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퇴사하겠습니다!

퇴사일지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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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여주씨, 오늘도 야근? "

수영씨가 어깨를 톡톡 치며 조용히 물었다.

김여주

" ...아마도요.. "

여주가 울상을 지으며 수영을 쳐다보았다.

유독 여주의 책상에만 온갖 서류들이 빈틈없이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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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팀장님은 왜 여주씨한테만 그러나 몰라-, 여주씨가 일 다 가져가서 다들 한가한데.. "

수영의 말대로 여주는 지금 마케팅 부서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중이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말이다.

다른 직원들은 여주가 안쓰러웠으나 그렇다고 자신들의 업무가 다시 늘어나는 건 싫어 아무말도 하지 않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 입사동기인 수영만이 여주의 일을 도와줄 뿐이었다.

김여주

" 매일 말하지만, 고마워요 수영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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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저도 매일 말하는 거지만 도와주는 거 아니고 심심해서 하는거에요. 저 업무 다 끝내서 퇴근까지 할 것도 없는걸요. "

수영이 웃으며 여주의 책상에 올려진 서류더미를 나눠가져갔다.

타닥타닥- , 키보드 소리와 서류 넘기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시간은 벌써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 직원들은 다 퇴근하고, 오늘도 역시 나는 야근이다.

물론, 저 얄미운 팀장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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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뭐 합니까? 퇴근 안 하고싶어요? "

손을 왜 놀리지?

태형이 펜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여주를 쳐다보았다.

" 하고있거든요?! "

여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니, 도대체 야근을 나만 시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자기는 왜 맨날 남아서 같이 야근하는 건데?

홈리스야, 뭐야? 회사가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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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다 들립니다. "

김여주

" 아, 제가 말로 했나요? 생각만 한다는게 입이 너무 솔직했네요. "

여주의 비아냥에 태형이 보고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턱을 괴어 여주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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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김여주씨는 원래 그렇게 얄밉습니까? "

김여주

" 그럼 김태형팀장님은 원래 그렇게 괴팍해요? "

여주의 말에 태형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김여주

" 아니, 이제 말해줄 때도 됐다. 도대체 왜 저만 야근시키는 거에요? "

굳이! 다른 직원들 업무까지 저한테 다 몰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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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래서 싫습니까? "

김여주

" 당연한 걸 뭘 물어요? 제가 매일 사직서 가지고 찾아가는 건 잊으셨어요? "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생고생이냐구요!

여주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책상을 쾅 치며 태형을 노려보았다.

김여주

" 제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자르시지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구요.. "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올 지경이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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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럼 일을 빨리 끝내면 될 거 아닙니까 "

태형의 말에 여주가 아직도 산처럼 쌓인 서류와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김여주

" 저 퇴사할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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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시끄럽고, 일이나 하죠. "

김여주

" 아니 진짜! 퇴사 시켜달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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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끝나고 맥주 사겠습니다. "

김여주

" ...치킨도 사주시는 거죠? "

그 말에 태형이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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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 것까지만 마무리하고 갑시다. "

태형이 여주의 옆자리로 옮겨 앉아 여주가 보던 자료를 빼앗아 확인하며 말했다.

김여주

" 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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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도와주는 거 안 보입니까? 여주씨가 끝내야 치킨을 먹으러 가든 퇴근을 하든 할 거 아닙니까. "

아니... 나한테 안 시키면 이 업무 당신이 도와줄 일 없잖아..

여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늘도 전혀 해피하지 못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