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뱀파이어와 동거중
12. 잠깐만 이러고.


여주의 빨리 나가라는 손짓에 못이긴 태형이는 결국 비틀비틀 걸으며 나갔다. 사실 이미 여주에게 푹 빠진 태형이가 그녀를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왜? 더 사랑하는 쪽이 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임여주
그래 정국아, 무슨일인데?


전정국
누나


전정국
나는 진짜 열심히 하고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게 마음대로 안돼요...

여주는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임여주
걱정마, 그 나이때가 다 그런거야. 나도 그랬는걸?


전정국
근데 전 정말 심각하다고요...


전정국
10문제 풀면 그중 5문제를 맞을까 말까한다고요


임여주
지금부터하면 늦지 않을거야


전정국
...고1과정인데 괜찮아요?

여주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임여주
...그냥 공부를 놨구나?

여주의 말에 정국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전정국
네.


임여주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전정국
그냥 윤기형이 저한테 수능 답을 알려주시면 다 되는 일인데 안 알려주겠다잖아요!


임여주
정국아


전정국
네?


임여주
누나가 공부 도와줄까?


전정국
지, 진짜요?


임여주
그럼! 진짜지


임여주
물론 너의 말을 들어보니 수시는 완전 폭망했으니 정시를 죽어라파자


전정국
근데 저 곧있으면 중간인데 괜찮을까요?

여주는 정국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임여주
이 누나가 밥 사줄게. 가자


전정국
햄버거?


임여주
왜? 안좋아해?


전정국
그게 아니라... 석진이 형이 그런거 몸에 안좋다고 못먹게 하거든요

여주가 정국이 쪽으로 햄버거를 밀어넣어주며 말했다.


임여주
걱정말고 드세요 수험생님. 이거 다 먹고 책 사러가자

정국이는 햄버거를 빤히 보았고 여주는 피식 웃으며 햄버거를 감싼 종이를 풀어주었다.


임여주
이런 것도 못하는건 아니죠 도련님?

정국이는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고 재빨리 햄버거를 한 입 먹었다. 한입 먹은 정국이는 천국이 따로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급하게 하나를 다 먹었고 여주는 자신의 것까지 건내주었다.


전정국
헐... 누나 감사합니다

정국이는 감동받은 눈빛을 여주에게 보내주었고 콜라를 한입 쭉 빨아먹고 다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전정국
긍데여. 으음 저 징짜 중강 몽바도 대여?

정국이는 오물거리며 말하는 바람에 발음은 다 무너졌다. 그런 정국이의 모습이 마치 햄스터같아서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임여주
다 먹고 말해 다 먹고

정국이는 머쓱하다는 듯 헤헤 웃었고 여주는 감자튀김에게 캐찹을 입히며 말했다.


임여주
정시로 갈거면 수시 필요없어. 그리고 수시는 내신 평균으로 가기때문에 너가 1.0을 받아도 좋은 대학은 물건너 갔을지도 모르지

정국이는 잠시 자신의 성적을 생각하다가 못볼걸 기억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정국
진짜 석진이 형은 너무한거 같아요


임여주
왜?


전정국
이 맛있는 햄버거도 못먹게 하고. 성적가지고 뭐라고 하잖아요.


임여주
그건 보호자로써 할 수 있는 말들이지


전정국
전 보호자 필요없어요!


전정국
내가 누나보다 나이가 많은걸?


전정국
아, 물론 인간나이로 따지면 19살일테지만요.


전정국
근데 내가 진짜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임여주
누군데?


전정국
태형이 형이요! 그 형은 자기 아빠를 죽였다고요!


전정국
에휴... 정말이지 피도 눈물도 없는 집안이라고요

정국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전정국
제, 제가 뭐, 뭐라고 했죠...?

정국이는 대답대신 충격을 받은 여주의 얼굴을 마주했다.


전정국
누나... 미안해요...


전정국
제발 잊어주세요...


임여주
'그래서...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던거야'


전정국
누나 이 책 어때요?


임여주
어어... 골라 골라...


임여주
'자신의 아빠를 왜 죽였을까? 하긴... 우리 아빠처럼 다들 착한건 아니지'

파라노마처럼 아빠와의 추억이 여주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그때였다.

그 순간 그날의 사고현장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미 차가워진 엄마와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사랑하다 말해주는 죽어가던 아빠.

여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에다가 인공 눈물을 넣었다.

그 순간 정국이는 여주의 어깨를 잡고 여주를 불렀다.


전정국
누나! 진짜 이 유아용 책을 사라고ㅇ...


전정국
잠만, 누나 울어?

어느새 여주의 눈에선 (인공)눈물이 뚝 떨어져버렸다.


전정국
왜? 무슨 일인데? 어디 아파?


임여주
어어? 아니 아니... 괜찮아

정국이는 한숨을 푹 내쉬다가 여주를 폭 안아주었다.


전정국
그럼 조금만 진정될때까지 이러고 있어


임여주
.....


임여주
정국아, 인공눈물인데?


전정국
응. 알아요

여주는 정국이를 탁 밀치며 말했다.


임여주
이런걸 여우짓이라고 하는거야 정국아

정국이는 키득 웃으며 말했다.


전정국
여우가 여우짓하는게 죄는 아니잖아?

여주는 능글맞게 말하는 정국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임여주
너 자연스럽게 말 논다?

정국이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여주가 골라둔 참고서를 계산하러갔다.


전정국
안와 누나?


전정국
그럼 나 먼저 가요

그래도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던 정국이의 표정과 빨게진 귀가 그가 자신이 진짜 울고있는줄 알았다고 착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임여주
귀엽네 전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