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이 아니야!

약속의 그림자

교은은 고마워하며 우지를 바라봤고, 그러다 아차! 하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교은

"아, 안 돼…! 출근 준비해야 해요!"

허둥지둥 방으로 들어가는 교은을 우지는 웃으며 바라봤다.

바쁜 와중에도 머리카락을 묶고, 노트북 가방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모습조차도 귀여워보였다.

우지(지훈) image

우지(지훈)

"이따 보자."

우지는 문 앞까지 따라 나가 그녀를 배웅했다. 교은은 우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교은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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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잘 다녀와"

문이 닫히고, 조용한 거실에 혼자 남겨진 우지는 아직도 따뜻한 집 안 공기를 느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따뜻함은 교은의 온기였다. 그러고는 자신도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 책상에 앉아 노트북 앞에 앉은 우지는 컴퓨터 화면보다도 핸드폰 화면에 더 시선이 갔다.

스피커에 흐르는 미완성 트랙 위로 자꾸만 교은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했다.

그는 무심한 척 눈을 돌리다, 결국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에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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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오늘 저녁에 예쁜 데서 밥 먹자. 너랑 데이트하고 싶어.]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답장.

하교은

[꺄~! 너무 좋아요-!!! 꼭이에요]

문자에서도 신나게 들리는 교은의 톤이 우지의 입가를 슬며시 올라가게 했다.

마우스 위에서 맴돌던 손가락이 저절로 박자에 맞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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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진짜 귀엽다…"

혼잣말을 중얼이며 그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

저녁 7시. 우지는 교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설렘과 함께 오늘 갈 레스토랑을 검색하고, 예쁘게 찍힐 조명과 창가 자리를 미리 예약도 해놓았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교은은 나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우지는 윤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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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아, 혹시 교은 씨 아직 회사에 있나요? 연락이 안 돼서요."

윤팀장

[교은이? 아까 다 끝내서 5시쯤 일찍 보냈는데? 연락 안 되면 다른 일 중인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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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5시에 퇴근했어요?"

우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교은이라면 절대 약속을 까먹을 사람이 아니다. 특히나 자신과의 첫 정식 데이트였는데.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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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교은아..."

그의 손끝은 어느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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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뭔가 이상하다.'

우지는 급히 차를 돌려 교은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