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이 아니야!

같이 맞이한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은은히 스며들던 아침. 교은은 낯선 침구의 감촉에 눈을 살짝 떴다.

어제 늦게까지 긴장했는지 푹 자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은 평온했다.

이불을 끌어안고 천천히 기지개를 켜는 순간—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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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담당자님, 일어났어요?”

낯익은, 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목소리. 우지였다.

하교은

“아, 네..! 지금 막…!”

헐레벌떡 이불에서 일어난 교은은 머리를 부스스 정리하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회색 반팔티에 편한 바지를 입은 지훈이 서 있었고, 그의 손엔 따뜻한 머그잔이 하나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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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자, 아침 커피. 설탕은 안 넣었어요.”

하교은

“…우와…감동이에요….”

교은은 커피를 받아들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살짝 웃은 지훈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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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나 혼자 있을 땐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대충 먹고 나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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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오늘은, 좀 다르게 시작하고 싶었어.”

하교은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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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응. 우리 둘 다 어제 힘들었잖아.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교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지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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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얼른 씻고 나와요. 아침 준비해둘게요.”

하교은

“…에?! 아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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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응, 라면.”

하교은

“푸흣…”

둘은 함께 웃었다.

어제의 어둡고 무거웠던 그림자들은 잠시, 햇살 가득한 창가로 밀려나고 있었다.

작은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함께 먹으며 마주보는 눈빛은 그 무엇보다 따뜻했다.

우지는 젓가락을 든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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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교은아, 사실… 이런 일상이 나에겐 되게 낯설어. 하지만 네가 있어서... 좀 익숙해지고 싶은 기분이야.”

하교은

“…저도요. 저도 익숙해지고 싶어요. 지훈씨랑 있는 이 시간이.”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하는 아침을 천천히, 오래도록 음미했다.

***

하교은

"지훈씨, 저 설거지할게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교은은 빈 그릇을 싱크대에 옮기며 말했지만 뒤에서 우지는 다가와 팔짱을 끼듯 교은 옆에 붙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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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에이, 우리 같이 하죠. 어차피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는데."

하교은

"...그럼 전 헹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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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좋아요. 근데 이 주방 좁아서... 어쩌지?"

하교은

"네...? 뭐가 좁..."

우지는 일부러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며 장난스레 속삭였다.

교은은 당황해 눈이 커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가 부딪히고,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

하교은

"지, 지훈씨 너무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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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주방이 좁잖아요?"

우지는 능청스럽게 웃었고, 고개를 돌리던 교은의 머리카락 끝이 우지의 턱에 살짝 스쳤다.

그 순간 교은은 숨을 멈췄고, 우지는 잠깐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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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거겠죠?”

하교은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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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우리."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

교은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고, 그 모습에 우지는 장난스레 고무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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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됐다. 이제 내일은 제가 요리하고, 교은 담당자님이 설거지. 어때요?"

하교은

“…언제부터 그렇게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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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지금.”

그렇게 작은 주방 안에서 시작된 하루는, 마치 오래된 연인의 일상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설거지가 끝난 뒤, 우지는 창가에서 말없이 물컵을 들고 교은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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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훈)

“이런 게... 좋네요. 같이 사는 거.”

그 말에 교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