고 있었을까.

내 심장도 야속하게 뛰었다. 안쓰럽게 뛰었다

배여주

"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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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갖고 싶어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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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미치겠는데 어떡할까 "

결국 일을 내버렸다. 아프게 요동치는 심장에 의해.

두번의 실수는 내 인생에 용납 되지 않는다.

원래 인생은 예측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늑대 이어도 좋으니, 한번만 같이 나란히 걸어 보자고.

무교였던 내가. 처음으로 하늘에게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