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이 아니야!

보이지 않는 불안

그렇게 행복한 시간 후, 교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아침,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한 교은.

윤팀장

"어, 왔어 교은아~ 너 퀵으로 온 택배 하나 자리 위에 놔뒀어~"

팀장님의 가벼운 인사에 교은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교은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리로 돌아온 교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려던 교은은 책상 위에 놓인 소형 박스를 발견했다.

하교은

'...퀵이라는데 뭐지? 주문한 건 없는데.'

조심스레 박스를 집어 들었다.

박스에는 송장도, 보내는 사람 이름도 없이 오직 자신의 이름과 회사 주소만 적혀 있었다.

하교은

"... .."

묘하게 서늘한 기분. 교은은 순간 망설였지만, 곧 '설마' 하며 박스를 열었다.

그리고

하교은

"...!!"

입을 틀어막을 뻔했다.

상자 안에는 핏빛처럼 붉은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찢긴 곰인형,녹슨 못과 압정들,

그리고 알아볼 수 없게 찢어진 글자들을 이어 붙여 만든 편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쳤다.

???

'내가 모를 것 같았어? 당장 꺼져. 경고 무시하지 마.'

하교은

"하..."

숨이 턱 막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교은

"이건..."

순간 머리를 스치는 끔찍한 예감.

하교은

'...혹시, 나 대신 고소당했어야 할 진짜 사생...?'

차디찬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섬뜩한 한기. 교은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휴대폰을 꺼내 박스 안을 사진으로 남겼다.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그리고— 조심스럽게 박스를 구석으로 밀어두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글자들은 하나도 읽히지 않았다. 머릿속엔 온통 불길한 상상뿐이었다.

하교은

'어디서 본 거지...? 어떻게 알았지...?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불안감이 끈적하게 몰려왔다. 교은은 입술을 꾹 깨물며 겨우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하교은

"괜찮아. 나만 조심하면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심장 깊은 곳에서는 지독한 공포가 지워지지 않았다.

***

그날 저녁, 교은은 퇴근길에 우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지(지훈) image

우지(지훈)

[교은아~ 잘 있었어?]

하교은

"아, 네...! 잘 출국하셨어요?"

우지와 세븐틴 멤버들은 해외 스케줄로 출국한 상태였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우지는 틈을 내 교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우지(지훈) image

우지(지훈)

[응. 벌써 보고싶네.]

그 담백하고 솔직한 말에 교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교은

"..다, 다음에 봐요..! 조심히 계세요."

우지(지훈) image

우지(지훈)

[그래, 교은아.]

서툴지만 따뜻한 통화가 끝났고, 교은은 휴대폰을 조심스레 가방에 넣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교은

'음... 케이크 맛있어보인다.'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메뉴판을 보고 있는 그때—

주연

"어, 교은 언니!!!"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교은.

하교은

"...주연아?"

소개팅 사건 이후로 어색해진 동생이었다.

서로 멈칫했지만, 금방 평소처럼 인사를 나눴다.

주연

"아, 언니 그때 어떻게 된 거야? 그 오빠 엄청 화내던데?"

하교은

"...어, 그냥 서로 잘 안 맞았어."

교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주연도 더 묻지 않고 웃으며 넘겼다.

주연

"그래도 언니한테 좋은 사람 생기나 했는데... 아직 솔로야?"

하교은

"아, 그게...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주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가워했다.

주연

"정말? 와아~ 언니 잘됐네! 응원할게!"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주연. 교은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하교은

"응. 조심히 가."

주연이 카페를 빠져나가는 순간, 교은은 우연히 주연의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게 되었다.

흘끗 스쳐본 화면. 낯익은 얼굴. 짧은 찰나였지만, 교은은 보았다.

하교은

"우지씨...?"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공식 사진도, 방송 캡처도 아닌— 흐릿하고 기울어진, 누군가 몰래 찍은 것 같은 느낌.

하교은

'내가 잘못 본 걸까...?주연이가 ... 우지씨 팬이었나?’

순간 멍하니 생각에 잠긴 교은. 딱히 팬이라고 말한 적도 없었는데, 괜히 가슴이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하교은

‘뭐...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카페를 나서는 교은.

작은 불안이 피어났지만, 아직은 이유 없는 생각이라 여겼다.

그렇게 조용한 밤공기를 맞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