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퇴사하겠습니다!

퇴사일지 05

여주가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아직도 심장이 콩콩 뛰는 것 같았다.

제 책상 위에 올려진 거울로 힐끗 머리핀이 꽂힌 자리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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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어? 여주씨 머리핀 뭐에요? "

잘 어울린다!

수영이 여주의 머리핀을 칭찬했다.

김여주

" 아.. 그게..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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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연

" 근데, 그거 누가 주신거에요? "

아까는 안 차고 계셨잖아요. 팀장실에 다녀오니까 보란 듯이 머리에 딱 붙어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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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연

" 팀장님이 주신 거에요? "

나연의 목소리에 조용히 자기 업무를 하던 동료들이 고개를 빼꼼히 들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김여주

" 네? "

여주가 곤란한 듯 팀장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받은 거라고 말해도 되나..?

아니, 그럼 팀장님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여직원들 많은데 나 그러면..

여주가 헉 소리를 내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절대 말하면 안 되겠다.

김여주

" 그런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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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임나연씨, 가만 보니 어이없다? 여주씨가 어떤 핀을 차든 그게 누가 준거든 무슨 상관이에요? "

옆에서 그 모습을 잠자코 보던 수영이 발끈하며 나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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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연

" 네? 그게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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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인턴일을 배우러 온 거지, 여주씨의 사생활을 배우러 오신게 아니잖아요. "

여주가 갑자기 냉랭해진 분위기에 눈을 데구룩 굴렸다.

아..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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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연

" 그냥 여주선배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건데 왜 그렇게 뭐라고 하세요? 너무해요! "

수영의 말을 듣던 나연이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눈물을 툭-, 떨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김여주

"...나연씨! "

여주가 벌떡 일어서며 따라 나가려 하자 수영이 팔을 잡아끌어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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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따라가지마요. 쟤 다 연기하는 거니까 "

수영이 씩씩대며 볼펜을 달칵거렸다.

수영의 생각과 반대로 팀원들을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지만..

동료들의 눈초리가 따가운게 피부로 느껴졌다.

그래.. 새로 들어온 예쁜 인턴 못살게 군다 이거지?

여주가 머리핀을 매만지며 말했다

김여주

" 아후.. 오늘 왜 이러지.. "

시끌벅적한 소음에 조용히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갑자기 잡힌 회식이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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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연

" 팀장님! 아~ "

나연이 안주로 나온 감자튀김을 포크로 콕, 찍어 태형의 입가에 들이댔다. 귀여운 표정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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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감자 안 먹습니다. "

태형의 발언에 나연이 풀죽은 듯 힝.. 소리를 내자 주변에 앉아있던 남직원들이 자기들은 감자 좋아한다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여직원들의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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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쟤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불여우다. "

지은이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이 와중에도 오징어 맛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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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저럴 줄 알았어, 팀장님 옆에 딱 붙어서는 "

수영과 지은이 나연을 째려보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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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저 얼굴 빼면 볼 거 없는 사람이 뭐가 좋다고, "

수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은이 그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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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진짜로 저런 싸가지가 어디서 나왔나 싶다니까요?? "

팀장은 나중에 누구랑 결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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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여자는 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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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아-, 그렇지 그렇지 "

지은이 폭소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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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 유독 여주씨한테 엄청 심하게 굴잖아요. 팀장 진짜 싸가지 없죠? "

멍하니 맥주잔을 따라 흘러내리던 물방울을 보고있던 여주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깜짝 놀라며 수영을 쳐다보았다.

김여주

"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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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뭐야-, 여주씨 집중 안 하고 뭐해요. 이 중요한 시점에! "

지은이 새침스럽게 여주를 살풋 째려보고는 감자튀김을 집어 여주의 입에 물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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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김팀장 진짜 싸가지 없지 않냐구요 "

수영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당황한 여주가 눈은 데구룩 굴렸다.

여주가 머리핀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김여주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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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여주씨?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

수영이 눈을 깜박이다 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이거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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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김여주씨 "

멍하니 머리핀을 매만지던 여주가 태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훽 돌렸다.

김여주

"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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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만 가죠. "

태형의 말에 여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김여주

" 회식 끝났어요? "

근데 그걸 이렇게 끝자리까지 와서 말씀해주시죠..? 다들 일어나면 그냥 일어날텐데..

여주가 눈을 깜박이자 태형이 여주의 손을 붙잡고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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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들어가봐야해서요. 가는 김에 데려다 주고 가려고. "

오늘 마실 기분 아니잖아요.

태형이 미지근해진 여주의 맥주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평소라면 지금 최소 10잔은 마셨을텐데

태형의 말에 여주가 볼을 부풀리며 태형을 째려봤다.

김여주

" 저 그렇게 많이 안 먹거든요! "

여주가 씩씩대며 가방을 챙겨들었다.

김여주

" 죄송해요,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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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 ..네, 내일봐요 여주씨.. "

수영이 홀린듯 태형과 여주를 바라보았다.

꾸벅 인사를 하고 여주가 태형의 옆에서서 걸었다.

태형이 자연스럽게 점원과 부딪힐뻔한 여주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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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 저기 수영씨.. "

태형이 미소지으며 여주의 머리핀을 톡톡 건드리자, 여주가 머리핀을 두손으로 가리며 태형을 째려보았다.

그 모습에 태형이 환하게 웃은 건 당연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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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아무래도 이거 "

썸이죠..?

수영과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팀장님 연애를 걱정한 내가 바보지..

바로 옆에 임자가 있었네..

여주가 안전벨트를 달칵하고 찼다.

태형이 시동을 걸자 여주가 태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여주

" 근데, 나연씨는요? "

그 말에 태형이 여주를 힐끗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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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임나연씨가 왜 나옵니까? "

김여주

" 아니, 당연히 데려다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나연씨가 데려다 달라고 할 것 같기도 하고,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랬긴 했죠. 상당히 귀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태형이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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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전 김여주씨밖에 안 데려다 줍니다. "

여주가 안전벨트를 구깃구깃만지며 물었다.

김여주

" ..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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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제가 김여주씨한테만 관심있으니까요. "

그 말에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태형을 쳐다보았다.

심장이 시끄럽게 뛰어댔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고, 손에는 땀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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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김여주씨는요? "

태형이 머뭇거리다 말을 뱉었다.

- 퇴사일지 05 END