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킨십 알러지 있어

43. 자유

선생님

"시험지 뒤로 돌리고, OMR 나눠준다."

선생님

"눈동자 굴리지 마라~"

매번 나오는 선생님들의 단골 소리가 교실에 메아리치고,

어느새 정적이 가득한 교실엔 사각사각- 답을 쓰는 소리만 가득하다.

그리고 이 시험시간엔 몇 가지 유형들이 있는데,

첫번째. 공부 열심히 한 유형.

김남준 image

김남준

...

김석진 image

김석진

...

시험지 스캔은 제일 빠르고 꼼꼼히, 오타는 허용하지 않는 엄친아 유형이다. 보통 전교권 아이들이 나오곤 한다.

두번째는 적당히 했지만 헷갈리는 유형.

정호석 image

정호석

쓰읍...

박지민 image

박지민

......

여주은

...

꽤나 했지만 은근 헷갈리는게 많아 고생하는 유형. 적당한 찍기로 중상위권과 중위권이 갈리곤 한다.

마지막으로 포기한 유형.

민윤기 image

민윤기

...ZZZZ...

대개 찍기 신공 혹은 연필·주사위 굴리기 능력 다수 보유. 운이 좋으면 40점대도 가능하다. 50점이 넘으면 찍신으로 불리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는다.

그 외에

김나연 image

김나연

...

적당히보다 덜 한 애

김유정 image

김유정

흠...

덜 한 애보다는 좀 더 한 애

일자로 찍고 자는 애 등

우리의 시험시간은 꽤나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이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이 있는데,

딩동댕동-

선생님

"펜 내려놔!! 맨 뒤에서 걷어와!"

아이들

"야 1번에 뭐야? 4번 아니야?"

아이들

"18번도 어렵지 않았어?"

선생님이 아무리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한창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을 막을 순 없는 법.

이미 자기들끼리 모여 시험 답을 맞춰보기 시작하고, 동그라미와 별표 하나에 희비가 교차하는 이 교실에서 희로애락을 배울 수 있을법하다.

이것이 총 4일, 12번의 반복.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대망의 넷째 날이 지나가고 가면,

아이들

"와아아아아!!!!!!!!"

이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다.

선생님

"4일 동안 수고 많았다~ 주말 쉬고 월요일에 보자!"

아이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 자유를 누린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야, 언제 보기로 했지?

김남준 image

김남준

4시에 영화관 앞에서.

정호석 image

정호석

영화 먼저 볼거야? 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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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각자 때우고 저녁 먹으면 되지. 어차피 지금 점심인데 옷만 갈아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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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그럼 4시에 나와라! 우리 먼저 간다~

김남준 image

김남준

어어. 가라~

그렇게 각자 헤어진 아이들.

저벅- 저벅-

민윤기 image

민윤기

- 집에 잘 들어갔어?

여주은

- 응! 방금 씻고 나왔어ㅎㅎ

여주은

- 이따 늦지 마!

민윤기 image

민윤기

- 내가 애냐고 ㅋㅋ 알았어. 집 가서 연락할게!

여주은

- 응!

민윤기 image

민윤기

...4시까지니까... 조금 자다 가도 되겠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자유를 누릴 생각에 잔뜩 신난 윤기다. 그동안은 도서관만 같이 갔을 뿐 웬만한 데이트도 잘 못 했으니까.

그때,

지잉- 지잉-

민윤기 image

민윤기

...?

전화가 걸려온 윤기의 휴대폰 화면에는 [의사쌤]이 띄워져 있었다.

민윤기 image

민윤기

- 여보세요?

의사

- 윤기야!! 대박이야!!!

민윤기 image

민윤기

- 네? 뭔데요?

의사

- 아 지금 전화로 말하긴 좀 그렇고,

의사

- 우선 지금 병원으로 와 봐!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