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퇴사하겠습니다!
퇴사일지 02



박수영
" 여주씨 여기 커피 "

수영이 커피를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아직 점심시간은 조금 남았고, 서류지옥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던 여주가 회사 휴게실로 발걸음 한 건 당연한 것이었다.


박수영
" 오늘따라 더 피곤해보이네요? "

김여주
" 아.. 그게 말이죠.. "

- 오전 1시


김태형
" 김여주씨 그만 마셔요. "

태형이 여주의 잔을 뺏으며 말했다.

김여주
" 아 왜여! 일은 계속 주시면서 왜 술은 뺏어여-? "

여주가 태형을 새침하게 째려보고는 그의 손에서 잔을 빼앗아 와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김여주
" 크으-, 이모! 여기 생맥 한 잔 더요! "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형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쳤다.

...분명 취한 것 같은데..

김여주
" 저기요 팀장님 "

여주가 맥주잔을 내려놓고 태형을 바라봤다.

김여주
" 왜 맨날 야근하고 먹을 거 사줘요? "

여주가 풀린 눈에 애써 힘주며 말했다.


김태형
" 일 열심히 해서 사주는 겁니다. "

김여주
" 그럼 일 안 시키고, 안 사주면 되잖아요! "

여주가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말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야근과 야식이 아니라 휴식과 월급루팡이란 말이야!


김태형
" 지금까지 맛있게 먹어놓고는 딴 말 하는 겁니까? "

오늘도 김여주씨가 혼자 다 먹었는데

" 아니.. 그건 사주시니까 먹는거죠.. "


김태형
" 슬슬 취한 것 같은데 집에 가죠. "

태형이 의자에 걸어놓은 자켓과 가방을 들며 말했다. 갑시다. 그 잔 내려놔요.

김여주
".. 아직 덜 먹었는데.. "

치! 여주가 마시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가방을 들었다.

여주가 일어나자 태형은 카운터로 가 카드를 내밀었다.

" 20잔? 많이도 드셨네~ 저거 다 아가씨가 먹은거죠? "

주인 아주머니가 호호 웃으며 결제를 마치고 카드를 돌려주었다.

" 여자친구가 술을 잘 먹네, 또 와요~ "

김여주
" 여자친구 아닌-, "


김태형
" 빨리 나와요. 집에 안 갑니까? "

태형이 여주의 말을 끊고 그녀를 잡아 끌었다.

여름이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니었는지 새벽바람이 찼다.


김태형
" 차 가지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

태형이 들고있던 자켓을 여주의 어깨에 걸쳐주고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입고있던 게 아니라 온기는 없었지만, 뭐.. 따뜻하네..

언제 타도 깔끔한 차였다.

뭐-, 요즘은 매일 타지만..


김태형
" 집가면 바로 씻고 자요. 또 술 먹는다고 새벽에 나오지 말고. "

김여주
" ..팀장님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저 스토킹 하세요? "

태형의 말에 여주가 깜짝 놀라며 태형을 바라보았다.


김태형
" 데려다 주고 나면 옷도 안 갈아입고 다시 나오는데 모를리가 있습니까? "

술 취한 거 뻔히 아는데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좀 지켜봤습니다.

편의점에서 매일 술 사던데요.

김여주
"..어, 아니 좀 모자란 것 같은 기분이 들어가지구... "


김태형
" 혼자 맥주를 20잔이나 마셔놓고 오늘도 모자랍니까? "

태형이 골목으로 핸들을 꺾어 돌리며 말했다.

김여주
" 이게 양이 아니라 기분이라구요, 기분! "

아-, 그래요?

태형이 미소지으며 부드럽게 차를 세웠다.


김태형
" 다 왔어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다시 나오지 말고, 내일 봅시다. "

김여주
" 감사합니다-. 근데 저 퇴사할 거라 내일 출근 안 할 거거든요 "

여주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문이 다시 잠기지만 않았더라면..


김태형
" 김여주씨가 출근 안 하면 곤란한데.. "

이대로 같이 집으로 데려가서 아침에 들쳐매고 출근해야하나-.

태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여주에게 다시 안전벨트를 채웠다.

김여주
" 뭐.. 뭐하시는거에요.."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여주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김태형
" 출근 안 한다고 하면 제 집으로 납치하려구요. 김여주씨가 출근 안 하면 곤란하거든요. "

아니.. 이거 지금 무슨 상황이야?

이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여주가 눈을 데구룩 굴리며 콩콩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심장은 도대체 왜 또 뛰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김태형
" 그래서 출근 할거에요, 말거에요? "

집에 남는 방 많아서 같이 가도 전 상관없는데

태형이 당장이라도 출발할 듯이 차에 시동을 다시 키고 핸들을 잡으며 말했다.

김여주
" 출근 하면 될 거 아니에요.. "


김태형
" 그럼 내일 봐요. "

태형이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어주며 말했다.

여주가 서둘러 차에서 내린 뒤 집을 향해 도도도 뛰어갔다.

젠장, 젠장! 오늘도 퇴사실패다..

행복할 수 없는 내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제발 퇴사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