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줄게, 나쁘게.

Episode 174 ˚ 병원 라이프의 시작

태어나서 걸음마를 떼기 전까지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아파본 적이 없는 서우가 아프니, 태형이로서는 안절부절못하는 게 어째보면 당연한 셈.

여주는 집에 잠시 갔고… 서림이, 서우와 남게 된 태형이는 지금 의사에게 질문 폭탄 던지는 중.

···

김태형  image

김태형

중이염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병이었죠?

(참고로 직업 의사임.)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코랑 귀를 연결하는 이관이 감염돼서 발생하는 염증이에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한테 주로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기도 하고, 그만큼 빨리 치유가 되기도 합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입원은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보통 완치까지 1·2주 걸리는데, 회복력 빠른 아이들은 1주일도 안 돼서 퇴원하기도 해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소아 병동에는 지금 몇 인실 남았나요.

"다 있습니다. 웬만한 병동은 여유롭게 있는 상태라…."

김태형  image

김태형

항생제는 어떤 걸 쓰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병원밥은 어떻게 신청하면 될까요.

(참고로 여기서 일하는 의사임.)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니, 이것도 아니라

"어… 입원과 관련된 세부사항은 지금 바로원무과에 가면 다 답변해 주실 겁니다."

"다음으로 1층에 있는 매점 가시면, 거기서 아이 입원한다 하면 수액 조절기… 등등 담긴 팩을 하나 받으실 거예요."

"받으셨으면, 5층 어린이 병동으로 가셔서 간단한 피 검사 하고 해당 병동 가시면 됩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 네.

서림이도 이제 그만하라는 듯, 작은 손으로 태형의 입을 계속해서 막는 중.

···

김태형  image

김태형

서우야-.

김서우 image

김서우

웅….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빠 잠깐 어디 좀 다녀올 테니까, 여기에 있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동안 너무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거나 하면 주변에 있는 누나 형아들 불러.

김서우 image

김서우

압바 어디 가는데에...

김태형  image

김태형

서우 많이 아야 해서- 당분간은 병원에 있어야 하거든

서우의 말에, 잠시나마 병상에 걸터앉은 태형이가 식은땀에 젖은 서우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말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래서 서우 병원에 있을 거예요- 허락 받고 오는 거야.

김서우 image

김서우

써우 그러면 어린이집 못 가아…?

김태형  image

김태형

…응…. 서우 아파서, 여기서 쉬어야 해.

김서우 image

김서우

…그러쿠나….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 대신 서우가 밥 잘 먹고, 의사 선생님 말 잘 들으면 빨리 어린이집 갈 수 있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러니까 서우 힘내자, 알았지-

김서우 image

김서우

우웅…. 아랏서….

김서우 image

김서우

압바 빨리 와아…!

···

결국 서우 바라기 아버님 태형은 병실도 1인실, 병원밥도 맛있는 스페셜 옵션으로 예약했다.

5층 어린이 병동으로 올라온 태형과 아기 둘. 서우가 그나마 해열제 먹고 열 내렸을 때 손 꼭 잡고 올라왔는데…

김서우 image

김서우

주사……?

그런 서우에게 두 번째로 닥친 시련. 그건 바로 링거 주사 바늘이었음을.

태형에게 아무 말 없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낸 서우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아까 아플 때보다 어째 더 아파 보이는.

"…우에에……."

그런 서우의 상황을 서림이도 아는지, 안됐다 싶어 침까지 흘리는 서림이. 그 덕에 태형이 옷은 이미 얼룩덜룩.

김태형  image

김태형

서우야, 잠깐 따끔할 거야-.

김서우 image

김서우

……거짓말!

김서우 image

김서우

…압바한테 많이 속아바서 이졘 안 속아!

서우에게 주사 놓으려고 준비하던 간호사는 웃음 터졌다. 이제 애기가 아빠를 안 믿네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정말이야, 서우.

김서우 image

김서우

돼써. 서우 이런걸루 안 무셔.

자기가 알아서 척척 환자복 소매를 걷더니 간호사에게 내미는 서우. 행동은 그 누구보다도 용감한데, 눈빛은 겁에 질려 있고….

"정말이에요. 아주 잠깐, 따끔할 거니까 잠깐 저-기 보고 있을까 서우?"

그런 서우를 진작에 눈치채고 뽀로로가 온통 도배되어 있는 벽지를 가리키는 간호사였다.

김서우 image

김서우

…녜에.

"……우아아앙……."

그때 들려오는 서림이 소리에, 서우가 시선을 서림에게로 돌렸다.

둘이서 서로 눈 마주치더니, 이내 세상 행복하게 웃는 거 있지. 꺄르르- 음성지원되는 무해한 웃음.

앞에서 서우 핏줄 잡고 있던 간호사도 흐뭇하게 웃는데… 둘의 아빠인 태형은 오죽하겠어. 눈에서 꿀 뚝뚝 떨어지는 중.

아빠도 못하는 서우 달래기를 서림이가 해내네, 홀로 뿌듯하게 여기며.

정여주 image

정여주

- 여보세요? 나 지금 5층이야_

정여주 image

정여주

- 515호? 잠깐만-

양손 가득 무거운 가방을 한 아름 들고서 벽에 적힌 숫자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는 여주.

그리고 마침내 여기다! 하며 찾았을 때는, 문을 열고 나온 태형이가 여주를 맞이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뭐가 이렇게 많아, 나 부르지 그랬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주차장까지 내려갈 수 있는데….

정여주 image

정여주

그럼 애들은 어떡하게-

정여주 image

정여주

별로 안 무거웠어, 들만하더라.

여주가 무거운 거 들고 있는 건 잠시도 못 보는 태형. 바로 여주 손에 있던 짐들 자기가 다 안아들고 병실 안으로 여주를 안내했다.

제일 먼저 여주 눈에 띈 건, 서우와 서림이. 잠 자는 서우의 손등에는 테이프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그런 서우의 옆에는 새근새근 잠든 서림이가.

정여주 image

정여주

…이쁜이들, 천사같이도 자네.

김태형  image

김태형

잠든 지 얼마 안 됐어, 10분?

정여주 image

정여주

수고했어-. 서우 열은 좀 내려갔어?

방 구석 쪽에 짐을 몰아둔 태형은, 보호자용 베드에 앉았다. 그를 따라 옆에 앉는 여주였고.

김태형  image

김태형

1시간 전에 쟀는데 38도였는데, 아마 밤 되면 더 올라갈 거래.

정여주 image

정여주

……아파서 어째, 우리 서우.

정여주 image

정여주

빨리 나아야 할텐데…….

쉬기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태형이는 여주가 가져온 짐 가방을 하나둘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각자 옷 별로 분리해서 수납장에 깔끔하게 넣어둔다.

정여주 image

정여주

여보, 여보는 좀 쉬어. 내가 할게.

김태형  image

김태형

너야말로 쉬어, 이건 내가 할게.

정여주 image

정여주

…치,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이내 태형에게로 다가간 여주는, 태형이 옷 정리하고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의 머리를 빗어줬다.

정여주 image

정여주

아침부터 정신없어서 머리 그대로인 거 봐ㅎ

김태형  image

김태형

…까치가 집 지었어?

정여주 image

정여주

응, 야무지게도 둥지를 틀었네-.

서로 오랜만에(?) 단둘이 보고 있으니까 급기야 노곤해진 태형이 입술을 뿌우- 내밀었다.

그럼 까치발 든 여주가 입맞춤 한 번 진하게 해주겠지.

김태형  image

김태형

한 번 더.

정여주 image

정여주

여보가 해줘.

이번에는 태형이 가까이 다가간 바람에 서로의 입술이 맞물렸다. 뽀뽀라기엔… 조금 농도 깊달까.

김태형  image

김태형

여보도 당분간은 여기 있겠네….

정여주 image

정여주

응- 그렇겠다-.

정여주 image

정여주

……자기 혹시 막, 근무 중에 여기 찾아올 생각…?

누가 봐도 자기 속셈을 들킨 듯한 표정의 태형.

정여주 image

정여주

안 돼. 절대 안 된다? 문 잠가둘 거야.

김태형  image

김태형

헐. 어째서….

정여주 image

정여주

일 할 때는 일 해야지-.

정여주 image

정여주

여보 아니어도 서우 걱정해 주시는 의사분들 많아요-.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래도 누가 나만큼 하겠어. 내가 서우 아빠인데.

정여주 image

정여주

그건 맞지, 맞는ㄷ…

똑똑,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