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줄게, 나쁘게.

Episode 179 ˚ 이혼 소식

병실 앞. 문만 열어 서우와 서림이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두 사람은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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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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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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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당신도요-.

김밥 두 줄에 떡볶이 1인분 시킨 두 사람. 불이 대부분 꺼진 어둑어둑한 복도 한 구석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안내데스크 쪽에만 켜져 있는 작은 불을, 전등 삼아 조금씩 배를 채워갈 때… 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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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이거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김밥 하나 제 입에 넣은 태형이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티슈로 손을 닦았다.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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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임유리 이혼했대, 차은우랑.

순간 태형의 표정에 어둠이 내려 앉았다 다시금 펴졌다. 잠시나마 얼어있더니 머지 않아 피식,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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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얼마 가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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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1년을 못 버티네.

절레절레 고개를 젓더니 그것도 잠시,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듯이 입을 여는 여주를 보고선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는 태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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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이혼 사유가 더… 충격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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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길래.

큰 사건이 하나 있었겠구나… 지레짐작은 하고 있던 태형인데, 여주에게서 들려온 말은 그 예상을 뛰어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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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바람 났대,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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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가정사 한 번 끝내주네.

근데 이건 누구한테 들었어, 우리 여보 괜히 이상한 소식만 들었네. 말하는 태형이에, 여주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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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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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진수연… 이라고. 아까 전화가 왔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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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 사람은, 여보랑 사이 그렇게 좋진 않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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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말해 뭐해, 앙숙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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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근데 그런 사람이 자기한테 연락을 왜 해.

조금 뜸을 들이던 여주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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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진수연이 양미소 씨랑 친분이 있어.

양미소 씨가 당신 전 아내였다는 것도 알고. 지나다니는 간호사들을 의식해서 목소리를 줄인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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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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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임유리 남편이랑… 양미소 씨가….

이젠 제 입에 은우의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싫다는 건지, 고개를 떨군 여주가 말을 하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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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진짜 돌았구나, 둘 다.

다음 날,

곤히 잠든 서우 옆에 서림이. 그리고 그런 둘을 돌보느라 눕지도 못한 여주가 앉은 채 잠들어 있다.

보호자용 침대에서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일어난 태형이는 세수를 마치고 그런 여주를 발견하자마자 여주에게로 다가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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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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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태형이가 몇 번 이름을 부른 후에야, 겨우 눈을 뜬 여주가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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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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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출근. 여보는 누워서 눈 좀 더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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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아…. 출근….

비몽사몽한 채로 일어나 바로 제 곁의 태형에게 안기는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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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잘 다녀와…. 어제 약속한 거 잊지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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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보도 잘 있어-. 나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오지 말고.

잉.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ㅋㅋㅋ 해탈한 웃음 지은 여주가 태형의 품으로부터 고개를 떼자, 여주 머리 정돈해주는 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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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보고 싶을 걸-.

여주의 부은 눈 사이의 눈곱 떼주는 것도 잊지 않는 다정남 김태형.

그에게는 여주의 이런 모습마저 사랑스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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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이런 건 좀 쑥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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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남편인데 뭐 어때.

그런 여주 반응 마냥 귀여워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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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잘 갔다와…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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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작별 인사.

쪽, 밑도 끝도 없이 입술 맞부딪히는 태형이에 여주 눈 토끼는 되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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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미쳤어 미쳤어. 아직 양치하기도 전ㅇ…

이때다 싶어 다시금 제게 다가오려는 듯한 태형의 낌새에, 여주가 다급히 제 손으로 입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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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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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지금 밀린 건 이따 퇴근하고 하는 걸로.

뭘 해. 밀린 건 또 뭐야. 혼자 구시렁거리는 여주 보다가 이번에는 볼에 입 맞추는 태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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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아, 이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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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거 아니고,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