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뱀파이어와 동거중
11. 잘했으니 상을 주세요.


여주는 아직 태형이에게 물어보고싶은게 있었지만 태형이의 그 표정을 보곤 더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분노에 가득 차 있는 표정이면서 지나치게 냉정한 그의 표정은 처음 봤으니까.

그리고 그의 일에 그리 깊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짜피 자신이 졸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때 돈을 어느정도 모아서 집을 찾아 나서면 그만이니.


김태형
아 여주씨.


임여주
네?

태형이는 조심스럽게 여주의 손을 가지고 간 다음 여주의 왼쪽 약지에 자신이 만든 꽃반지를 끼워주었다.


김태형
들에 꽃이 이쁘게 폈길래...

여주는 저 덩치로 낑낑거렸을 태형이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세어나왔다.


김태형
마음에 들어요?


임여주
네! 진짜 이쁘게 폈네요


김태형
호석이 말을 듣길 잘했네요.


임여주
호석씨가 하라고 시켰어요?

태형이는 여주의 손등에 입을 맞출려했지만 여주가 손을 휙 뺐다. 태형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여주에게 다가갔고 여주의 귀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김태형
잘했으면 상을 줘야죠.

홀리듯 달콤한 그의 목소리와 구애하는 듯한 그의 어투는 여주의 심장을 강하게 쿵 내리쳤다. 여주 역시 그걸 느꼈는지 귀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쿵-


김남준
공부 한거 맞아?


박지민
전정국... 이 종이에 굳이 너의 우울한 감정을 빨간비로 표현해야할까?

정국이는 울먹이면서 쇼파에 다리를 꼬고 자신이 푼 문제를 채점하는 것을 끝마친 남준이와 지민이를 노려보았다.


전정국
난... 난 열심히 했다고!!

지민이는 자리에 일어나 정국이의 이마를 한대 콩 때리며 말했다.


박지민
들어가서 공부나 해


박지민
우는척하지 말고

지민이는 그 말을 끝으로 하품을 하며 말했다.


박지민
난 그럼 자러간다

남준이는 톡 치면 울것같은 정국이를 바라보았다. 지민이가 사라지자 남준이에겐 눈물이 절대 통하지 않고 놀림만 받을걸 알았는지 눈물은 쏙 들어갔고 그 모습을 남준이는 아쉽게 바라보았다.


전정국
지금 제가 안울어서 아쉽다고 생각했죠?


김남준
들켰니?

정국이는 남준이를 노려보다가 한가지 좋은 수가 생각났는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정국이의 그 모습을 본 남준이는 정국이 등 뒤로 아홉개의 꼬리가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김남준
너... 너 뭐할려고?


전정국
형 여주누나한테 반했지?


김남준
뭐?

부정하지 않는 남준이의 반응을 보고 정국이는 한번 더 씨익 웃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정국이가 다시 고개를 올렸을 땐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졌다.


김남준
야. 우, 우냐?

그리고 그 상태로 여주가 있는 2층으로 후다닥 올라갔다.


김남준
아 저...

남준이는 정국이를 막으려다가 포기를 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김남준
수험생있다고 못보게 했는데 지금은 괜찮겠지 뭐.

다가올 후폭풍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말이다.


쿵-

여주는 자신의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3초 후에 그건 자신의 심장소리가 아니였음을 깨달았다.


전정국
누나...

정국이는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연약해보였다. 정국이는 문 앞에 서서 눈물을 닦는듯 눈을 한번 비볐고 그러는 동안 여주는 태형이를 살짝 밀었다. 당연히 이젠 더이상 여주를 이길 수 없게된 태형이는 힘없이 밀려난 채로 말이다.


임여주
무슨일 있어?

여주의 말에 정국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당황한 여주는 정국이에게 달려가 정국이를 꼭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고 태형이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태형이는 그 순간 씨익 웃고있는 정국이를 발견했고 여주가 깜빡 속고있다는 사실 역시 생각해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