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기다릴게

미래에서 기다릴게

이 세상은 빛을 잃었다.

세상은 한낯 하찮은 인간 하나에게 통치당했다.

숨소리 조차도 알아냈고, 유난히 숨소리가 거친 사람들은 분노의 감정을 품고 있을 지 몰라 사상 경찰들이 특별 감시했다.

종이 몇 장이나 노트 하나를 사는데도 신분증, 여권, 허가증과 같은 물건들이 필요했다.

반항을 한 자를 처형하고, 그 집에서 나온 노트들은 사상 경찰들이 읽어보고 불태워버렸다.

곳곳에서 감시하는 사상 경찰은 우리가 아는 그런 경찰의 모습들이 아니었다.

스파이 같은 존재였다.

혹시 모른다. 자신의 애인, 자녀, 부모들도 사상 경찰일 수도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밝은 하늘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언젠지 가물가물했다.

입을 오므리고 날숨을 하면 퀘퀘한 담배연기가 천장을 가득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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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후…

하늘이 어두워 천장이 얼마나 뿌예졌는지는 감이 통 오지 않았다.

그저 호흡을 통해 감으로 찍어 맞출 뿐.

크게 숨을 마시자 기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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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더럽게도 어둡네.

대답 따위는 없었다.

회색 침대에 몸을 던졌다.

사실 회색인지는 저도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밝은 색의 침대가 어두운 하늘로 인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방에선 시계 초침 소리만이 들렸다.

시침은 9, 분침은 12를 가리켰다.

9시 정각, 가장 증오하는 시간이었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일명 ‘텔레스크린’에선 지지직 거리는 소리를 동반하며 귀가 찢어질 듯이 시끄러운 경음악이 들려왔다.

화면엔 ‘빅 브라더’ 라는 인물의 눈은 사라지고, 한 가녀린 여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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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주

내일은 온 우주의 지휘자, 빅 브라더 각하님의 탄생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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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주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 존경스러운 교훈을 따라, 우리 빅 브라더 정부는 전쟁을 치룰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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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주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참 멍청해보였다.

저딴 정부 밑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목이 따가울 정도의 도수의 위스키를 한 번에 목에 털어넣었다.

취기로 인해 볼은 붉어졌을 것이다.

어둠으로 인해 보이지 않지만 볼이 화끈거리는 걸 봐선 적잔히 붉을 것이다.

목에선 자연스럽게 욕지꺼리가 나왔다.

대단한 교훈은 개뿔.

그 문장을 텔레스크린 속에서 외치는 저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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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주

입 밖으로 한숨이라도 내쉬면 사상 경찰들이 들이닥칠 걸 알기에 조용히 속으로 더러운 기분을 삭혔다.

매일 오후 9시가 되면 텔레스크린 앞에 서, 소식을 전했다.

일종의 아나운서와 비슷했다.

아니, 어쩌면 아나운서와 많이 달랐다.

옛기억이 가물가물해 아나운서의 정의가 잘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진실을 전하던 사람으로 난 기억했다.

하지만 난 위조된 사실을 전한다.

당이 사실이라면 거짓도 사실이 되고, 당이 거짓이라면 사실도 거짓이 되는 세상이다.

그렇게 더러운 세상에서 짖으라면 짖는 인생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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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주

자, 모두 텔레스크린 앞으로 서서•••.

자신이 웃겼다.

우스웠다.

비참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인형으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