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이 아니야!
위기는 갑자기


그렇게 교은은 케이크를 사들고 와 집으로 향했고,비밀번호를 누르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교은은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가구는 모조리 쓰러져 있었고, 액자는 깨지고,

서랍은 죄다 열려져서 안의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누가 일부러 엉망으로 만들기라도 한 듯, 도둑이라기보다는 분명히 악의적인 침입 같았다.

하교은
"......!"

교은은 입을 틀어막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숨이 가빠졌다.

손이 떨려 제대로 휴대폰을 쥘 수도 없었다. 겨우 손가락을 움직여 112를 눌렀다.

하교은
"여, 여보세요... 집에... 누군가 들어왔던거 같아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

경찰에게 주소를 전하고 전화를 끊은 뒤에도, 교은은 거실 한복판에 쪼그려 앉은 채 한참을 떨었다.

그때 문득 스쳐가는 생각.

하교은
'설마... 그때 회사로 보내진 경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24시간 내내 지켜보고 있지 않고선 알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교은은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케이크 박스 옆에 떨어진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었다.

집안을 찍기 시작했다.이 상황을, 증거를 남겨야 했다.

곧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교은은 그 소리에 겨우 움직여 문을 열어주었다.

***

한편, 우지의 시점.


우지(지훈)
"하, 얘를 빨리 잡아야 되는데..."

공연을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온 우지는 핸드폰을 열어 확인하던 중,

낯선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는 걸 봤다.


우지(지훈)
"또 그 사생인가..."

한숨을 쉬며 알림창을 넘기는 우지

교은에게 연락 해보려 메세지 함을 열었으나 갑자기 수신제한 번호로 온 문자 하나에 우지의 손이 멈췄다.

문자에는 사진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처음보는 거실이 완전히 난장판이 된 모습.


우지(지훈)
"....뭐야 이거?"

우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도착한 메세지.

???
'오빠! 이건 시작이야 ^-^'


우지(지훈)
"...!!!"

순간 우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았다.

거실 한편, 넘어져 깨진 액자 틀 안에 보이는 작은 사진. 교은의 사진이었다.


우지(지훈)
이런 씨..., 설마..."

우지는 욕설을 삼키며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멤버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승관
"형, 왜그래?"


호시(순영)
"무슨 일 있냐? 왜그래?!"

우지는 간신히 숨을 고르며 말했다.


우지(지훈)
"잠깐만..."

그리고 바로 교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고, 조금 뒤 교은의 다급하지 않은, 오히려 일부러 밝게 만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지(지훈)
"교은..."

하교은
[우지씨~ 잘 있었어요? 저도 회사 잘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쉬고 있어요!]

그 말에 우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짓말. 틀림없이 교은은 애써 평온한 척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우지를 미치도록 화나게 만들었다. 손에 쥔 핸드폰이 부서질 것처럼 힘이 들어갔다.


우지(지훈)
"....하."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뗀 우지.


우지(지훈)
"...집이야?"

하교은
[어..네! 밥도 잘 먹고 있어요! 보고싶어요! 히히]

교은의 밝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져 당장이라도 웃음이 터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현실을 알고 있는 우지는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울화를 간신히 삼켰다.


우지(지훈)
"...진짜 미치겠다... 하..."

우지는 핸드폰을 쥔 손을 떨며, 이마에 손을 얹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당장이라도 교은의 곁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교은
[..왜,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교은이 다급하게 묻는다. 우지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눌러 담은 목소리로 답했다.


우지(지훈)
"...어, 미치겠어. 너 때문에."

하교은
[.아이, 뭐예요 히히...]

교은은 우지의 말이 그냥 장난인 줄 알고 쿡쿡 웃었다. 그 모습이 더 아프게 와닿았다.

우지는 전화를 붙잡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짐하듯 말했다.


우지(지훈)
"스케줄 끝나고 한국 가면... 바로 보자, 교은아."

하교은
"네 좋아요!!"

교은은 밝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우지는 통화가 끝난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뱉었다.


우지(지훈)
'지켜줄게...무슨 일이 있어도..'

멀리서 승철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제 돌아가자는 얘기였다.

우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멤버들과 함께 조용히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