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줄게, 나쁘게.
Episode 178 ˚ 여전한 두 사람



여주와 한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한 태형이는 지금… 여주와 각서 쓰는 중.


김태형
알았어. 이번에는 정말 지키지.


정여주
애들 보는 앞에서 약속했어-


정여주
난 여보 믿는다?

그럼, 믿어야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종이에 제 이름을 쓰더니 이내 펜을 내려놓았다.

그때 마침 들려오는 병실 문 노크 소리. 서우 저녁 식사가 도착했음을 알게 된 여주가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정여주
안녕하세요-!

“아이고- 안녕하세요ㅎ 애기 밥 왔습니다-“


김서우
우아아-


김서우
잘 먹겠씀다!

“아이구~ 그래요 많이 먹어요”


정여주
수고하세요-

꾸벅, 직원에게 인사를 건네며 식판을 받아든 여주. 마침 여주 옆으로 다가온 태형이 대신 들어서 서우 앞에 놓았다.


김서우
저녁은 머가 나왔을까~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레 반찬 칸마다의 플라스틱 뚜껑을 들어보는 서우.


김서우
우와! 오므라이스!

깔끔하게 조리되어있는 계란 위에, 스마일 모양으로 얹어진 케찹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는 서우.


정여주
서우 좋아하는 거네-


정여주
자, 밥 먹기 전에 서우 손부터 닦자-

익숙한 하나의 루틴인지, 알아서 여주에게로 손을 내미는 서우. 그럼 물티슈를 꺼내든 여주는 콩알만한 서우 손 닦아준다.


김서우
이제 서우 먹으면 대요?


정여주
응! 이제 서우 밥 먹자~

서림이도, 이제 맘마 먹을까- 하며 여주가 뒤를 돌아 서림이 찾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서림이 분유 먹이고 있는 태형이.


김태형
내가 서림이 볼게. 여보는 서우 봐줘-.

왜인지 모르게 고마운 마음이 든 여주가 픽, 웃으며 서우의 맞은 편에 앉았다.


정여주
어때? 서우 입맛에 맞아?


김서우
움! 대박 맛있서!

입 한 가득 밥을 물고 해맑게 웃음 짓는 서우 보며, 여주도 웃고.

서우 쥐고 있던 숟가락 위에 볶은 멸치도 몇 개 놓아준다. 서우는 야무지게 잘 받아 먹고.


정여주
아이, 잘 먹네-.

여주가 서우 머리 살살 쓰다듬어 주면 더 활짝 웃는 서우.

이렇게 작은 아이가, 어쩌다 아프게 되어 손등에 큼지막한 주사 바늘 꼽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찡하고.

여러 복합한 감정에 울컥하다가도, 이내 마음 추스르고 서우 밥 먹이는 여주.


소파에 앉아 그런 여주 표정 유심히 보던 태형은 계속해서 여주가 신경 쓰였다.

하루 종일 서우 챙기느라 한 끼도 못 먹은 걸 아니까….

얼른 뭐라도 먹여야 하는데, 속으로 걱정하며.


병원 근처 식당.

서우와 서림이가 다시금 잠들자, 늦은 밤에 나온 태형과 여주는 늦게라도 끼니를 챙기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밖에서 먹기엔 단둘이 있을 서우와 서림이가 걱정돼 포장했고.

음식이 준비될 동안, 잠시 기다리는 시간.


벽에 나란히 기대어 창문 너머 풍경을 보던 두 사람. 태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태형
배 안 고팠어?


정여주
…오늘은 너무 바빠서, 그런 생각할 시간도 없었지-.


김태형
내 와이프 얼굴이 반쪽이 됐어.

이때다 싶어 여주 볼 꼬집는 태형. 꼬집을 살이 없다며 생색내자, 여주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웃는다.


정여주
너는? 밥 챙겨 먹었어?


김태형
난 아까 점심 때 샌드위치라도 먹었지.


정여주
그게 밥이 돼-?


김태형
나야 뭐, 늘 그런 식으로 끼니 때우니까.

으응- 김태형 네가 나보다 마른 이유가 있었네. 다시금 애형을 마주보며 여주가 픽, 웃었다.


정여주
그러다 쓰러질 텐데- 병원 밥 좀 먹어.


김태형
네가 없으면 입맛도 없는 걸 어떡해.


정여주
나 너무 좋아하네, 진짜-ㅎ


정여주
이래서 혼자 어떻게 살래-?


김태형
누가 혼자 산대. 평생 네 옆에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