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뱀파이어와 동거중
13. 비가 불러온 나비효과


남준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그래도 불안한 감정은 여전했는지 자리에 일어났다 앉았다가를 반복했다.


김남준
미치겠네 전정국.

물론 정국이가 여주에게 자신이 여주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래도 한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여우같은 정국이가 여주에게 무언가 일을 벌일거 같다는 것 하나때문에 불안해서 미치겠다.


김남준
하....

그러다 결국 티비를 끄고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괴롭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김남준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그때 문이 쾅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준이는 저러다가 문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이 잠깐 들었다가 이내 문을 연건 자신이 아니니 부서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태형
전정국. 가만안둘거야

쿵쿵쿵거리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태형이의 눈엔 분노가 가득했고 이를 낮게 부드득 갈았다.

남준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태형이를 바라보았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통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서려는 그때였다.


민윤기
아씨... 진짜 슬프네...

윤기가 눈물을 훌쩍이며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김남준
뭐야 형 울었어?

남준이는 황당스러워서 윤기를 바라보았고 윤기는 아무말도 없이 훌쩍이며 말했다.


민윤기
막걸리가 땡기기에


민윤기
막걸리는 전이랑 먹으면 맛있지.


김태형
그거 뭔 말이야?

윤기는 쯧쯧거리더니 한심하다는 듯 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민윤기
막걸리와 전은 딱 빗소리를 들으면서 먹어야지 맛있다고


민윤기
그래서 감정을 잡았다.


김남준
비 내리게 할려고?

윤기는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태형이와 남준이는 어이없다는 듯 윤기를 바라보았다.


김태형
그런 사사로운 일을 위해서 날씨를 막 바꿔도 되는거야?


김태형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민윤기
알아서 하겠지. 일기예보라는게 항상 맞는건 아니잖아?


김남준
잠깐

태형이와 윤기의 말을 들은 남준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수가 생각났는지 곧바로 막걸리와 전을 부칠 준비를 하며 말했다.


김남준
빨리 비가 오게 해봐.


김남준
그럼 돌아올거 아니야


김태형
천재

태형이는 박수를 딱치며 남준이를 도와 윤기와 먹을 막걸리와 전을 준비했다.


민윤기
뭐야 너흰?


김남준
형은 그냥 빨리 비나 내리게 해

윤기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남준이와 태형이를 보다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쉰 다음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윤기가 눈을 뜰때쯤엔 비가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윤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막걸리를 국그릇에 부었다.



임여주
성적표는 아직 안나왔어?


전정국
ㄴ, 네?

정국이는 뒷목을 긁으며 말했다.


전정국
네... 아직...

정국이의 말에 여주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임여주
1학년꺼랑 2학년꺼 주면 되지


전정국
윽...

정국이는 싫은소리를 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
네... 집에 가서 보여드릴게요...

그때 정국이의 머리 위로 비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임여주
어? 비네?


전정국
아... 민윤기네

정국이는 바로 자신의 겉옷을 벗어 여주에게 씌어줄려고 했으나 이미 여주는 자신의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고 야무지게 리본으로 고정한 상태였다.


전정국
풋...


전정국
'뭐야... 간지러워'

정국이는 그런 여주의 모습을 보고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심장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이내 정색을 했다.


전정국
'미쳤어? 왜 웃은거야?'


임여주
정국아, 달리자!

여주는 정국이에게 손을 내밀었고 정국이는 여주의 손을 잡고 자신의 허리에 두르고 여주의 머리와 자신의 머리 위에 겉옷을 올려 비를 막았다.


전정국
꽉 잡아요. 안그러면 비 맞는다.

둘은 비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달렸다. 물론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는 방법이 있었지만 정국이는 굳이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기에. 심장이 간지러운 이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기에


투둑. 투둑.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에 지민이는 잠에서 깼다. 아마 또 윤기가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 비를 내렸겠거니 하고 밖을 바라보았다.


박지민
......

그러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타고넘는 운디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박지민
나갈까요?


박지민
저도 오랜만에 비를 맞고싶긴 하네요.


박지민
.....그 아이도 비 내리는걸 참 좋아했는데

지민이는 슬픈 미소를 띄우며 방을 나섰다.

식탁 위에는 태형이가 엎어져있었고 남준이는 고개를 꾸벅꾸벅이며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윤기는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보다가 비가 내리는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민윤기
이런 알쓰들

그리고 다시 빙그레 웃으며 잔을 채웠다.


민윤기
마저 마셔볼까?

그러자 벌컥 문이 열리고 지민이가 방에서 나왔다. 윤기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었지만 지민이는 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보고싶지 않았는지 윤기의 시선을 피했다.


민윤기
한잔 할래?


박지민
아니. 난 저 놈들처럼 좀비가 되고싶진 않아.

그리곤 밖으로 나갔다.


민윤기
야, 야!


민윤기
비오는데?


박지민
알아 나도

그러자 갑자기 남준이가 벌떡 일어났다.


민윤기
아이.... 깜짝아

남준이는 윤기를 휙 보더니 말했다.


김남준
아무래도 술을 깨야할듯 해서

그리고 비틀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


민윤기
단단히 취했네

윤기가 태형이의 어깨를 두들기며 깨웠다.


민윤기
저기요 아저씨. 집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김태형
으음... 물...


김태형
목말라....

윤기는 그런 태형이의 모습을 보다가 장난끼가 발동해버렸다. 곧바로 물을 찾으려고 더듬거리는 태형이의 손에 다가 자신이 먹기위해 따른 막걸리를 쥐어주었다.

단단히 취해버린 태형이는 윤기에게 잔을 다시 내밀었고 그럴때마다 윤기는 병째 마시던 막걸리를 따라준 다음 살짝 건배를 했다.


민윤기
자, 마셔


민윤기
나는 너 주사가 술마시기인게 너무 좋다니까?

물론 윤기가 만들어준 술버릇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윤기가 불러일으킨 이 비가 이 집에 분위기를 뒤 바꿀 후폭풍으로 다가온다는 그 무시무시한 나비효과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