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뱀파이어와 동거중
06. 오드아이



임여주
저어기... 태형씨


김태형
네?


임여주
제가 혹시... 잘못한거 일까요?

태형이는 깜짝 놀라 손사래치며 말했다


김태형
아니요!!

여주는 태형이의 손을 덥썩 잡았다.


임여주
그럼 저 애가 왜 저러는지 아세요?

태형이는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겨우 정신을 부여잡은 태형이가 여주가 잡은 손 반대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김태형
ㄷ, 덥네요


임여주
그런가?

태형이는 어색하게 웃고 목을 큼큼 가다듬으며 말했다.


김태형
엘프에요


김태형
정확히는 하프엘프랄까요?


임여주
하프엘프요?


임여주
그럼 반은 인간 반은 엘프 아닌가요?


김태형
그쵸


임여주
근데 왜 인간을...


김태형
아버지를 본 날보다 못 본날이 더 많기도 하고 학대를... 당했대요. 아버지가 살아있는 동안 말이죠

여주는 태형이의 손을 스르륵 놓았다. 태형이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


김태형
또... 인간들이 아름다움을 지닌 신비한 이들을 가만히 둘리가 없죠


김태형
어머니와는... 그렇게 생 이별을 당했다고 하네요


임여주
아....


김태형
그래도 걱정마요. 인간을 해칠 일은 없을테니까


김태형
아, 혹시 아까 지민이 귀를 왜 만질려고 했어요?


임여주
도망가길래... 머리끄댕이 잡을려고...


김태형
지민이 그런거 싫어해요


김태형
그리고 이제 절대 지민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여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형
자, 이쪽으로 오세요.


임여주
네...



김석진
걱정돼서 그래....


김석진
너도 지훈이처럼...

지민이는 석진이의 말을 끊고 말했다.


박지민
형, 그 얘긴 하지말자

지민이의 표정을 읽은 석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석진
응.... 미안

석진이의 말에 지민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박지민
날 생각해서 한말인거 다 아는데 뭐


박지민
신경쓰지마

석진이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법 비장해진 그의 표정에 지민이는 살짝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김석진
.... 그럼 지민아


김석진
그 여자한테서 인간 냄새만 나지 않으면 되는거지?


박지민
그냥 난 인간 자체가 싫다고


김석진
내가 흡혈하면?

석진이의 말에 지민이가 흠칫 놀랐다.


김석진
응? 내가 흡혈을 하면 괜찮아지겠냐고


박지민
......

지민이는 아무말도 없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숨기는게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 지민이의 표정을 그냥 넘어갈 석진이가 아니었기에 석진이는 지민이의 손목을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김석진
너 호석이랑 무슨일 있었던거지?


김석진
그래서 250년 전에 흑사병으로 죽어가던 호석이를 살려달라 한거지?


박지민
호, 호석이는 형이 후원해주고 있었으니까...


김석진
그것도 너의 부탁으로


김석진
호석이는 남작가 영식이었어. 나의 후원이 필요한 아이가 아니었지


박지민
그 아이의 출신을 알고 있었어?


김석진
지민아. 난 아무나 접근 안해


박지민
호석이한테 물어봐


김석진
하... 너도 알잖아. 걔 기억 없는거

지민이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려는 그 순간 호석이가 그 둘에게 다가왔다.


정호석
여기서 뭐해?


박지민
그냥 저기 있을 인간 이야기

그때 호석이 뒤에서 남준이가 나타났다. 그런 남준이 옆에는 정국이가 꼬옥 붙어있었다.


김남준
인간?


김남준
몇백년 만에 보는 인간이냐?


박지민
몇백년만에 보는 친구는 안 반갑고?


박지민
형, 아무래도 난 이 도마뱀이랑 같이 못 살겠어


김남준
무, 뭐? 도마뱀???

지민이와 남준이는 서로 기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몇백년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라고 호석이는 생각했다. 물론 자신은 정확히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정호석
자자 진정들 하시고

호석이의 말에 지민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정국
아, 근데 태형이형 렌즈껴?


김석진
걔가 렌즈를 왜껴?


전정국
이상하다... 분명 한쪽 눈동자 색이 달랐는데

석진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남준이는 그런 석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김남준
형도... 그래요?

석진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김석진
아니...


박지민
그럼 그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요?


김석진
처음이야

호석이가 석진이를 한번보며 말했다


정호석
그거.... 윤기가 종속되었을때 나오는 특징이라던대?


김석진
종속?

석진이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윤기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김석진
민윤기!

그러자 윤기가 휙 나타났다. 제법 짜증이 난 듯한 표정으로 윤기는 그들에게 자신의 뒷머리를 마구 해집으며 걸어왔다.


민윤기
귀청떨어지겠다 미친놈아

석진이는 윤기의 어깨를 잡고 막 흔들며 말했다.


김석진
너 태형이 눈에 대해서 뭐 알고있는거 있지?


김석진
종속이라니 그게 무슨소리야?


민윤기
노랑색으로 바꼈어?

윤기의 말에 정국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
응


민윤기
태형이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잡종이니까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지


민윤기
흡혈했다면서. 그것도 인간을

윤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민윤기
뻔하지. 종속된거 아니겠어?


민윤기
눈동자 색이 변했다면 아마 곧 피를 필요로 할지도 모르지. 걔 꽤 배고픈 상태였잖아. 첫 흡혈때 먹은 양이 부족했던 거지


전정국
그럼... 선배가 위험한거 아니야?


민윤기
선배?


정호석
흡혈 당한 여자애

윤기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답했다.


민윤기
그럴지도?

지민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먹다가 중얼거렸다.


박지민
실프, 태형이가 정신차리기 전까지 문을 잠가줘요.



김태형
여기가 여주씨가 쓸 방이에요


임여주
와...


김태형
혹시 불편한거 있으면 꼭 말해주세요.


김태형
아, 그리고 다 가도 되는데...


김태형
왼쪽 끝방만은 가지마세요.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희 중에 함부로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요

여주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임여주
감사합니다

여주는 태형이의 눈을 가르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임여주
아, 근데 혹시 눈 안아프세요?


김태형
네? 눈이요?


임여주
지금 렌즈가 한쪽이 돌아간거 같아요


김태형
한쪽이... 돌아...가요?


김태형
전 렌즈를 끼지 않는데


임여주
네? 왼쪽눈은 지금 노랑색이고 오른쪽 눈은 빨간색인데요?

태형이가 왼쪽으로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태형이는 심장이 크게 쿵쾅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여주와 있어서 느껴지는 심장소리와는 달랐다. 마치 심장이 가라앉았다가 올라오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들었다. 태형이는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했고 당황한 여주는 태형이에게 다가갔다.


임여주
괜찮아요?

여주는 빨리 태형이를 침대에 눕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러가는 순간 문이 스르륵 닫혔다. 그리고 그런 여주의 손목을 태형이가 탁 잡았다.


임여주
태형씨, 지금 저 도움을 청하러 갈게요.


김태형
네...

태형이는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었고 정신은 몽롱해져가는 상태였다. 여주는 그런 태형이의 손을 천천히 놓고 문으로 달려갔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임여주
어, 어? 이게 왜 안열리지?

여주가 낑낑거리며 문을 여는 사이 태형이가 비틀거리며 여주에게 다가왔다.

끼익

끼익_

끼익

태형이가 다가올때마다 마룻바닥은 해괴한 소리를 냈고 여주는 그런 태형이를 바라보았다.


임여주
괜..찮아요?

여주는 주춤거리며 문에 등을 바싹기대었다. 그리고 다리 힘이 풀리는 바람에 문을 따라 주르륵 주저앉았다.


임여주
뭐, 뭐하시는거죠?

태형이는 무릎을 굽혀 여주와 눈 높이를 마추었고 여주는 온몸이 굳는 기분이 들었다. 태형이는 그런 여주의 어깨에 있던 머리카락을 살며시 치우고 그녀와의 첫 만남때처럼 그녀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


임여주
으흐...

태형이는 오른손으론 그녀의 얼굴을 잡아 자신이 흡혈하기 좋게 만들었고 왼손으로는 그녀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꽉 잡았다.

여주는 눈을 꽉 감고 태형이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발버둥쳤지만 그녀가 발버둥치면 칠 수록 태형이는 그녀를 더 죄어왔다.


임여주
그, 그만


임여주
그만해 김태형!!

여주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태형이는 정신을 차렸고 그 틈을 타서 여주가 힘껏 태형이를 밀었다.


임여주
미, 미쳤어요?


김태형
어... 어....?


김태형
여주씨?

여주의 목에선 피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당황한 태형이가 여주에게 다가갈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내 움찔한 여주의 반응을 보고 손을 다시 거두었다.


김태형
죄송해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또 다시 태형이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저 당황해서 한 말인데 그 말이 그를 또 다시 울릴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주가 아까 외친 그 소리에 반응한 호석이가 재빨리 태형이를 데리고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여주는 벙찐 표정으로 문에 기대 호석이와 태형이가 사라진 그 곳을 바라보았다.


임여주
뭐야...?

그러다 갑자기 문이 끼익 열리고 여주의 몸은 뒤로 스르륵 넘어갔다.


임여주
어?

시선이 점점 천장을 향했다. 이러다가 넘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급하게 중심을 잡으려던 그때 누군가 자신을 잡아준 기분이 들었고 자신의 시선에서 빼꼼 무언가 튀어나왔다.


김남준
뭐지?


김남준
이 귀여운 생명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