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뱀파이어와 동거중
07. 각자의 사정, 저마다의 입장



임여주
ㄴ, 네?

남준이는 손을 뻗어 여주의 볼을 꼬집으며 감탄했다.


김남준
볼이 말랑말랑한게 꼭 돼람이처럼 생겼어


임여주
돼람이요....?


김남준
아, 얼마전에 죽은 다람쥐야


김남준
한 300년 됐을려나?

남준이는 여전히 여주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김남준
진짜 돼지같은 녀석이었지

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남준이를 바라보았고 남준이는 그런 여주가 귀여워죽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임여주
'놀리는건가?'

여주는 잠시 남준이가 자신을 놀리는 듯 했지만 이내 제법 진지한 남준이의 표정을 보고 그 생각을 접었다.


박지민
야, 김남ㅈ...

뒤늦게 따라온 지민이가 남준이와 여주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태형이에게서 이야기를 듣고나니 여주는 지민이가 마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박지민
....

지민이는 여주를 보고 잠시 멈칫거렸지만 주먹을 꽉 쥐고 남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박지민
빨리 나가자고


박지민
여기에 더 있기 싫어


김남준
싫어


박지민
뭐?


김남준
나 아무래도 돼람이를 찾은거 같아

남준이의 말에 지민이가 화들짝 놀라 답했다.


박지민
돼람이?


박지민
돼람이가 환생했어??


김남준
응! 이 얘로

그리고 이내 남준이가 여주를 가르키자 얼굴을 와락 구겼다.


박지민
야

지민이의 싸늘한 말에 남준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양손 가득 담긴 여주의 볼을 놓고 자리에 일어났다.


김남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여기에서 지낼 생각이야


박지민
너 나랑 숲으로 돌아가기로 했잖아


김남준
파괴몹인 드레곤이랑은 가기 싫다면서


박지민
너가 숲을 파괴하니까 그렇지!!


김남준
네네~ 고귀하신 엘프님

그리고 지민이의 어깨를 툭툭 털며 남준이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김남준
그래서 실프의 힘을 빌렸나보지?

남준이의 말에 지민이는 흠칫 놀랐다. 두 눈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그 모습은 자신이 놀랐음을 감출려하지 않아보였다.

남준이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여주는 남준이가 아마 지민이에게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남준이는 지민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이어갔다.


김남준
표정 풀어 지민아


김남준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까


박지민
어떻게 그걸 알았어?


김남준
......

남준이는 잠시 침묵을 했다. 순시간에 당황한 표정이 잠시 남준이의 얼굴을 스쳐지나갔고 그 순간 지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남준이는 바로 고개를 휙 돌리고 자리를 피하려하자 지민이가 그런 남준이의 손목을 탁 잡았다.


박지민
아는 사람 더 있어?


김남준
뭐, 뭘?


박지민
내가 정령을 썼다는 사실을


김남준
정령은 계약자나 정령술사한테만 보이잖아

남준이는 지민이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김남준
아무도 몰라

그리고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박지민
....

지민이는 그런 남준이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박지민
넌 계약자도, 정령술사도 아니잖아


박지민
....과거형이 된건가?

지민이는 슬픈 표정으로 자신의 반지가 끼어져있는 엄지손가락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박지민
지훈이랑 관련된거니?


민윤기
김남준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흠칫 놀랐다.


김남준
아... 깜짝아


민윤기
어딜 그리 급히가?


김남준
그냥...


민윤기
위에서 하는 얘기 다 들었어. 여기서 산다고?


김남준
응... 더이상 숲에 들어갈 필요없으니까


민윤기
지민이는 그 아이가 실종된걸로 알고있을거야.


김남준
말... 해야지


민윤기
빠를 수록 좋을거야.


김남준
말할거야... 그래서... 그래서 여기왔잖아


김남준
내겐 시간이 필요해


민윤기
지민이에겐 고통스러울 뿐이야


김남준
내가 그 애와 마지막에 어땠는지... 형이 제일 잘 알잖아...응?


김남준
더이상 멀어지고 싶지 않아

윤기는 한숨을 쉬며 남준이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주었다


민윤기
그래, 그렇지만 너의 입장에서 그 일은 당연했던거야.


김남준
그치만...


김남준
그 아이는 내 입장을 모르잖아.

태형이는 나무 그루터기에 풀이죽은 표정으로 쭈구려 앉아있었다.


김태형
하....


김태형
내가 또 여주씨를 물어버렸어


김태형
아팠으면 어쩌지?


정호석
아팠겠지 멍청아

호석이는 그런 태형이 앞에 곰을 던져주었다.


정호석
그러게 사냥하러갈때 같이 가지 그랬어?


김태형
맛없어

호석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정호석
허? 먹지도 않고?


김태형
너 인간이었잖아


김태형
흡혈당할때 많이 아파?


정호석
넌 진짜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정호석
기억 안난다고 몇번을 말해?


정호석
그냥 닥치고 먹기나해. 아까같은 상황 안벌어지게

태형이는 곰을 쿡쿡 누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곰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


정호석
맛없다면서 잘먹네

어느새 흡혈을 마친 태형이가 자신의 입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호석이를 바라보았다.


정호석
ㅁ, 뭐?

태형이는 자신의 배로 시선을 향하고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김태형
배고파...


정호석
아 너가 사냥해서 먹어!!

태형이는 버럭 화나는 호석이를 노려보며 입술을 쭉 내밀고 꿍얼거리며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김태형
그거 하나 못해주냐. 나빴어 진짜

물론 자신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너무 귀찮았다. 맛없는걸 굳이 먹어야한다는 상황이 겹쳐 더욱 그런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